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를 털고, 다시 첫 문장을
벗들과 글을 쓰고 나누면서 브런치 작가 하면 좋겠다는 말을 툭 던졌다. 내 글을 쓰고 나눌 수 있는 책방을 만드는 일이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 도움으로 ‘브런치 입문하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기소개 글과 두 편을 쓰고, 2024년 3월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오픈한 내 브런치 책방은 글 세 편이 전부였다. 직장을 핑계 삼아 글을 미루며 일 년을 흘려보냈다. 언제든지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뿌듯했지만, 쓰지 못한다는 조급함도 있었다. 올해 3월에 퇴직했다. 바쁘다는 이유가 사라졌는데도 여전히 내 책방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내 글에 완성도를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글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 쓰기를 주저하게 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굳이, 왜 써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오늘, 지인이 은유 작가의 《다가오는 말》에서
"쓰고 싶으면 빨리 쓰세요. 작가는 쓰는 사람이지 쓰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라는 구절을 톡방에 올렸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더 이상 물러나는 것은 다 핑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쓰는 사람이며, 내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이다. 내 경험을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로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이제 먼지를 떨고 책방 문을 연다. 이제 커피 향을 벗 삼아, 첫 문장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