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당연필 Jul 29. 2021

#6 상가 인테리어는 공간을 만드는 과정이다.

아내와 함꼐한 행복한 시간들

 아내는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아내는 꽃집이 아내의 공간이 아닌 고객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남에게 더 베푸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가 아니겠는가. 비록 셀프 철거는 헛수고였지만, 아내가 고심하여 고른 인테리어는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냈고, 함께한 페인트칠은 행복한 기억을 남겨줬다.



 

 여수에 예쁜 카페들과 숙박시설들이 많이 지어졌다. 그래서 여수의 인테리어 업자들의 실력이 많이 늘고 좋아졌겠구나 생각했다. 인테리어 업체를 찾다 보니 대부분 여수가 아닌 광주에 위치한 업체들이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되지만, 여수는 공급이 없어 수도권보다 인테리어 공사 가격이 높다. 상가 내부의 인테리어 공사는 아버지 지인에게 맡기기로 했다. 지인에게 하면 더 싸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어림도 없다. 흙흙


 아버지 지인인 A님은 어른이다. 나이만 많은 어른이 아니라, 생각이 깊고 배려심이 많은 참된 "어른"이다. 고등학교 시절 그분과 함께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청소년기에 떠난 봉사활동이라 열심히 봉사를 하기보다 친구랑 노는 시간이 더 즐거운 시기이다. 하지만 A님은 주변 사람들이 놀 든 말든, 자기 일을 열심히 돕든 말든 본인의 일을 열심히 하시는 분이었다. 봉사활동을 하며 자신이 돈을 받고 할 때보다 훨씬 즐겁다고 했다. 아직도 A님이 봉사활동을 하며 적은 일기장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고맙읍니다"


 꽃집은 오픈형 천장을 하려 했다. 기존 천장을 셀프로 철거하면 비용이 절감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내와 천장을 철거했다. 철거 후 A님께 문의했다. 청천벽력 같은 답변이 나왔다... 천장이 너무 지저분해서 오픈 천장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헛고생을 했다. 기존 천장을 철거하지 않고 공사를 하면, 간단하게 끝났을 공사이지만 철거를 해버려서 다시 천장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머리가 안 좋으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이 맞다. 모르면 미리 물어보고 진행해야 했는데 마음만 앞섰다. 그래도 배운 것이 있다면, 셀프 인테리어는 정말 힘들다는 점이다. 철거를 하며 우리가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 망하겠다고 생각했다. 

(브런치에서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박수 박수)


아내와 열심히 철거했지만, 헛고생이었다.


 도배와 바닥공사도 물색했다. 무늬 벽지이다 보니 무늬를 맞춰가며 도배를 해야 한다. 여수에 많은 도배 집에 문의를 했다. 수입 벽지를 해본 곳이 적었고, 몇몇 업체는 터무니없이 싼 가격을 말하며 신뢰를 떨어뜨렸다. 그중 가장 신뢰가 가는 업체와 계약했다. A님께서 바닥 공사는 못한다 하여 광주에 있는 업체를 찾았다. 업체를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지도에 인테리어를 검색하고 전화하는 것이다. 현장 확인을 해야 하지만, 사진으로 대체했다. 수십 번의 전화 끝에 아내는 바닥공사 업체를 정했다. 역시 프로들이 와서 공사를 시작하니 금세 완성이 되어갔다. 나는 회사에 출근해서 함께 있진 못했지만, 아내의 말에 따르면 쉬지도 않고 뚝딱뚝딱 공사를 한다고 했다. 


열심히 공사를 진행하는 A님
벽지 무늬를 아주 잘 맞추며 도배를 해주었다.


 페인트는 아내와 함께 칠했다. 아내와 신혼집을 꾸밀 때 안방 페인트를 함께 칠했었다. 우리의 사적인 공간을 꾸미는 것과는 다른 재미였다. 새로운 도전과 남을 위한 공간을 칠하는 게 즐거웠다. 페인트 본연의 색을 나타내기 위해선 2~3번 덧칠을 해야 했다. 퇴근하고 집으로 가지 못한 채 공사장으로 출근했다. 당시엔 회사 퇴근 후 또 일하러 가는 것이 힘들었다.


 인테리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인테리어를 꾸미며 어떤 감정이 공간에 남아있지도 중요하다. 아내와 함께 철거와 페인트칠을 하고, 좋아하는 A 님이 공사를 해주고, 고심해서 고른 업체들이 아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공사를 진행해주었다. 아내와 함께한 철거와(헛수고지만^^), 페인트칠은 아내와 가게를 어떻게 꾸밀까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 행복한 기억만 남아있다.


책상과 몇몇 인테리어 가구들을 가져다 놓은 사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5 사장님의 부담감은 얼마나 클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