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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변 Jan 16. 2024

너무 바쁘면 안되는데.

안돼도 걱정 잘돼도 걱정인 것이 걱정이다

1월 1일부터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하여 출근하고 나서, 귀신같이 장사가 너어무 잘 되기 시작했다. 명리에 밝으신 아빠가 12일인가가 길일이라고 했는데, 12일에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렇게 장사가 잘 되다니. 역시 동양철학은 믿을 게 못 되는 건가.



얼마나 잘 되고 있냐면, 1월이 다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5개의 사건을 맡게 되었다. 애걔, 겨우?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겠지만, 사실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다. 사건 하나하나가 변호사에게는 엄청난 무게감을 지니기 때문에, 이런 속도로 사건이 들어오게 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직원 변호사를 한 명 채용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마저 들고 있다. 그야말로 꿈으로만 꿔 왔던, '돈보따리 싸 들고 제발 제 사건 좀 해주세요'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급하게 직원 한 분을 채용해서, 내일부터 출근하시기로 했다.




그런데 왜 너무 바쁘면 안 되냐고? 물론 바쁘면 좋기야 하다. 돈도 많이 번다. 모든 이들의 꿈이 아니겠는가. 나도 돈 좋아한다.


그런데, 변호사는 바쁘다고 마냥 좋은 게 아니다. 변호사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사건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물론, 한 사건당 투입하는 시간을 줄이면 굉장히 많은 사건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인즉슨, 의뢰인에게 약속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는 거짓말이 된다는 것이다. 사건당 처리 시간을 줄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러니 바빠지면 바빠질수록, 그 로드는 오롯이 내 생활을 침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변호사로서는 나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단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 변호사만큼 단가가 정직한 업종은 드물다. 비싼 식당이라고 무조건 맛있을 수는 없지만, 비싼 변호사는 비싼 값을 한다.





처음 개업할 때, '직원 변호사를 쓸 수 있을 만큼만 매출이 나오면 정말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꿈이 손에 잡힐 것 같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겸손하게, 의뢰인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자 개업의 꿈을 품었던 초심을 기억하고 내일 하루도 열심히 살아내야겠다. 그런 마음을 어딘가에는 풀어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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