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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갠 날 성혜 Mar 26. 2024

주민의 뜻을 담아 새롭게 태어난 ‘일동 라스베이거스공원

우리가 사는 마을에 공원은 어떻게 만들고 정비되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주민 설명회나 간담회를 통해 설계 방향이 공유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예산이나 집행을 하는 행정 관례대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관례를 깨고 안산시 일동 라스베이거스공원은 디자인부터 시공의 작은 부분까지 주민들과 같이 협의의 과정을 통해 재조성 되었습니다. 

협의 과정을 거치면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고, 주민들이 사는 곳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됩니다. 공사 도중에 생기는 민원도 해결이 쉽고 행정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주민 간의 공감대 형성도 잘 됩니다.      

안산시 일동에 동네 중앙에 일동공원이 있습니다. 일동 공원은 1985년 도시계획으로 조성되었습니다. 공원은 남, 북으로 각각 중학교와 초등학교가 맞닿아 있고, 서쪽으로는 ‘일동 청소년 문화의 집’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공원은 등하굣길일 뿐 아니라 놀이와 활동의 중심이 되는 공간입니다. 일동공원의 별칭은 라스베이거스공원으로 주민들은 ‘라베’라고 친근하게 부르고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라스베이거스공원은 안산시가 198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자매결연을 하면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자매결연을 계기로 나라 간 교류를 기념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는 안산시 스타파크를, 일동에는 라스베이거스공원을 조성했습니다. 일동 라스베이거스공원에는 그런 내용을 담은 구조물과 함께 라스베이거스에 많다는 참나무 등 100여 그루가 넘는 나무가 1995년 심어졌습니다.

이후 일동 라스베이거스공원은 20년을 주민과 같이하면서 나무들은 아름드리로 자랐지만, 체육기구, 등나무 벤치, 정자 등의 시설은 노후가 되었습니다. 기념 구조물도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변하고 칠이 벗겨졌습니다. 나무들도 아름드리로 커지면서 산이 아닌 공원 둔덕에 뿌리를 내리면서 뿌리가 지면으로 많이 노출되었습니다. 그 위로 사람들이 다니면서 길이 만들어져 군데군데 팬 곳이 있어 위험했습니다. 낡은 조명 시설로 어두운 공원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도 많았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2016년에 일동 주민참여예산 지역 회의를 통해 ‘일동 라스베이거스공원 재생 제안서’를 내면서 공원 재생에 관심 있는 주민들과 단체들이 모여 ‘일동 공원 재생추진단’을 꾸렸습니다. 

‘일동 공원 재생추진단’은 여러 차례 동네 주민들과 청소년들을 함께 만나 의견들을 모으고, 설문을 받고, 다른 지역에 견학도 다녀왔습니다. 각종 자료를 모으고 시청 담당 직원 간담회, 업체와의 확대 간담회 등을 통해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을 넣은 ‘일동 라스베이거스공원 재조성’ 계획 초안이 만들었습니다.

원하는 모습대로 일동 라스베이거스공원 재조성이 되리라 생각했던 주민들에게 예상치 못했던 문제 때문에 계획안대로 공원 조성이 어렵다는 설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땅 일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유이기 때문에 안산시 단독으로 변경이 어렵고, 변경하려면 안산시가 토지를 매입해야 했습니다. 당장 예산이 없어 일정을 미루어야 하고, 미룬다고 예산이 확보된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었습니다. 원안대로 공원의 형태를 재조성 할 경우 안정적으로 뿌리내린 나무를 옮겨 심는 과정에서 30년 자란 나무들의 많은 부분이 훼손되고 복구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민들의 낙심과 반발이 심했습니다. 담당 공무원이 그런 상황도 파악 안 했냐는 비난부터 예산 확보를 무조건 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민까지 있었습니다. 나무 이식 문제의 심각성과 예산 확보의 어려움에 대한 여러 차례 설명회와 7회 차에 거친 협의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추진단의 주민들, 담당 공무원, 시공사와 일정을 맞추고 세부 내용을 조율해 가는 과정에 많은 품이 들었습니다. 주민추진단과 담당 공무원이 내용을 조율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시공사가 예산과 공원의 상황에 맞춰 설계하고, 다시 해당 공무원이 변경된 설계도를 가져와서 주민과 공유하고, 이견 조율을 거쳐 시공사가 재설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주민들이 처음에 꿈꾸고 구상하는 공원의 형태로 되지는 않았지만, 긴 시간 주민들에 관심과 행정의 노력으로 아이들에게는 아이누리라는 어린이 놀이터를, 청소년은 농구장과 풋살 경기장을, 어른들은 새로운 운동기구를 설치했습니다. 새로이 조성된 공원은 전 세대가 필요한 요소를 넣어 함께 이용하는 공원이 되었습니다. 공원 조성을 위해 애쓴 주민추진단의 지속적 관심과 행정의 계속된 협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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