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의 무서움
오늘도 친한 로스쿨 동기 형과 전화를 하며 개업 상담을 했다.
국내 최고의 로펌 중 하나에 다니며 초고액 연봉을 수령하는 형이고, 인품도 정말 훌륭해서 좋아하는 형이다.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개업이라는 정글에 뛰어들고 싶어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니, 사실 이해된다.
대형로펌에서 몇십억 몇백억이 오가는 대기업끼리 다투는 사건을 하며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몇백 몇천만원 짜리 사건을 해결해서 눈물 젖은 감사인사를 듣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
선릉역 한복판의 초고층 빌딩에서 격식 있는 아웃룩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빡빡함을 즐기는 사람이 있고 허름한 빌딩에서 츄리닝 입고 맥주 한 캔 하면서 의뢰인과 통화하는 자유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
우리 사회는 진로를 고를 때 '능력'을 기반으로 선택한다.
'어떤 진로'는 '다른 진로'보다 더 낫다 라는 명제는 우리 사회를 관통한다.
'대형로펌'은 '서초동 막변'보다 더 낫다는 것은 로스쿨에서 진리로 통한다.
그런데 그 진로가 실제로 '나에게' 더 나은지는 '능력'이 아니라 '적성'에 따라 결정된다.
대부분, '능력'이 좋은 사람은 자신의 '적성'을 모른다.
능력(대부분의 경우 '성적')을 개발하는 데에는 초인적인 자기절제가 필요하다.
자기절제에 너무 익숙해진 사람은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떠날 수 없다.
다행히 나는 나를 너무 잘 알았다.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준비하는 변호사님들을 언제나 응원한다.
전화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