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변호사에 어울릴까?
전 편에서, 로스쿨을 가는 것이 반드시 경제적 자유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취지로 글을 썼다. 반응이 꽤나 좋았다. 역시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로스쿨.
그런데 '사다리 걷어차기'도 아니고 내가 변호사 됐으니까 남들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 같아서, 오늘은 '어떤 사람이 로스쿨을 가야 하는지' 에 대해서 써 보려고 한다.
1) 상사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싫다
물론 어떤 사람도 윗사람 말 듣는 것은 싫다. 단순히 과장님이 꼴보기 싫어서 로스쿨을 간다면, 몇 년 지나지 않아서 과장님의 못생긴 얼굴이 그리워질 수 있다.
로스쿨에 어울리는 사람은 주체적인 사람이다. 남이, 특히 나보다 하나도 나을 것 없는 것 같은 사람이 나보다 우월한 지위에 서서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것이 못 견디게 싫은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회사를 때려치고 로스쿨 진학을 알아보라. 이런 사람은 변호사가 정말 잘 어울린다.
시키는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특기인 사람이라면 로스쿨은 말리고 싶다. 변호사는 주체적이고 창의적일 때 빛을 발한다. 변호사에게 모든 사건은 처음 보는 사건이며, 항상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어느 정도 연차만 쌓이더라도 사건을 어떻게 수행해 나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사람은 없고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 주체적이지 않은, 시키는 거 하는 게 마음 편한 사람이 견뎌내기는 어려운 스트레스다.
2) 돈보다 자유가 중요하다
브런치에서도 몇 번 언급했던 것 같지만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단어라서 다시 한 번 소개한다. 사법연수원에서 편찬된 <민사실무1> 머리말에는 변호사업을 가리켜 '면기난부'라는 사자성어를 소개한다. 즉 굶주림을 면할 수는 있지만 부자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1편에서 개업 변호사 시장이 그리 좋지 않으며 앞으로도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고 소개했지만, 아직까지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고, 개업 변호사가 열심히 부지런히 뛰면 먹고살 걱정까지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다만, 변호사는 내 시간을 파는 업이기 때문에, 시간의 가장 본질적인 특질인 '유한함'을 생각해 보면 부자가 될 수는 없다. 무언가를 팔아서 부자가 되려면 무한히, 자동으로 찍어낼 수 있어야 함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론이다.
변호사의 장점이라면, 자유롭다는 것이다. 변호사는 세상을 누비는 게 직업이다. 가장 본질적인 업인 재판 출석도 전국을 돌아다니는 게 일상이다. 의뢰인도 내 사무실 앞에 사는 사람이 오는 것이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서 만날 수 있다. 가장 많이 비교가 되는 의사는 결국 진료실에 앉아 있어야 돈을 벌 수 있지만, 변호사는 시간과 공간에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는다.
3) 오지랖이 넓다
변호사는 오지랖이 넓어야 한다. 친구가 곤경에 처했을 때, 전혀 궁금하지 않고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만 싶다면 변호사는 하면 안 된다. 변호사는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건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다. 항상 공부해야 하고, 그렇다고 책을 보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트렌드가 어떤지, 요새 최신 범죄 동향은 어떤지, 집값은 어떤지, 금리는 어떤지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좋은 변호사가 될 수 있다.
남을 도와 주고 싶다는 본질적인 욕구가 없다면 변호사를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남을 돕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지 않는 자가 변호사를 업으로 삼는다면 그는 바로 사기꾼에 다름 없다. 그러나 남을 돕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인 자가 변호사라면, 그는 가장 손쉽게 덕업일치를 이룰 수 있는 행복한 자이다. 내가 그렇다.
*로스쿨 진학은 개인의 선택이며, 본 변호사는 그 선택에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변호사는 대개의 경우 정말로 보람차고 좋은 직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