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쓰고, 만들기.
그러고 보니 난 그동안 쉼 없이 일해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해 결혼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비즈니스를 하고... 그렇게 지내온 세월이 이십 년을 훌쩍 넘는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게 살며 늘 휴식을 꿈꿔왔다.
이곳 샌디에이고로 이사를 결정하면서, 당분간은 일을 하지 않고 연말까지는 전업 주부의 삶을 살아보겠노라 선언하고 이사온지 이제 두 달 남짓...
내게 하루 종일 자유로운 시간이 생긴다면,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김치도 담가보고, 백 야드에 각종 야채를 심어 텃밭도 가꾸고, 아이들에게 눈에도 입에도 완벽한 요리를 매일 만들어 줘야지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아직 저 중에 해본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간 이삿짐 정리와 새로운 곳으로의 적응에 정신없었고, 아이들 개학과 더불어 학교 스케줄에 신경 쓰느라 뭔가를 여유 있게 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심지어, 일할 때보다 지금이 더 바쁜 거 아닌가? 싶었으니까.
은행계좌를 오픈하고, 카드를 만들고, 각종 멤버십 카드를 만들고,
완전히 비었던 집의 곳곳을 채우는 일은, 이사 오기 전 집을 비우는 것만큼이나 힘든 노동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니 모든 게 제자리를 찾고 이제 이렇게 글을 끄적일 여유가 생겼다.
이 소중한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지.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요리도 하고, 꽃도 심고....
기대되는 나의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