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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당연필 Aug 07. 2021

#7 사업은 하나부터 열까지

도자기의 빛깔은 뜨거운 가마 속에서 오래 구워진 다음에야 완성된다.


 회사는 다양한 부서가 존재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생산팀, 공장을 고치는 공무팀, 제품을 판매하는 영업팀, 브랜딩을 담당하는 마케팅팀, 물건을 구매하는 구매팀, 재무를 담당하는 회계팀, 미래를 계획하는 기획팀 등 모든 팀들이 조화를 이루고, 각자의 이익을 추구해 균형을 맞춰가며 톱니바퀴처럼 굴러간다.


 사업을 할 땐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약점을 보완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강점은 잘하고, 재미도 있어 성장속도가 빠르다. 아내는 학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수에 약하다. 아내의 약점이다. 약점은 내가 보완하기로 했다. 난 경영학과는 아니지만, 회사를 다니며 엑셀을 다루다 보니 숫자가 눈에 잘 들어온다. 아내는 본인의 강점인 디자인, 마케팅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내는 실행력이 빠른 사람은 아니다. 최선의 선택을 위해 늘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선택한다. 해야 할 일은 태산인데 결정이 빠르지 않으니 오픈 시간은 다가오지만 일은 밀린다. 가게 이름조차 결정된 것이 없다. 여러 후보들을 만들었지만, 딱 마음에 드는 게 없어 보인다. 명함도 만들어야 하고, 가게 이름을 정한 후 간판도 제작해야 한다. 홍보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인스타그램을 해야 하나, 네이버 블로그를 해야 하나 결정해야 한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제대로 완성한 것은 하나도 없다.


 성격 급한 나는 아내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답답한 마음에 아내를 재촉하지만, 재촉한다고 아내가 결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진 않는다. 그저 부부 사이에 다툼만 잦아질 뿐이다. 아내의 결정이 느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아내는 늘 이유가 있는 사람이다:) 가게의 이름이 발음하기 쉬운지, 자신이 생각하는 가게의 이미지와 부합하는지 등 내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가게의 이름은 여러 가지 후보가 있었다. 웜 앤코지, 마노하 등 나에게 의견을 물어본다. 로고까지 고민한 후에 결국 이름을 정했다.


Warm Breeze


 한글로 번역하면 따뜻한 산들바람이란 의미다. 아내는 본인이 왜 꽃집을 여는지 늘 질문했다. Warm Breeze는 꽃집을 운영하며 손님들에게 예쁜 꽃다발과 건강한 식물만이 아닌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내린 답이다.


 꽃다발은 마음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야근과 상사에게 치이며 생계를 위해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말이 안 통하는 아이들이나,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을 키우며 지친 부모님, 내 옆을 지켜주며 함께 인생을 만들어가는 연인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아내는 수단에 아내의 마음도 담고자 한다.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이 조금 더 따듯한 바람처럼 함께 전달되길 원했다. 날개를 펄럭이며 꽃을 향해 비행하는 나비와 같이.



 아내 내면에 끊임없이 질문한 질문의 답이 정해지고, 남은 일들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명함을 디자인하고, 포장지를 선택하고, 간판을 정했다. 우리는 내면에 다양한 질문을 품고 있다. 도자기는 뜨거운 가마 속에서 오래 구워져야 한다. 질문도 내면의 가마 속에서 오랫동안 구워져야 한다. 그래야 아름다운 빛깔이 나타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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