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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 Jun 24. 2024

[서평] 신화와 현실의 교차점- 책 '헤이그의 비밀'



 이상설, 이위종, 이준 이 세 명의 이름은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1907년 헤이그 특사 파견에 대해 배웠을 때도 이 비극적인 사건의 결말이 참으로 개탄스러웠다. 만국평화회의가 허울 좋은 명분이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나라의 인재를 잃지도 않고, 우리 민족이 상처받지 않아도 됐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책 <헤이그의 비밀>의 주 무대인 헤이그 특사 파견이 있던 1907년 네덜란드, 당대 대한제국 난세의 상흔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여기저기에 흉터로 남아있다. 이야기의 주인공 이예빈도 이 상처 많은 나라를 살아가는 검사다. 그러나 과거의 상처를 딛고 대단한 발전을 이뤄낸 대한민국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향유하며 즐거워하는 2022년 한국의 배경 묘사가 생생해 인상 깊었다.

 어느 날 검사 이예빈에겐 과거로부터 기회가 온다. 1945년, 전쟁의 신 아레스와 손잡은 과거 일본 제국주의에 반기를 들 기회. 예빈은 정의의 여신 ‘디케’의 수호를 받아 자기 할아버지였던 변호사 이준호를 자처해, 헤이그 특사 파견 당시 이준의 의미심장한 죽음에 대해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간다.


이 과정에서 예빈과 그의 동료 안나, 엘리사가 함께 겪는 인간적 고뇌와 성장,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희생과 용기는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준다.


이 책의 특이점은 그리스 신화와 식민 제국주의 시대상을 엮어, 지어낸 미스터리 판타지라는 점이다. 개인과 국가의 문제, 국가와 국가 나아가 시대와 시대가 충돌하는 문제를 신화라는 거대하고 신비한 이야기와 엮어 작품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또한 신들의 예언자들이 돌파해 나가는 위기와 기회를 통해, 한 개인이 가진 강력한 정신력과 의지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지, 우리는 작가의 메시지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식민주의 국가와 세계 전쟁, 그리고 마약 시장 등이 어떻게 얽히고설켜 당대 약소국들을 어떻게 침탈했는지 등, 작가의 섬세한 배경지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따라서 대한제국 시절을 좀 더 국제적인 시각에서 살펴보며 우리가 그저 역사 속 이야기라 지나칠 수 있는, 헤이그 특사 파견, 나아가 한국이 국권 강탈과 세계 전쟁의 아픔을 어떻게 극복하려 했는지 좀 더 입체적으로 음미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나도 같은 시대 배경의 이야기를 소설로 작업 하는 중에 이 책을 접하면서, 작가의 세계시민적인 배경 묘사와 관점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아레스로 묘사되는 전쟁과 제국주의가, 어떠한 경제적 흐름과 사회 현상을 통해 개인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어두운 시대상을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며 독자에게 호기심과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유쾌함이 묻어나 작품의 매력이 돋보였다. 


이러한 점에서 "헤이그의 비밀"은 역사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독특한 서사와 깊이 있는 메시지를 통해, 독자들은 강렬한 독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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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미안뉴스 인문 칼럼니스트

bkksg.stud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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