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이주를 결정하다.
나는 변화를 싫어한다.
항상 가던 식당을 가고, 항상 같은 브랜드의 옷을 사고, 항상 가던 길을 가는 걸 좋아한다.
무언가 달라지면 마음이 극도로 불안해지고, 그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모험을 하는 것을 싫어하고, 현재에 안주하는 안정된 삶을 추구한다.
그런 내가, 아이들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도 꼬박 하루는 가야 하는 먼 곳으로의 이사를 결정했다.
근 이십 년을 살던 괌을 떠나, 캘리포니아의 샌디에이고로!
샌디에이고와의 첫 인연은 2016년 미서부 가족여행에서였다.
샌프란 시스코에서 시작해 라스베이거스와 애리조나를 거쳐 엘에이와 샌디에이고를 돌며 여행하던 그때,
우린 처음 만난 샌디에이고에 한눈에 반해버렸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완벽한 날씨와, 안전하고 깨끗한 도시. 너무 번잡스럽지도 않고, 너무 지루하지도 않은 모든 게 딱인 그런 곳.
미국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라는 말에 어울리는,
이곳이라면 우리도 한번 살아보고 싶단 생각이 드는 도시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금, 우린 이곳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 괌에서 태어나 쭉 살아온 나의 아이들.
한 학년이 고작 30-40 명 정도인 사립학교를 벗어나 보지 못한 순진하고 연약한 나의 아이들.
이 아이들이 과연 한 학년당 800명이 넘는 퍼블릭 스쿨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본인들이 몹시도 가기를 원해 결정한 이사지만, 막상 가서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지?
매일 밤을 고민하고 걱정하고 기도하며 지새웠다.
하지만 우린 모험을 결정했고,
지금 바로 그 시작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