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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변 Mar 20. 2024

회사 때려치고 로스쿨 갈까? (1)

과연 변호사가 되면 경제적으로 더 안정될까?

변호사는 상담이 업인 사람이다. 그런데 어젯밤에는 조금 특이한 상담을 했다.

친구의 대학 동기의 친구, 그러니까 세다리 건너서 온 사람인데,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로스쿨을 가고 싶어서 조언을 구하고 싶다는 것이다.

바쁘고 피곤하지만 사무실로 오시라고 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편이기도 하고, 예의 바르게 이야기를 잘 해주셔서 기분 좋은 상담이었다. 또 내가 매일같이 하는 상담은 거의 '지옥도 단편선' 느낌인데, 그에 비해서 굉장히 가벼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오히려 리프레시되었다.

회사원을 하시다가 로스쿨을 가볼까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고 글을 남겨 둔다.




보통 회사를 다니다가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분들의 지원 동기는 1) 경제적으로 안정된 2) 발전가능성 가지다. 그럼 아래에서 그 두 가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써 본다. (아 말투와 문장구성이 너무 변호사 같지만 그냥 둔다)


Q1) 변호사가 되면 경제적으로 더 안정되는가?


A1) 잘 모르겠다.


요새 의사 증원 논쟁으로 나라가 온통 박살이 나 있다. 의사는 1년에 3000명이 배출된다. 기존 3000명에서 정부에서 2000명을 늘린다고 해서 지금 난리가 난 것이다. 그렇다면 변호사는 몇 명일까? 자그마치 1700명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도 말이 안 된다. 대한민국 법조 시장은 1년에 8조원 정도이다. 대한민국 의료 시장 규모는 측정하기조차 불가능하다. 잠깐 검색해보니, 의료기기 시장만 10조 원 정도인 듯 하다.


의사 수를 늘리는 맞는지에 관하여서는 정답이 있는 문제도 아니고 내가 있는 문제도 아니나, 변호사가 어느 정도 배출되고 있는지에 관해서 가장 와 닿는 비유를 든 것이다. 의사들이 모든 것을 걸고 싸우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한정된 시장에서 배출되는 인원의 수는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논지는 변호사 수는 정말 많다는 것이다. 주변 개업 변호사님들 말씀을 들어 봐도 위기 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분들이 없을 정도로, 이미 정말 많고 앞으로도 많아질 것이다.


물론 의사와 다르게 '사내변호사'(회사 안 법무팀에서 일하는 변호사)라는 직역으로 흡수될 여지가 많기는 하나, 한계가 명확하다. 또, 사내변호사가 기분좋게 회사를 다닐 수 있을 때는 '언제든 때려치고 나가서 사무실을 차릴 수 있을 때까지' 좋은 것이다. 사무실 개업하면 월 X00만원 정도는 벌수 있다 라는 생각, 즉 소위 말하는 '하방' 이 지켜질 때 변호사 자격증이 경제적 안정성을 담보해줄 수 있다.


과거 사법고시 시절에는, 사시 패스만 하면 바로 아무리 못해도 월 X00만원은 가져갈 수 있다 라는 직역 내부는 물론이고,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개업 변호사로서 살아남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살아남는 것만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 되었다. 물론 사회적으로는 바람직하다. '아무렇게나 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면 누가 열심히 하겠는가.


그래서, 회사를 다니시다가 경제적 안정성을 바라고 변호사를 하는 분은 정말 말리고 싶다. 회사를 다니다가 로스쿨을 노린다는 것 자체가, 초봉 4000~5000 정도 주는 어느 정도 규모 있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변호사 자격증은 더 이상 어떤 것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항상 노력해야 하고 공부해야 하기에, 변호사로서 살아남기가 더 힘겨운 세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변호사는 하지 말란 건가? 아니다. 변호사는 정말 좋은 직업이다. 적성에만 맞고, 어느 정도 변호사업이 요구하는 능력이 있다면. 과연 그 적성과 능력은 뭘까?


2화에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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