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u Miu 2020/2021 Fall Collection
당신은 우아한가? 내 대답엔 왠지 자신이 없다. 우아함을 주장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는 보통 아름답고 기품 있는 사람을 우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품에 대해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만큼 애매한 단어가 없다. 우리는 무엇을 기품이라고 정의하는가? 부유한 것? 단정한 것? 정숙한 것? 기품이 가지는 이미지를 떠올리다 보니 우아함은 여성의 정체성을 구분 짓고 제한하는 단어처럼 느껴진다. 보통 우리는 고귀한 정신과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 기품이 있다는 찬사를 한다. 그런데 이 고귀한 정신이 조용하고 고분고분하고 단정한 여성에게만 허용되는 것이라면 이것은 무언가 잘못됐다. 단정한 것과는 거리가 먼 자유분방한 여성이 고귀한 정신을 가지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왜 품위는 항상 빈틈없는 옷차림과 세심하게 공들인 헤어스타일에 묶여 있어야 하는가? 우아한 여성에 대한 이런 편협한 기준은 대체 어디서 왔는가? 우아한 여성에 대한 이 폭력적인 상상과 정의는 누가 만들어 냈는가? 왜 여성의 기품은 타인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의해 판단 내려지고 구분 지어져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미우치아 프라다의 2020/2021 미우 미우 가을 겨울 컬렉션을 통해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컬렉션을 통해 우아함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고전 영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우아한 차림의 여성들이 쇼의 시작을 알린다. 마치 우아함의 정수를 보여주는듯이 가죽 벨트로 허리를 부드럽게 묶고,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하이힐 위를 걷는 미우미우 여성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들은 우아한 착장에 반하는 난폭한 스터드 장식의 부츠를 매치하는 등 반항적인 옷 입기 방식을 취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그녀들의 드레스 위에 수 놓인 보석 장식은 폭력적으로 느껴질 만큼 엄청난 양으로 제각기 장식되었다. 반항적인 그녀들은 우아하게 머리를 말아 올리고 고상한 드레스를 입은 고전적인 미우미우 여성들 속에 섞인다. 미우치아는 우리에게 묻는다. “이 반항적 여성들도 고전적인 미우미우 여성들 만큼이나 우아하지 않은가?”
쇼의 중반부는 우아함의 상징인 체크 패턴에 대한 이야기였다. 고전적 체크 패턴은 반항적인 보석 장식, 의도적으로 미스-매치된 듯한 리본 장식과 함께 변주된다. 체크에 대한 변주는 더욱 대담해져 몸에 달라붙는 섹시한 체크 보디수트와 카디건의 매치로 이어진다. 우아한 캣 우먼! 미우치아는 한 번 더 묻는다. “이 대담한 캣 우먼들은 고전적 미우미우 여성만큼이나 우아하지 않은가?” 미우치아 여사의 이런 물음 앞에서 우아함에 대한 고정적 정의는 모호해져 갔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우리의 고정관념 속 존재하는 우아함의 상징들을 비틀고 재해석하여 우아함을 재정의 내렸다. 우아함에 대한 고정관념은 완벽한 여성상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 냈는데, 그 과정에서 완벽함의 기준에 들지 못한 여성들은 배제당하고 여성으로서의 가치를 박탈당했다. 그 폭력적인 정의 속에서 배제당한 여성들은 체크 패턴 바디 수트의 캣 우먼처럼 섹시했으며 난폭한 스터드 장식의 부츠처럼 강인했다. 그것은 현실 속 모든 여성을 어우르는 진정한 우아함이었다. 이제 그 현실 속 여성들은 분노를 표출하듯 아이라인을 높게 그리고 형형 색색의 보석 드레스와 전투 부츠로 무장한다. 그리고 기존의 고전적 여성들 틈에 섞여 여성을 억압하던 우아함에 대한 폭력적 정의의 파괴를 시도한다. 컬렉션이 막을 내리고, 우리는 다시 묻는다.
컬렉션 속의 모든 여성들은 우아한가? 그렇다!
이미지 출처
Vogu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