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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 광 Jan 08. 2022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고전이나 인문학, 철학적 사상이 나오면 겁부터 난다. 왜냐고? 어렵고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한글인데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떨리고 두려운 이 심정을 그 누가 알겠는가.

경상도 버전으로 '니 꼬라지를 알아래이'로 유명한 그리고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소크라테스. 이 사람을 우리는 작년 옆집 형으로 만날 수 있었다.



♬♪♩아~~테스 형~♪♪세상이 왜 이래♬왜 이렇게 힘들어♬♪♩



바짓가랑이 붙들고 참 많이도 불렀더랬다. 지금부터 옆집 형 같은 소크라테스와 함께 고속 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준비됐나? (니만 준비하모 된다.)





SOCRATES EXPRESS

인생에서 길을 잃는

수많은 순간마다

이 철학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ㅣ 김하현 옮김


"철학은 삶의 각 단계에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2020 아마존 베스트 논픽션

2020 NPR 올해의 책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에릭 와이너와

함께 떠나는 철학자행 특급 열차!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고, 루소처럼 걷고, 소로처럼 볼 수 있을까

간디는 어떻게 싸웠을까, 에픽테스토가 역경에서 벗어난 방법은 무엇일까

노화와 죽음에 대해 보부아르와 몽테뉴는 뭐라고 했을까


지혜를 사랑했고, 그 사랑이 전염성을 품고 있었던 열네 철학자들

그들의 말과 생각이 우리에게 천천히 기차의 속도로 다가온다.





창을 열고 풍경을 감상하는 남자, 맞은편엔 주인 따라온 개 한 마리 (바람을 느끼는 듯하다), 바람결에 날리는 커튼. 급할 것 하나 없는 긴 열차.

표지를 쫙 펼쳐보았더니 초원을 달리고 있는 열차가 상상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겉표지를 벗겨내니 초록색 바탕에 긴 열차가 그려져 있다. 빨간 머리 앤이 커스버트 남매의 집으로 타고 온 기차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서두르지 말고 어렵게 생각하지도 말고 천천히 그들의 사상이 내 안으로 스며들었으면 한다. 그들처럼 말하고 그들처럼 생각할 수 있기를. 표지를 보며 굳은 결심을 하게 된다.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스마일 상징'이 등장한 1963년에 태어났으나 우울하고 심술 많은 기질은 버리지 못한 에릭 와이너. 뉴욕 타임스 기자로 근무했으며 세계적 언론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 NPR(National Public Radio)의 해외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스탠퍼드 대학에서 나이트 저널리즘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슬레이트, 뉴 리퍼블릭 등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이제까지 인생의 대부분을 뉴델리, 예루살렘, 도쿄 등을 근거지 삼아 30개국이 넘는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연재해, 질병, 쿠데타 등에 대한 기사를 썼다.

와이너는 현재 NPR 워싱턴 지사에 근무하며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거실과 부엌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생활을 하고 있으며 밤늦게 서재에서 아내 몰래 포르노 사이트가 아니라 가방 사이트를 뒤지는 취미 덕분에 64개의 가방을 소장하고 있다. 지금의 삶은 대체로 행복한 듯하다. (교보문고 작가 소개 참고)





목차를 보면



1부 새벽



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

2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

3 루소처럼 걷는 법

4 소로처럼 보는 법

5 쇼펜하우어처럼 듣는 법

--> 아침잠이 많은 나 같은 사람을 염두에 두고 쓰지 않았을까 싶다. 이불을 박차고 나와 '아, 내가 이 새벽에 왜 일어나야 해?'라는 의문을 던지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걷는다. 어? 어제와 다른 오늘이 보인다. 만물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들을 준비가 되었다.



2부 정오



6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7 시몬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8 간디처럼 싸우는 법

9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

10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 점심까지 배불리 먹고 나른한 오후 졸음은 쏟아진다. 그냥 아무 데나 누워버리고 싶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데 상사는 자꾸 갈군다. 화내지 않고 그들에게 관심과 친절을 베푸는, 작은 것에 감사하고 나른한 오후를 화내지 않고 즐기며 보내는 지혜로운 방법을 알려줄 것처럼 들린다.



3부 황혼



11 니체처럼 후회하지 않는 법

12 에픽테토스처럼 역경에 대처하는 법

13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14 몽테뉴처럼 죽는 법



--> 역경이 닥쳐와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나이 드는 일은 인생이 레벨 업되는 일이니 슬퍼할 일이 아니다.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는 희망의 황혼을 보여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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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아버지의 죽음을 아주 생생히 기억한다. 삶의 끈을 놓지 못해 잠까지 포기하며 아버지는 뜬 눈으로 기나긴 시간을 보냈다. 끝내는 자신의 손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태초의 모습을 며느리에게까지 보이며 짧지 않은 고통의 나날들을 태워갔다. 말끔하게 수의를 입고 있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이젠 더 이상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주무시고, 훗날 내 할 일 다 끝내고 갈 테니 그때 꼭 다시 만나자고 아버지 손을 붙잡고 울었다. 나는 그때 죽음이 모든 고통의 끝이라고 생각했다. 본인에게도, 자식들에게도. 그런데 후회만 남았다. 고통 속에 살다 간 아버지가 불쌍하고 병수발에
지쳐 아픈 사람에게 짜증만 냈던 것이 미치도록 미안했다.

나는 아주 잠깐이지만 행복하게 죽는 법을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망자에게도, 남은 자에게도 미안하지 않는 죽음을 말이다. 흔히 호상이라고 말하는 죽음을 잠자듯이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말한다. 몽테뉴가 말하는 죽음이 내가 고민했던 행복하게 죽는 법일까?







#아무리바빠도매일글쓰기

#소크라테스익스프레스

#에릭와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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