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 존중되고, 다름이 받아들여지는 사회를 향하여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6개월 앞두고, 각종 난타전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신사적인 정치인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정책 검증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사적인 공세가 반복되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에게도 피로감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는 비단 여의도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도 진영, 이념, 정당, 종교 등의 다양한 이유로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차별하고 혐오한다.
특히나 코로나19의 발발로 인해 서로 간의 접촉과 대화가 어려워지면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 결과 코로나19가 뿌린 '오해'의 씨앗이 자라서, 사회구조적 '불신'과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라는 열매를 맺었다. 중앙일보·엠브레인퍼블릭·국가인권위에 따르면, 혐오표현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은 68.2%로 2019년에 비해 4%P 증가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배제, 혐오의 풍조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왜 우리는 협력보다는 투쟁을, 포용보다는 배척을,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보다는 이기적으로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는 태도를 택한 것일까? 무엇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인 걸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투명한 정보의 부재, 그리고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와 같은 뉴미디어의 발전은 전 세계의 여러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게 해 주었지만, 사실이 아닌 정보도 빠르게 퍼질 수 있게 만든다. 가짜 뉴스는 사실을 왜곡하고, 상대의 생각을 악의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이를 접한 사람들은 상대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 가짜 뉴스가 네 편 내편을 나누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부도덕하고 불합리하다고 믿도록 강제한다.
거짓으로 왜곡된 정보를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찾게 되는 확증편향이 강화되어 '진실'을 믿지 않게 되고, 이는 소통의 부재로 이어진다. '진실'이 아닌 각자의 머릿속 제각기의 '왜곡'과 '편향'에 근거해서 대화를 하려고 하면, 당연히 서로의 의견을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렵고, 결국 대화는 지속되지 못한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우리는 점차 공고한 장벽을 형성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장벽 안에서 편안함을 누리며 살아가고, 누군가 장벽을 부수고 들어오려고 하면 강하게 저항한다. 장벽 속 편안함에 만족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더 이상 장벽을 세우고, 장벽 속 생활이 주는 편안함에 취해서 안주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기준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더라도, 그 주장을 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조건 상대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하나의 의견으로써 존중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그 주장의 타당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내가 무의식에 세운 장벽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면 그 장벽을 과감히 무너뜨리고, 타인과 화합하는 꽃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스스로를 격렬한 토론의 장으로 내몰아서 본인을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면 할수록 서로의 차이를 포용하게 될 거예요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에 등장하는 도시의 팝스타 '가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가 마음속의 장벽을 걷어내고, 다른 사람을 좀 더 이해하려고 한다면 다양한 의견 가득한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며,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고, 활발한 소통과 협력은 더욱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간다. 서로 간의 차별, 배제, 혐오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공감하며, 상대의 얘기를 귀담아듣고,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들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그렇기에 똑같은 모양과 똑같은 색깔의 과일이 담긴 과일바구니보다, 다양한 기후와 지역 환경에서 자란 서로 다른 색을 지닌 과일이 들어있는 과일바구니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앞으로 우리 모두가 각자의 특성을 지니며 하나로 어우러지는 형형색색의 과일바구니가 되었으면 한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다르면 다를수록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특별하다. 그래서 재미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가 똑같은 가방을 메야하고 모두가 똑같은 구두를 신어야 하고, 모두가 똑같은 춤을 춰야 한다.
그런 우리나라는 특별히 큰 재앙을 맞이 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철새는 조류독감에 강하다. 왜냐하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닭장 속의 닭들은 조류독감에 거의 몰살한다. 왜냐하면 서로 거의 복제 수준이기 때문이다. 유전적 다양성의 고갈은 심각한 문제이다. 세균과 바이러스의 공격에도 취약하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의 우리 모습을 관찰해보면, 어쩌면 코로나19의 힘듦도 닭장 속의 조류독감 같은 거 아닐까?
(C) 2021.09. 조준형 씀. All rights reserved.
*위 글은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로 등록된 글로서, 원작자는 작성자인 조준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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