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선도로에서 빠져 다른 도로로 들어가는 나들목 구간은 늘 긴 줄이 생겨난다. 올림픽대로를 이용해 동쪽으로 움직이다가 이수 교차로 방면으로 빠지는 나들목이나 동부간선도로에서 성수대교로 진출하기 위한 용비교 구간은 많은 이들이 그 고통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나들목에 정상적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다 보면, 하염없이 도착 예정시간이 늘어나기만 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 대열의 끝에는 의외로 차량이 2~3초마다 한대씩 빠져나가고 있는데도 때로는 1킬로미터 이상의 긴 줄이 생겨나기도 한다. 인풋과 아웃풋이 맞지 않는 것이다. 이 정체의 가장 큰 원인은 막판에 끼어드는 기회주의자들이다.
아웃풋은 2초에 한대라 할지라도, 길어져 버린 대열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여기저기 끼어드는 차량의 인풋이 이 아웃풋에 못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회주의 인풋이 정확히 2초에 한대라면 정상적으로 줄을 선 사람은 영원히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1km 대열에 100대의 차량이 들어 있고, 출구에서는 2초마다 차량이 한대씩 빠져나가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다. 이 경우, '기회주의적' 끼어들기 차량의 발생 빈도가 증가됨에 따라 정상적으로 참고 기다리는마지막 차량의 대기 시간은, 이 대열에 3초에 한 대 정도의 끼어듦이 발생하는 모델에서는 이미 한 시간을 넘기게 된다. 비오는 금요일 저녁, 이수 교차로 방면으로 빠지는 나들목에서 실제로 30분 넘는 시간을 허비한 경험과 비슷한 꼴이다.
이 대열에서 10초에 한대가 끼어들면 마지막 차량의 통과시 까지의 대기 시간은 256초에 불과하지만, 3초에 한대가 끼어들면 무려 3,853초가 된다.
어디든지 출구에 조금의 줄이 생기기만 하면 기회주의자가 들끓는 현상은 줄이 더욱 길어지게 하고, 기회주의에 가담하는 사람들이 더욱 들며, 결과적으로 법규를 지키는 사람의 고통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된다. 기회주의에 대한 처벌 가능성이 낮고, 설령 처벌되더라도 약간의 벌금/과태료만 내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관습도 문제일 것이다. 예상되는 손실 기대값(처벌 금액 * 확률)을 30분이라는 시간과 비교하면 너무 하찮은 것이다.
생각보다 기회주의는 만연하다. 대열에서 운전석 차창을 슬쩍 내리고 기회주의 차량의 발생 빈도를 보면, 정말 여기저기서 꿀을 발라놓은 긴 테이프에 파리가 꼬이는 모습처럼 착착 달라붙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들목에서의 출력이 2초에 1대라고 가정하고, 대열로 3초마다 한 대씩 기회주의 차량이 끼어든다면, 6초 동안 이 대열에서 빠져나가는 차량은 3대, 6초간 이 대열에 더해지는 기회주의 차량은 2대가 된다. 따라서, 줄 끝에서 기다리는 차량은 전체 출력 차량의 1/3에 불과하게 된다.
이쯤 되면,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은 바보가 되는 것이다.
이 한가지 단면은,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과 아주 잘 매치되는 것 같다.
기회주의가 우대받고, 이익은 사유화하며, 피해는 공동에게 전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