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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역 Apr 06. 2024

3중일기-선글라스 쓴 사람에게 꼽주고 싶은 이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살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심술보가 있다.

푸바오를 직접 환송하는 사람들에게 한심하다는 핀잔을 주는 사람들

짧은 시간에 몸을 만들어서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에 훈수 두고 싶어하는 사람들

내가 야외에서 선글라스를 끼는 것에 한마디 얹고 싶어하던 사람들


그 심리가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느 것 하나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없건만 한마디 해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사람들은 왜 남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을까. 

흔히 하는 얘기로 사람들은 생각보다 너한테 관심 없다고들 말하지만, 

내가 30대 중반까지 한국에 살면서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느낀 것은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남한테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내가 맞으므로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행동을 하는 너는
'틀렸다'는 사고

나는 20대 초반에 라섹 수술을 한 이후부터 늘 실내가 아닌 야외에 나가면 선글라스를 낀다.

야외에서 선글라스를 쓰는 것에 불편한 시선을 받은 건 놀랍게도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만만하거나 비호감인 사람이어서 생기는 일일까 생각도 해봤다.

10년 전엔 나보다 어린 여자애가 언성을 높이면서 선글라스를 벗으라는 얘길해서 당황했었는데

이번에는 초면인 사람들과 야외활동을 했는데 거기서 비슷한 불편함을 감지했다. 

그날 내가 세명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눈 수술한지 오래되었으면 안써도 되지 않나, 그냥 간지내려고 하는 거 아니냐

-관광객 같다

-연예인인줄


이라는 소릴 듣고 어이 없었다. 혹시 내가 입었던 옷이 튀었던 거 아니야?라고 물으실까 해서 적어보면 반목 니트에 얇은 점퍼를 걸치고 와이드 청바지를 입었다. 노출이라고는 얼굴 밖에 노출이 없었다.

튀고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내 건강 상태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왜 남에게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만약에 멋부리려고 썼다고 치더라도 그게 왜 비아냥거릴 일인지도 모르겠긴 하다. 본인도 나름대로 머리에 왁스칠도 하시고 멋 내셨으면서. 색안경을 쓴 건 난데 왜 색안경을 끼고 나를 바라보는 걸까.


재밌네.

하고 넘기면 좋은데 소인배인지라 그날 이후 선글라스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뭘까 곱씹어보았다.

내 사고방식이 그렇다. 그냥 일방적으로 쥐어터졌어도 혹시 내 잘못이 있다면 그건 뭐였을까 생각한다.

10년 전엔 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넘겼다. 그러나 10년이나 지났는데도 두번째 경험을 하다보니 내가 선글라스를 햇빛 비치는 곳에서 쓰는 게 잘못(?)인 걸 모르고 눈치없이 구는 건 아닌지 의심도 해봤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게 불편한지 물어봤고 아무도 불편하다는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다.


자기 기준에서 튄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 꼽을 주고 싶어하는 심리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이건 마치 전염병같이 퍼져있는 심리이다. 

'자기 기준'에서 튀니까 자기 맘에 안든다고 면전 악플과도 같은 자신의 무례한 행동이 용인된다는 생각.

은근히 자신의 말에 동조해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며, 자기가 맞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심리이다.

본인 생각으로는 자기가 맞고 나는 틀렸으니까.

자화상 by  @grim_giyeok

내게는 그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여지 없이 더이상 알고싶지 않은 사람이 되곤 한다. 

주변에 물어봐도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없었던 건 내가 그런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나와 다른 사고방식, 행동양식을 가진 사람이 내게 그 어떤 피해도 주지 않는 취향을 가지고 선택을 할 때 그것을 존중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버거운 일이라는 걸 알았다. 부정적인 평가 한마디를 얹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그 마음씀을 '심술'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심술을 가진 사람을 이해할 필요도, 내 잘못을 찾을 필요도 없다.


그러는 나는 그런 적이 없었나? 나부터 반성해본다. 고작 내 사고방식으로 생각했을 뿐이면서 이해가 안된다는 이유로 살면서 타인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본 적이 없었나? 있었을 것이다.

당신은 그렇군요. 당신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요 하고 넘어가는 태도를 나부터 가져야겠다.


마지막으로, 안과의사 선생님들 유튜브를 봐도 백내장 예방을 위해 선글라스 사용을 권장한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몸에 좋은 것만 먹고 살지 못하고 운동도 많이 안 하고 살지만 선글라스는 그것들보다 쉽다. 그러니 혹시 안쓰고 계셨다면 함께 쓰자고 말하고 싶다. 함께 예방해보아요 자외선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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