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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변 Oct 05. 2023

자유로운 변호사는 행복한가요

인간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쉽게 불행해진다. 월급쟁이 변호사에서 개인사업자 변호사로 변신한 후 이를 더 절감하고 있다. '돈 받은 만큼만' 일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만'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꽤나 많은 돈'이 나오던 월급쟁이 변호사에 비해서, 원하면 온종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게임이나 할 수 있는 개인사업자 변호사는 행복하기도, 불행하기도 너무 쉽다. 


그렇게 시간이 많았으면 한 달 반 동안이나 글을 왜 쓰지 않았는가? 하는 질문에 나 혼자 찔려서 답을 달자면, 꽤나 바빴다. 내가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로스쿨 자기소개서 컨설팅 일이 추석 직전까지가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골프치기 좋은 계절 9월이지 않은가. 처음 맛보는 완전한 자유로운 시간에 취해 라운딩 약속을 여기저기 잡다 보니 자소서 컨설팅 일과 골프 라운딩만 하더라도 정말 바빠 죽겠는 시간이었다. 브런치 글을 쓸 짬이 없었다는 대충 그런 이야기.


절대적인 시간도 그렇지만, 개업을 하고 나니 브런치 보다 네이버 블로그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네이버 블로그를 아직 아주 완성도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니지만서도, 네이버 블로그에 쓴 글을 보고 실제로 전화를 해 주는 고객들이 일주일에 몇 번씩 있다 보니 (브런치를 보고 전화했다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이제는 나 혼자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글을 쓸 정력과 시간이 있다면 브런치보다는 네이버 블로그를 신경쓰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게다가, 브런치에는 나의 치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초년차 변호사로서의 당황스러웠던 점, 고민스러웠던 점- 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것 역시도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을 저어하게끔 했다. 네이버에 황재림 변호사를 검색해 보면 네이버 블로그보다 브런치가 더 상위에 노출된다. 브런치에 훨씬 더 글을 많이 썼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 글과 같은 아주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기에는 더 부담스러워진 것이 사실이다. 


여러 고민을 했다. 심각하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 한 켠을 계속 차지하고 있었다. 내 속마음을 완전히 내보이는 글을 쓰는 것은 내 삶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글을 몇달간 쓰지 않는 시간이 지속되면 나는 굉장히 초조해진다. 그러므로 이런 글을 쓰지 않는 것은 배제한다.


그러면 어디에 쓸 것인가? 윷놀이 말도 하나로 모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네이버 블로그에 몰빵하는 것을 먼저 생각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에세이 느낌으로 써 놓으면 괜찮지 않을까? 그러나 고민 끝에 그러지는 (일단) 않기로 했다. 방문자 한명 한명이 보이는 네이버 블로그의 특성상 내 솔직한 이야기들을 쓰기 매우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 대신 브런치를 좀 더 자주 이용하되, 황재림 변호사 라는 이름이 아니라 좀 더 익명성이 보장된(그러나 나를 정말 알고 싶어하는 fan들이 생긴다면 찾아볼 수는 있는) 황변 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아. 아주 마음이 편안해지는 절충안이다. 


자주 글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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