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상은 Jun 09. 2023

AI프로필과 기대하게 되는 것

 모두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 핸드폰을 두고 고민한다. 갤럭시 카메라는 보정이 심하지만 화질이 좋고 아이폰 카메라는 기본 카메라여도 잘 찍히고 고유의 색감이 있지만 화질이 떨어진다고. 아이폰 xs에서 아이폰 12mini로 바꾸고 나서 처음으로 든 생각은 ‘아, 이전 아이폰의 색감이 더 예뻤는데...’ 같은 후회였다. 지금 보면 별반 다를 것 없는 색감인데, 그 당시에는 가진 것을 뺏긴 기분이었다. 아이폰xs 색감, 아이폰 미니와 xs 비교... 등과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내가 뺏긴 색감을 어떻게 하면 다시 차지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아이폰xs의 색감을 흉내낸 필터가 있는 스노우 어플을 알게 되었다. 스노우는 사업 초기에 AR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전후면 카메라에 비치는 상에 동물 귀를 달아주거나 얼굴을 바꿔주는 형식의 필터를 만들었다. 더 이상 그런 애니메이션적인 꾸밈에 수요가 없어지자 곧장 레트로 열풍을 직격으로 맞은 필름카메라 시장에 발맞춰 ‘필름카메라’필터를 내놓았고, 이제는 ‘디지털카메라’ 스타일, ‘폴라로이드’ 프레임을 만들어 내놓았다. 이제는 아이폰xs의 색감에 대한 수요를 알아보고 그것을 흉내낼 수 있도록 분홍색 색감을 더한 필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제는 아이폰xs를 소유하고 있지 않아도 카메라 필터를 통해서 그 욕구를 채울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서 이 어플은 태어나자마자 핸드폰으로 돌사진이 찍힌 디지털 세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양손을 모두 사용하는 키보드 타자의 속도보다 몇 개의 손가락을 이용한 가상 키보드 타자 속도가 추월했을 만큼 핸드폰이 친숙한 세대들에게 복잡한 일련의 과정을 포함한 포토샵의 기능을 간소화한 기능을 추가했다. 

 스노우는 사용자 타겟이 주로 1020대 여성이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에서 주로 홍보를 진행한다. 공식 계정에서 업로드되는 홍보 게시물을 살펴보면 그의 타겟들이 원하는 이미지에 대해 볼 수 있는데, 대게 잘 나온 인스타그램 셀럽들의 이미지를 대표 사진으로 해놓은 카드뉴스의 형태이다. 사용자들의 기저에는 셀럽들이 찍는 사진을 모방하고 싶고, 셀럽들처럼 찍히고 싶다는 욕망이 깔려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카드뉴스가 취하는 주제는 ‘배경이 왜곡되지 않게 사진을 보정하는 법’, ‘불필요한 배경을 제거하는 법’같이 스노우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은근슬쩍 끼워넣어 ‘꿀팁 카드뉴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미 유명한 제품들 사이에 홍보하고자 하는 상품을 은근슬쩍 끼워넣는 바이럴 마케팅과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스노우가 내건 자신들의 장점은 “손쉽게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손쉽게 새로운 나를 얻을 수 있다’로 발전한다. 

 스노우는 자사 AI기술을 이용해서 사용자의 사진을 후가공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 사진을 선택해서 넣으면 AI라고 불리는 어떤 기능을 통해서 디즈니 만화처럼 이목구비를 만들어주거나 유화, 수채화, 두들 드로잉 같은 이미지로 바꿔준다. 그리고 2023년 6월 이미 서비스 중인 이 AI를 이용해서, 더 만듦새 좋고 진짜 스튜디오에서 찍은 것 같은 ‘AI 프로필’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것 역시 사용법은 간단하다. 스노우 어플에 접속해서 AI 프로필을 선택하고 24시간 안에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스탠다드와 1시간 안에 이미지를 내놓는 프리미엄 중에 골라 결제를 한다. 다음 페이지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찍힌 얼굴 사진 10~20장을 선택하게 한다. 여기까지 설정한 후에 AI를 통해서 스튜디오에서 찍은 프로필 사진을 생성해줄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일명 ‘배우 프로필’이라고 불리는 파란색감이 돋보이는 콘셉트부터 모노톤, 짧은 머리, 긴 머리를 한 프로필까지 고정된 포즈와 헤어스타일이라는 형식 안에서, ‘AI가 보는’ 자신의 가장 이상적인 얼굴 형태로 보정된 얼굴만 바뀌는 사진 30장을 생성한다. 스노우는 이 서비스를 홍보하며 ‘다채로운 매력을 그대로 담아낸’이라고 한다. 고정된 형식에 얼굴만 바뀌는 이 서비스를 다채로운 매력을 그대로 남아낸다고 할 수 있을까? 

 스노우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딥 러닝을 개발하는 카카오 브레인과 일본에서 한국의 카카오만큼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LINE에서도 자사에서 개발한 AI를 통해 프로필 사진을 생성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라인 프로필 스튜디오는 ‘라인에서 만나는 새로운 나’라는 콘셉트 아래 [...] 사용자가 자기 자신을 더욱 풍부하게 표현하고,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스노우 어플 이전에 나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었을까. 아침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자기계발의 방식이나 헬스 짐에 가서 몸의 체중을 감소시키거나 몸의 형태를 바꾸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것들은 너무 시간을 많이 소비하게 한다. AI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AI가 보는 새롭고 이상적인 나를 짧은 시간 안에 볼 수 있고 바로 저장해 인스타그램에 전시할 수 있다. 프로필이라는 요소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일 것이다. 이미지로 나를 소개하는 프로필, 증명사진. 나를 어떻게 보여지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은 나를 어떤 콘셉트로 고정시킬지를 고민하는 것과도 같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는 “자신을 표현하는 데 적극적이고 각자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AI 프로필’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며 “다양한 사용자 니즈를 파악해 ‘비 디스커버’ 서비스 및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가 고르는 50장 미만의 이미지로 각자의 개성을 알아채는 일이 가능할까. 딥러닝 개발자들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 같은 서비스를 홍보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AI 프로필이 다채롭고 개성있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과학과 시각문화’라는 주제로 인공지능에 대해서 살펴보았을 때, 합성사진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우생학의 영역에서 특정 인종에 대한 공통점을 찾기 위해 소수의 얼굴 사진을 한 프레임에 중첩시킨 이미지를 보면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공통점은 찾을 수 있겠으나 그것이 모두에게서 공통되는 특징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우며 그것보다는 집중해야 할 문제점이 바로, 편견을 얻은 대신 희끄무레해진 차이점이라고 말이다. AI가 놓친 것은 자신을 진짜 다채롭게 해주는 각자 고유의 차이점이 아닐까. 

 이미지는 한 가지로만 고정시키며 다른 의미는 터지는 플래시와 함께 희끄무레하게 휘발시킨다. AI 프로필에 혹하는 것과 스노우 어플 필터에 혹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이미지를 갖고 싶고, 나의 일상에서 포착한 것들이 멋진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복잡한 욕망으로부터 기인됐을 것이다. 멋진 나와 다채로운 나를 얻으려면 당연한 수순으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숏 플랫폼이 앗아간 나의 집중력과 즉각적인 반응에 대한 기대감을 스노우 어플은 채워주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긴 시간을 들여 몸과 얼굴을 원하는 대로 가꾸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하는 일은 거추장스럽고 비효율적인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이미 도래한 일일지도 모른다. 원하는 이미지를 갖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와 필름 카메라를 찾아보고 중고품을 들여다보고 기능과 장단점을 표로 정리하는 일이 비효율적이 되었다. 그런 것들은 모두 소액결제로 대체하고 스노우에서 서비스와 기능을 누리면 된다. 다채로운 경험은 다채로운 나로 대체된다. 점점 더 짧은 시간 내에 이미지를 생성하길 원하고, 모방된 이미지를 끊임없이 인공지능으로 다시 재생산하게 되었다. 경험하는 것과 시간을 내는 일은 비효율이 되었다. 우리는 점점 더 짧아지는 시간 안에서 타임라인을 끊임없이 스크롤링하며 툭 튀어나온 어떤 것을 매만지다가 다시 스크롤링을 시작해서 사진 뷰어앱 밑에 처박는 일을 하게 되었다. 

 스노우 AI 서비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윤리적인 문제가 터져나올 시점이었다. 전문가들은 20장 내외로 선택되는 자신의 사진이 범죄에 악용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아마 스노우 AI 서비스는 이번 서비스를 통해 이례적으로 많은 얼굴사진 데이터를 학습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서비스를 하면 할수록 딥러닝은 강화될 것이다. 어쩐지 이것은 우리의 얼굴이 더 납작하게 읽힌다는 적색경보로 인지된다. 이건 비단 포토샵으로 보정된 나의 얼굴을 진짜 얼굴이라고 행세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와 무게로 느껴진다. AI가 보는 이상적인 형태로 고정해주는 나, 수많은 합성사진으로 학습한 기계가 보는 나. 필수적으로 병행되어야 하는 질문은 이런 것이다. 그런 것을 진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how to read lacan하우투리드라캉 5장 발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