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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영국 남자가 DM을 보내왔다.

아시안 음식을 좋아하는 그 남자의 이야기

by 이사비나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momlovesadhd 라는 계정으로 요즘 브런치에서 썼던 글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ADHD를 잘 양육해 내는 방법과 힘겨운 여정을 함께한다는 공감의 의미로 포스팅을 하고 있다.

'ADHD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대체 다들 어디서 어떻게 해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해쉬태그 #ADHD를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영국인들의 #adhdawareness(#adhd인식하기) 포스팅이 정말 많았다. 다양한 그들의 이야기들을 보자면 우리나라에서 '정신 질환'을 바라보는 인식이나 ADHD에 대한 인식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자폐'를 갖고 있다고 팻말을 들고 자신을 알리는 여성부터 ADHD의 연애, 직장 생활, 친구 관계까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유머러스하게 밈(meme)을 제작하거나 릴스를 만들어 올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미 '신경다양성', 'Neurodiversity'에 대한 콘텐츠도 많았다. 그만큼 이 진단명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보다 발전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엔 ADHD 관련 포스팅이 왜 이렇게 없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가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브런치 글이나 나의 ADHD에 대한 생각을 짧은 카드뉴스로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매일 감사' 포스팅에 올린 저녁 식탁 사진을 올린 날, ADHD 콘텐츠를 만드는 영국 남자에게서 DM이 왔다! @Adhd_space_ 라는 계정의 주인공이었다.

#1.

영국남자: 아시안 푸드를 좋아해.

(그는 영국 맨체스터 사람이라고 한다.)


나: 고마워! 등갈비니까.. 딱히 아시안 푸드는 아니지만:) 나는 한국에서 ADHD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어. 너의 ADHD에 대한 포스팅이 참 마음에 들어.


영국남자: 오 땡큐!


우린 이렇게 대화를 시작했다.



#2.

영국남자: 곧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길 바라고 있어.


나: 고마워. ADHD 아이를 키우는 게 꽤 어려운 일이네. 여긴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의 ADHD를 밝히지 않는 편이야. 미국이나 영국의 ADHD 콘텐츠들이 너무 좋아. 계속 열심히 해줘!


영국남자: 고마워. 맞아. 나도 힘든(tough) 아이였어. 항상 다투고 불만족스러웠지. 그래서 난 화가 많았어.


나: 이런... 언제 네가 ADHD인 걸 알았어? 너무 많이 물어봐서 미안.


자신이 왜 항상 다투고 화가 많았던 아이였는지, 그는 30살에 자신을 이해한 것이다.


#3.

영국남자: 내가 30살일 때.


나: 와, 내 아들은 6살 때 진단을 받았어. 가끔 아이를 정신과에 데려가서 이렇게 어린 나이에 진단받게 한 게 옳았던 걸까 확신이 없어.


영국남자: 아이에게 스포츠, 연극, 음악, 체조 등 넘치는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쓸 수 있는 곳을 찾아줘.


그는 지금 연기를 많이 해왔다고 했다. 아이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쓰게 하라는 데에서 ADHD라고 해서 '제약'을 둬야 하는 것에만 너무 초점을 맞춰온 것이 아닌가 돌아보게 되었다. 이 아이의 에너지를 누를 생각만 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건강히 배출하는 법을 알려주는 데에는 사실 소홀했었다.



#4.

나: 우리 아들은 항상 축구를 해. 그리고 이상하게도 수학에 소질이 있다?


영국남자: 오 에너지를 스포츠와 교육적인 데에 쓰는 건 아주 완벽한 거야. 악기랑 연기 수업도 좋아.

(이후 그가 성인 ADHD에 대한 연기를 한 영상을 꼭 보라고 추천했다. 이 영상은 글의 마지막에 링크로 공유했다.)


#5.

나: 내 마지막 질문. ADHD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조언해 줄 거 있을까? 내가 주의해야 한다던지 아이가 어릴 때 꼭 이런 말은 해줘야 한다던지... 그런 것들 말이야.


영국남자: 그냥 너의 아이가 '자기 자신'이 되도록 격려해 줘. 그는 달라. 그리고 아주 특별해(Unique). 그리고 "다른 것은 좋은 거야."


"우린 특별해."

We are special.









ADHD에 대해 영미권 나라에서도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인지했고 학교에서는 이 ADHD 아이를 어떻게 학교 시스템에서 잘 적응하게 하여 성공적인 삶으로 이끌 건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미국의 한 중학교에 실습을 간 적이 있다. 한 학생이 Special Education Teacher(개별보조 선생님)와 함께 수학 수업을 듣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왜 그 학생이 보조 교사가 필요한지 물었다.

"ADHD 진단을 받았는데 난독증도 있어서 보조 교사가 필요한 학생이야."


우리나라에서는 학생의 난독증을 검사시킨다던지 ADHD 검사를 권유한다던지 하는 것은 교사로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학교에선 그렇게 권유해야 하는 의무적인 시스템도 없다. 아이들이 학습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가정에 전화하여 말 그대로 팩트, 아이가 얼마나 말썽을 부렸는지에 대해 나열해야 하는 현실이다. 교사도, 부모도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전화 통화의 연속일 뿐이다.


우연히 만난 글로벌 인친님인 영국 남자의 삶은 본인의 ADHD를 알고 비로소 자신의 단점이 자신의 의지 때문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그는 처음 간 상담소에서 불안과 우울증이라고 '잘못' 진단받았다고 한다. 그 에피소드가 담긴 영상을 공유해줘서 보게 되었는데, 자신의 ADHD를 '안다'는 것이 그에겐 이젠 '힘'이 되었겠구나 싶었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철학자의 말들이 아직까지 인용되는 것은 이유가 있다.


그와의 대화에서 우리 아이의 미래를 보았다.

아주 밝은 미래.

우리나라의 10년 후의 모습이 영국과 같다면, 세모도 자신이 ADHD가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고, 자신은 아주 특별(unique and special)하고 남들과 달라서 좋다고 외칠 수 있는 그런 모습이겠구나 싶었다.


그 과정엔 용기 내어 브런치에 자신과 아이의 ADHD 여정을 기록하는 작가님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게 모르게 '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자랑스러워하길 바란다.


영국남자는 나에게 언제든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땐, 자신에게 물어봐도 좋다고 했다.

"I'm here."

감동적인 지지의 멘트와 함께.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

Adhd_space� notes to self ✍�(@adhd_space_)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나의 인스타그램 계정> - 이사비나 작가와 긍정육아를 하고 싶은 분들은 놀러오세요:)

이사비나(@momlovesadhd)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영국남자가 공유해 준 그의 연기 영상>

Instagram의 Adhd_space� notes to self ✍�님: “#adhd #adhdawareness � � Be patient and WATCH THIS � � ��This has become more and more important as I get older. ADHD in adults! L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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