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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 광 Nov 08. 2021

내 안에 나를 보았다

엄마가 사라지면서 시작한 글쓰기가 막을 내렸다. 세세한 부분은 경험이 부족한 탓에 최대한 찾아보고 도저히 그려낼 수 없는 부분은 도려냈다. 아침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막장 이야기이지만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여인네들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보고 싶었다.


은희 이야기는 실존 인물인 나를 모티브로 그려내 보았다. 집 나간 엄마를 대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던 기억, 그런 엄마가 미우면서도 아빠한테 당하는 엄마가 안쓰러워 눈물 흘렸던 기억, 집 없는 설움을 온몸으로 받아낸 엄마를 대신해서 주인 할머니에게 했던 복수, 철없고 아픈 기억들 뿐이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피 같은 교훈이다.


인생은 돌고 도는 거라 엄마가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은 엄마가 된다.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사랑을 주는 법을 몰라 애타 하고, 받지 못한 사랑을 그대로 대물림하는 이도 있다. 대물림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평화롭고 평온한 가정을 만들고 싶었고 좋은 엄마가 되려고 공부했다.


분명 은희 이야기는 추억하고 싶지 않은 뼈 아픈 기억이고 치부이다. 엄마가 사라지는 장면은 처음 키보드를 두드릴 때 주춤하게 만들었지만 거침없이 썼던 부분이기도 하다. 풍부하지 못한 상상력에 발목이 잡히지만 어쩌면 쓰라린 경험이 세 여자의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은 이해는 하지만 용서하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럼에도 살아갈 만한 이유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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