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공원 속으로
뱅센 공원Bois de Vincennes은 자료에 따라서 숲 또는 산림 공원으로 번역해 우리의 법률적 도시 공원 분류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명칭의 차이와 상관없이 이 공원은 프랑스 파리의 한쪽에 위치해 시민들에게 도시 공원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뱅센 공원의 면적은 995㏊로, 조경사 교과서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서술되는 센트럴 파크(315㏊)의 3배가 넘으니 내용을 수정해야 할 듯하다. 숲, 호수, 꽃밭, 정원, 그리고 동물원과 놀이공원 같은 다양한 시설을 포함해 자연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산책로나 자전거 길을 갖추었고, 보트 놀이나 피크닉 등을 할 수 있는 전형적인 공원이다. 관광용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어 진정한 로컬이 이용하는 공원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루이 7세의 사냥터로 사용되었던 곳을 나폴레옹 3세가 공원으로 조성했다는 사실에서 산업혁명과 식민지 개척 시대였던 19세기 말의 파리 도시 정비와 맞물려 있다. 몇 년 전 서울의 오래된 고가 차도를 공원화한 ‘서울로7017’이 뉴욕의 ‘하이라인’을 벤치마킹한 결과라면, 하이라인 공원은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를 모범으로 한 곳이다. ‘녹색 길’, ‘숲 산책로’ 정도로 번역되는 이 선형 공원은 1969년 노선이 폐쇄됨에 따라 도심의 흉물로 남은 폐철도를 신개념 산책로로 재탄생시킨 결과물로 도시 재생이라는 부수적 효과까지 가져왔다. 바스티유 광장에서 시작되는 이 산책로의 동쪽 끝은 뱅센 공원으로, 여러 공원을 배치한 파크 웨이 시스템park way system의 모범 답안이다.
이젠 그 안으로 들어가보자. 일반적인 공원 시설은 앞에서 말한 것으로 갈음하고 그 안에 있는 학교를 소개하려 한다. 학교숲 운동이 한창일 때 공원 속 학교를 외치던 시절이 기억난다. 안에 자리한 학교는 ‘École de Breuil’로 고유명사이기에 번역은 할 수 없으니 ‘정원 학교’ 정도로 명명하겠다. 이 학교는 파리시와 농림부에서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관여하는 형태다. 예산의 70%는 파리시에서, 20%는 농림부에서 지원하고 10% 정도는 자체 수입으로 충당한다고한다. 이 예산이 연간 100억 원 정도 되는 것으로 보아 꽤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연구 기능인데, 도시에서 필요한 녹화 기술, 식재 기술, 빗물 저장과 활용 기술, 식물의 기능 향상 기술 등 정부에서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한다. 공원은 현장 실험실이 되고 있다.
다음은 교육 기능인데, 본 글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은 부분이다. 프랑스는 16세까지를 의무교육 기간으로 정해 이후에는 직업과 진학을 목표로 한 교육 시스템으로 전환된다. 직업교육은 VET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라는 제도를 통해 교육과정의 하나로 운용한다. 이 과정은 우리 식으로 말하면 기초 과정과 심화 과정으로 나뉘어 특정 직업의 실무 과정까지 포함한다. 이는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뱅센 공원의 정원 학교에서는 이 과정을 운영해 졸업장과 자격증까지 주어 우리의 교육부나 고용노동부(산업인력공단) 같은 국가 행정 기능도 겸한다. ‘일타 강사’라는 신조어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계가 눈여겨볼 만하다. 또 일반인을 교육하는 프로그램까지 운용해 평생 교육 시스템까지 갖추었다.
학생 교육은 전액 무료지만 이 과정은 유료로 운영한다. 자체 수입 10%는 여기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연간
2000명가량이 교육받는다고 하니 웬만한 대학 수준이다. 실습장인 이 공원 내의 수목과 초화류가실습 도구인 셈이니 관리 효과는 물론이고 장소 애착까지 생겨난다. 이는 공원 구석구석에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전지가위나 호미 등을 들고 즐거운 모습으로 땀을 흘리는 모습에서 추측할 수 있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은 유럽 전역은 물론이고 현대 도시인 파리, 그리고 미국 수도 워싱턴 계획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정원술이 현대 프랑스인에게 온전히 전수되어 하나의 직업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약간
과장한다면 경외심까지 든다. 공원의 역사가 200년이 채 안 되지만 전통적인 성격을 뛰어넘고 있는 뱅센은
우리의 공원이 어떤 모습을 지향해야 할지 알려주는 좋은 방향타가 된다.
/ 김태경 강릉원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겸 한국조경학회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