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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희 Mar 21. 2022

심연(深淵)

나를 마주하는 것.

마음이 산란하다. 유유히 흘러가는 호수의 모양새가 자신의 어지러운 마음과는 달라 퍽 고까워 보였다.

그 누군가는 호수의 고요함을 깨고 싶어 숲 속을 거닐며 무거운 바위를 골라 등에 짊어지고 낑낑 소리를 내며 바위를 호수 앞으로 가져왔다.


땀범벅이 되어 무거운 숨을 고르는 자신의 모습이 호수에 비쳤다. 호수를 바라볼수록 그 심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그렇게 못나 보일 수 없었다. 호수가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호수를 부숴버리고 싶었다.


가지고 온 바위를 힘껏 들어 올려 호수에 던졌다. 바위를 호수에 던지자 고요했던 호수에 균열이 생기며 첨벙하고 큰 소리가 났다. 호수에 큰 물결이 일렁였다. 파동으로 잔잔했던 호수가 찰랑거렸다. 호수를 보며 그 누군가는 만족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호수는 다시 원래의 얼굴을 찾았다. 그 누군가는 호수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자신이 힘들게 바위를 들고 온 숲 속을 돌아봤다. 돌아본 숲 속은 나무 사이로 겹겹이 햇살이 비쳤다. 숲을 보다 다시 호수에 얼굴을 비췄다. 호수는 고요하고 그 누군가의 산란한 마음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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