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임신 후 처음으로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었다. 2월이라 쌀쌀한 날씨에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었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본다는 설렘과 동시에 혹여나 코로나에 걸리진 않을까 약간의 불안도 있었다.
전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가는 길.
갑자기 배가 아주 약간 움직인 느낌이 들었다. "설마 이게 태동인가?" 싶었지만 마치 배가 아플 때 꼬르륵거리는, 정말 미세한 움직임이어서 기분 탓인가 싶었다.
친구들과 品川(시나가와)의 호텔에서 アフタヌーンティー(애프터눈티)를 즐겼다. 맛있고 보기에도 이쁜 음식들. 그동안 입덧으로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 같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임산부 혈당검사를 앞두고 있어 혹시 당 수치가 오를까 봐 조마조마했었다. 뭐든지 하나하나 조심하게 되는 임산부의 어쩔 수 없는 숙명...
ポン!(퐁!)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 갑작스레 배 안에서 마치 주먹으로 툭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틀림없이 태동이었다. 태동은 솜사탕처럼 폭신폭신하고 부드럽고 간질간질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느낀 태동은 순간 깜짝 놀랄 정도로 꽤 힘 있고 강렬했다. 그때 경험한 첫 태동의 신비로운 느낌과 당시의 감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임신 9개월 차인 지금은 매일 태동을 느끼고 있다. 첫 태동 이후 나날이 태동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 역시 세지고 있다. 솔직히 아플 때도 있다. 단순히 발차기만 하는 게 아니라 몸 전체를 움직여서 위치를 바꾸기도 하고 기지개도 켠다.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기도 하고 "아기가 이렇게 민첩한가?" 싶을 정도로 팔다리를 엄청난 속도로 바둥바둥거리기도 한다.
그리고 매일 3-4번은 딸꾹질을 하는데 딸꾹질을 하면 딱 그 자리만 뿅뿅하고 배가 움직인다. 귀엽다. 가끔씩 내가 상상했던 솜사탕 같은 부드러운 터치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아주 힘세고 격하다. 특히나 자기 전에 제일 많이 움직이는데 위에서 말한 움직임들이 연속해서 마구마구 일어난다. 아주 정신이 없다.
그래도 태동을 느낄 때마다 아기가 건강하게 잘 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 되고 기쁘다. 최근 들어서는 가만히 움직임이 없다가도 내가 배에 손을 얹으면 손을 얹은 그 부분만 톡 하고 움직여준다. 마치 나와 대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럴 때마다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출산을 하고 나면 이 태동도 더 이상 느낄 수 없겠지 하는 아쉬움이 생겼을 정도다. 임신을 하고 나서 내 삶의 큰 보람이었던 유튜브도 쉬어야 했고, 입덧이나 요통 등으로 신체적으로도 많이 힘들고, 때로는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우울감이 나를 덮치는 날도 있었지만 태동을 느낄 때마다 그 힘듦을 매번 보상받는 것 같다.
아기가 태어나면 배로만 느꼈던 이 수많은 사랑스러운 움직임들을 내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되겠지. 어서 보고 싶다 아기야. 물론 임신 37주 이후에!
ポンポン、グニュグニュ、ブルブル••• あなたのすべての動きが愛おしくてたまらないよ♡ 思う存分いっぱい動いてね! (퐁퐁, 꿈틀꿈틀, 부르르... 너의 모든 움직임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마음껏 많이 움직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