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없이사업 시작하는 방법!
아내와 나 모두 인테리어는 처음이다. 상가 계약금을 보낸 후부터 아내는 밤에 잠을 안 잤다. 아니 못 잤다. 아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힐끔힐끔 쳐다보면 아내는 늘 인스타그램에서 뭘 검색하고 있었다. 아직 계약금만 보낸 상태여서 많은 돈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사업을 할 때 투자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많이 갖고 있어 보였다.
아내가 꽃집을 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허락한 이유 중 하나는 투자비가 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하는 일 중 하나는 투자 작업이다. 투자를 하면 수 억 원씩 되는 설비를 구매하기도 하고, 수 천만 원 수준의 공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몇 천, 몇 백만 원은 적게 느껴졌다. 물론 난 만 3년도 안된 직장인이고, 우리 수중에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결혼 후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통장잔고는 정확히 0이었다.
(신혼여행하니까 생각나서 급 신혼여행 사진 업로드)
나 : "여보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하세요. 우리가 실패하더라도, 젊을 때 이런 도전을 해보면 많이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수익이 안 나더라도 적자만 안 나면 되지 않을까요?"
아내 :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근데 적자 나면 어떻게 하죠?"
나 : "회사가 따박따박 월급 주잖아요 그 정도 월세는 낼 수 있어요 :)"
아내 : "거마어ㅠㅠ"
아내는 정말 부담 없이 인테리어 물품을 구매했다. 가벽을 세워 포인트 벽지를 해야 한다며 벽지를 구매했다. 보통 소폭 벽지는 인터넷에서만 검색해도 3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아내가 산 벽지는 15만 원 수준이다. 어디서 찾았는지도 신기하다. 해외 배송으로 오는데 배송만 몇 주가 소요된다. 서울에서 수업을 한 후 또 신기한 페인트를 사 왔다. 누리끼리한 색인데 보통 페인트와 다르다고 한다. 시중 페인트의 3배 수준의 가격이다.
아내는 가게를 유럽풍으로 꾸미고 싶어 했다. 그러기 위해선 빈티지 가구가 필요하다. 아내와 함께 이태원 가구거리와 어디서 찾았는지는 모르는 일산 빈티지샵을 갔다. 물론 빈티지 가구의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 모두가 감각적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빈티지 가구들을 유럽에서 수입해 온다고 한다. 정말 허름한 스툴이 20만 원이 넘고, 누구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작업대는 70만 원을 웃돈다.
회사에서 투자를 하며 물품을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분명 회사 투자비보다 금액은 적었다. 그러나 회사일은 책임만 내가 갖지만, 사업은 책임뿐만이 아니라, 결과까지 고스란히 내가 짊어져야 한다. 사업을 하는 사장님들의 부담감은 없을 수가 없다. 이런 부담감은 더 나은 결과를 갖게 만들고, 선택을 할 때 신중하게 선택을 하게 된다. 물론 아내는 물건을 살 때 즉흥적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다. 세제를 살 때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며칠을 고민하고 구매한다. 그냥 집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구매할 때도 이렇게 신중한데, 고객이 보고 사용할 물건을 구매해야 하니 얼마나 부담이 크고 더 신중하게 골랐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