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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DOC Mar 01. 2022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좋게하는 것.

새청년 프로젝트 : 인트로

240일동안 글을 쓰지 않은 이유

    요가에 대한 글로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고 첫번째 브런치 북을 발간한 뒤 약 8달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가 여럿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시간과 에너지가 없었다기엔 잘만 놀러다녔다. 오랜만에 휴일을 맞아 생각해보았다. 그냥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브런치 북을 발간하고 나서야 알게된 사실인데, 조회수가 급격하게 상승한다. 천 단위 조회수는 처음이었다. 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읽어준다는 것은 감사하지만 덜컥 겁이 났다. 그럼에도 다시 글을 쓰려고 한다.



    지난 2월 대학교를 졸업했다. 이제 정말 취준생이 되었다. 남은 건 실전 뿐이라고 생각하니 좋은 결과를 낼 자신이 없었다. 자취방을 빼고 본가로 돌아오면서 아르바이트도 정리했기 때문에 생활비를 벌 새로운 일자리도 구해야 했다. 그래도 군대를 포함해서 6년 남짓의 시간 동안 머물렀던 학교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니 홀가분했다. 졸업 후에는 SSAFY 7기에 합격해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다. 타이트한 커리큘럼으로 공부도 시켜주면서 생활 안정 지원금도 지원해주므로 내게는 정말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사실 커리큘럼도 좋았지만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생활 안정금을 지원해주는 점이 정말 컸다. 대학교를 벗어나면서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졸업 학기에는 뜻깊은 사건들이 많았다. 오래 전에 연락이 끊겼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다시 연락이 와서 만날 수 있었고, 사명감을 가진 멘토분을 만나 진로 설계에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공동체와 가치를 쫓는 삶이 주는 유익에 대해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위의 내용들을 앞으로의 글들에 차차 소개할 예정이다.

    지난 대학 생활을 돌아봤다. 

    스무살부터 스물 중반이 되도록 내가 속했던 곳이다. 스무살 초반에는 술에 쩔어 살았다. 체력과 지갑이 허락하는 한 주말은 항상 술에 취해있었다. 그게 마냥 좋았던 시기였다. 그러다 군복학을 하고 나서 부랴부랴 학점을 복구했고,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좋아지게 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나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은 무엇일까? 내 마음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채워주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이전의 나는 걸핏하면 밤을 세우기 일쑤였다. 그러다 충동적으로 맥주를 사와 들이키고, 그게 인생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어린 생각이었다. 가장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쾌락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순간의 즐거움 뿐이었다. 그 때 당시 내가 즐거움을 얻는 방법은 돈과 체력, 시간, 건강을 소모하면서 어떤 가치를 재생산하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야 할 수 있는 말이다.

    이제 술 대신 커피를 마신다. 무리하게 약속을 잡지도 않는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필요 이상으로 매몰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또 '나를 좋게 만드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가끔 친구와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고막을 때리는 노래를 들으며, 하릴없이 멍을 때린다.

커피 맛의 다양성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즐거움!

    식습관과 생활 패턴도 바꿨다. 보다 덜 자극적인 음식, 덜 자극적인 조명, 새벽이 오기 전에 잠들고 7시에 되기 전에 기상한다. 이전에는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음식같은 생활이었다면 지금은 소스 없이 먹는 샐러드 혹은 죽처럼 밍밍한 오트밀 맛 생활이다. 이런 생활은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다. 자극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원하는 다른 작업에 사용할 수 있다는 선택권이 생겼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2015년의 내가 나를 2022년의 나를 본다면 '정말 재미없게 사는구나. 사회 생활이란 저런 것인가..'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생활이 꽤 마음에 든다. 매일 휘몰아치는 시간을 보내고 정신없이 사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지속가능하고 다양한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앞으로의 글들에는 지금의 삶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면서 변화되는 습관들을 기록하려고 한다. 자존을 쌓는 스몰 루틴, 책임감을 가지고 가꿔야하는 여러 삶의 부분들,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가치들 같은 것들 말이다. 바라건데 나의 모든 글들이 허세나 과장 없이 담백했으면 좋겠다. 솔직하게, 진실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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