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레벨업(윤영주.창비)
* 마지막 레벨 업(윤영주.창비)
고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을 이야기를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독서력 차이도 나고, 관심사가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학급 전체 아이들과 읽으려면 남녀가 모두 좋아하는 소재를 다루고, 함께 머물러 생각해볼 질문이 많이 담겨 있는 책이어야 한다. 윤영주 작가의 첫 책『마지막 레벨 업』을 읽으면서 ‘이 책이라면 교실에서 함께 읽을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 선우는 현실에서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힘센 아이로부터 돈을 빼앗기는 신세이다. 하지만 게임 세상인 판타지아에서는 근육질에 멋진 외모를 가진 ‘지존용사’로 괴물과 싸운다. 또 다른 주인공 원지는 판타지아에서 사는 아이이다. 원지의 아버지이자 판타지아 개발자인 하상민은 교통사고 후 원지를 게임 속에서 죽지 않고 살게 만들었다. 현실의 도피처인 게임 세상에 점점 빠져드는 선우, 그런 선우가 원지를 통해 ‘진정 살아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게임으로 얻을 수 없는 현실 세계가 주는 실재감의 가치를 깨우친다.
작가는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의 고민과 마음을 존중하면서 중요한 질문을 놓치지 않고 던진다. 게임과 현실을 오가는 선우와 게임 속에만 머무르는 원지. 두 아이의 만남을 통해 오감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변화를 경험하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의 가치를 알려준다. 게임에 빠지는 선우를 통해 게임 중독에 빠진 모습이 어떠한지도 살필 수 있다. 게임에 끌려가던 선우가 원지와 함께 게임 세상을 뒤엎을 때는 통쾌함도 느껴진다. 원지가 아빠의 뜻대로 게임 세상에서 불멸영생하지 않고, 소멸을 택하는 모습에서는 ‘내가 주인인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선우, 원지, 원지 아빠 등 각 인물마다 자기만의 서사가 있다. 인물의 심리, 고민, 선택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아이들과 몇 시간은 떠들 수 있겠다. 그만큼 인물이 입체적으로 잘 만들어졌다. 게임 세상을 눈에 보이게 구현해서 독자가 선우와 원지를 따라 실제 게임 속을 누비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남학생, 여학생 구분 없이 좋아하며 읽을 이야기다.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가 많으니 어른도 좋아하겠다.
“선우야, 나는 네가 부러워. 너한테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다칠 수도 있고,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나는 말이야. 꽃이 시드는 세상이 부럽고, 배고픔을 느끼는 네 몸이 부러워. 너는 성장할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고, 선택할 수 있잖아. 하지만 나는…….”
게임 세상에서 사는 원지가 선우에게 하는 말이다. 이런 문장이 담긴 책이라면 아이들과 읽지 않을 수 없다. 소재, 주제, 구성면에서 고루 우수하다. 책 좋아하지 않는 고학년 남학생들에게 걱정 없이 권할 수 있는 책이다.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