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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변 Nov 30. 2023

사무실 확장이전!

사무실을 열고 어느 정도 매출이 나오기 시작하자, 또다른 고민이 생겼다. 바로 처음 자리잡은 조그만 사무실이 눈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에는 사랑스러워 보이기만 했던 조그만 공유오피스 사무실이 눈엣가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의뢰인이 찾아오지 않는 날에는 괜히 사무실 탓을 하기 시작했다. 


개업을 결심하는 과정에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 생각했다. 개업을 하고 몇 해 동안은 손가락만 빨 수도 있으니까 비용을 최소화해야 그 동안의 기간 동안을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물론 아주 틀린 계산은 아니었다. 확실히 개업 초반에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때의 스트레스는 훨씬 더 잘 넘길 수 있었다. 또 고정비를 최소화한 허름한 공유오피스에서 시작한다는 점은 개업을 결심하는 것 자체를 훨씬 쉽게 했다. 만약 내가 부동산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상가를 임차하고 인테리어, 홍보방식 등을 처음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면 나는 아마 아직 고용 변호사로 남아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비용최소화 전략'은 확실히 근시안적인 생각이었다.




1. 나태해진다.


물론, 사무실 월차임 말고는 아무런 고정비용이 존재하지 않는 변호사업의 특성상 그 고정비용까지도 최소화시켜 놓은 상태에서는 마음이 정말 편하긴 하다. 오직 변호사의 머리와 손발, 그리고 노트북으로만 일하기 때문에 원가? 재고관리? 이런 게 전혀 없는 변호사업의 특성상 월 100만원이 고정비용의 끝이라면 몇 달 매출이 없더라도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변호사님들은 욕심이 많기 때문에 2주일만 고객이 없어도 금방 멘탈이 나가게 됨)


그런데 문제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 라는 그 마음. 그 마음은 나를 은연중에 조금씩 나태하게 만들고 있었다. 내가 절대 망하지는 않는다면 내가 열심히 일하고 고객을 찾아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을 무의식 속에 쌓아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개업 초반의 뛰는 가슴은 어디론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이래선 안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사업은 처음이지만, 자기객관화에는 자신 있다. 


2. 조금 더 당당하게, 많은 의뢰인분들을 만나고 싶었다. 


내가 1월까지 계약해 놓은 사무실은 신도림역과 영등포역 근처의 아주 허름한 건물의 6층에 있다. 그 건물의 '614호'가 내 방이지만, 의뢰인들은 6층의 공유오피스의 상호만 알 수 있다. 나는 간판도 달지 못한다. 의뢰인에게는 '6층으로 올라오시면 전화 주세요' 라고 해야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의뢰인들에게 마음 놓고 찾아오라고 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변호사로서 내가 사회에 기여하는 일은 능력이 닿는 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주는 것인데,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3. 비용은 어차피 써야 하는 것이더라.


사업의 1단계 허들은 '매출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내 서비스/물건을 누군가 사 줘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내게 돈을 준다는 것은 정말로 가슴뛰는 일이다. 그런데 사업자의 그 첫 번째 심장 박동의 여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가오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가 있으니 바로 '세금'이다. 매출을 아무리 많이 내더라도, 비용 처리를 똑똑하게 해내지 못한여 매출 전부가 과세 대상이 된다면 그만큼 허탈한 것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변호사업은 '비용처리할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개업 전에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물론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고민일 것이지만,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오고부터는 비용처리할 것이 없어 세금을 걱정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변호사가 유일하게 비용처리할 수 있는 것이 월세인데, 월세를 너무 아껴 버리면 너무 비효율적인 것이다. 개업하기 전에 왜 아무도 말 안해줬어!!





비용을 줄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비용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나는 개업 5개월차에 직시하였다. 한 곳에서 1년도 채우지 않고 사무실을 옮기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였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새로운 사무실에서 새롭게 시작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변호사업은 굉장히 특수한 업역이고, 따라서 내 경험담이 창업을 꿈꾸는 분들께 잘못된 생각을 심어 주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개업을 고민하는 몇 안되는 변호사님들과 그와 비슷한 회계사/세무사님들, 혹은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오늘도 '발행' 버튼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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