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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Dec 04. 2023

다시 하는 공부

Born to Learn

      Born to Learn  

요즘 아침마다 통근버스에서 영어를 듣고 있다. 퇴근하고 아이들 재우면서 라디오처럼 틀어놓기도 한다. 의미나 발음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듣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새벽에 일어나, 자기 전에 애들 재워놓고 책을 읽는다.


매번 쓸모를 증명해 낼 필요가 없어진 서른다섯 살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산후우울증에서 겨우 탈출하고 나니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세상을 다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은 이내 공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귀결되었다. 어떠한 시험이나 압박 없는 순수한 탐구, 처음 느껴보는 공부에 대한 짜릿함이었다.


4살 정도만 되어도 아이엄마들은 영어유치원이니, 학원이니 말들이 많다. 사실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최대한 그냥 공부 생각 없이 키우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요즘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선행학습을 하니 나 혼자만 아이를 그대로 둘 수 없는 노릇이다. 선행학습을 하기 싫어도 이미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자기가 보고 싶은 영상을 본다. 우리 학창 시절보다 훨씬 더 빠르게 습득한다.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첫째 아이가 ‘영어를 싫어하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것까지 바라지 않았는데, 영어로 된 만화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달라고 하고, 영어로 된 동화책은 재미없다고 하고 그만 읽어달라고 한다. 이런 것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4살 아이를 키우며 아이에게 걱정되었던 건 바로 효능감이다. 영어효능감, 수학효능감.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는 지식과 정보를 넣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해낼 수 있다는 자아효능감이다. 공부에 대해 거부반응이 없도록 생활 속에 녹아있는 엄마표 공부를 해주고 싶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는데 부모부터 영어랑 친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 아닐까. 자책이 되기도 했다. 아이들이 공부를 적어도 싫어하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려면 엄마인 나부터 공부를 좋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암기식, 주입식 학습에 항상 노출되어 있던 뇌를, 무의식적 학습으로 바꿔보기로 한다.  내 나이 서른다섯 살,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어떤 사람은 어느 대학 교수로 일을 한다. 근데 나는 서른다섯 살에 1살 아이 키우듯 처음부터 나를 새로이 키우기로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영어, 수학, 과학, 철학, 역사 공부 할 분야가 떠올랐다.


유일하게 공부라는 영역에서 나의 강점은 독서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 하는 독서에는 편식이 심한 편인데, 일단 나는 에세이나 육아 관련한 서적들을 좋아하고 그 외에 것들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새로이 공부를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평소에는 고루하다고 느껴지던 책들이 흥미롭게 받아들여진다. 지난 주말에는 혼자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맘껏 골라 읽었다. 신간서적들이 재밌는 책이 많았다. 내가 주로 고르는 책은 지금 집필하고 있는 에세이와 유사한 형태의 책들, 그리고 교육용으로 나온 청소년 서적들이다. 청소년 서적들 중에서도 인문학책, 과학책 가리지 않고 읽는데 특히 청소년 서적이 정말 재밌다. 청소년 서적이라고 하면 다 아는 이야기를 다룰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오히려 기초적인 지식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때문에 더 재밌다. 성인 서적에만 관심이 있던 내가 청소년 서적에도 관심이 생기고, 어린이 서적에도 자연히 관심이 생겼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처럼 모든 것이 다 흥미롭고 재밌다. 세상에 궁금한 것들도 많아졌다. 왜 고래는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을까. 포유류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우리나라 지도와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한참을 나라 이름들을 바라본다. 나라 이름만 보고 떠오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우리나라 지도를 쳐다봐도 떠오르는 것이 별로 없다. 지도를 보고 떠오르는 역사가 아무것도 없다. “진짜 인생 헛살았구나” 자책감이 들면서도 우리 아이들만큼 백지이니 그것들 위해 무엇을 채워 넣을 수 있을까 기대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 여러 책들을 읽으며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한 내용들이다.


- 미취학 아동은 생활 속의 공부를 해야 한다. 마트는 수학을 놀이처럼 가르칠 수 있는 곳이다.

- 수학을 공부하려면 한글공부가 병행되어야 한다. 문해력 때문. 그런 의미에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후로 한자 공부를 하면 좋다.

- 유아용 보드게임이 잘 되어있다. 보드게임으로 수학을 놀이처럼 할 수 있다.

- 의식이 아닌 무의식의 영역을 확장시키자. 세계사 공부는 지도부터. 아이들이 보기 쉬운 우리나라지도, 세계 지도, 우주 지도를 사서 붙여놨다. 국기 메모리 게임도 샀다.

- 미취학 때 미술공부는 사고를 확장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스케치, 종이접기, 레고가 거시적 사고를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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