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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 Jul 31. 2024

[조각글] 가시

시#38

홀로 가는 길에 우두커니

차가운 겨울이 까슬하게 잡히는

내 살갗 가장 여린 데


불그스름하게 사기된 마음은 오늘도 누일 데 없어

처져만 간다오


계절이 바뀌어 오늘자 새벽이 어슴프레 건너오면

나날이 못서리치는 내 안에 가시덩굴

그 위를 구르며, 구르며

가녀린 목구멍에서 꽃을 피워내는 일이란 전부


세상은 힘든 것이다


저물어가는 이 새벽마디

그 마디마디마다 우리가 목전에 놓고 사는 생명의 단말마

어휘, 그 어휘, 내 어휘


오늘도 발바닥을 파고드는 내 뜨거운 가시를

가시들 끝에 촘촘하게

내 눈물 매달린 이슬방울


사는 일에 못 이겨 눈시울만 붉히느라 바빴다


그림자 지는 저 색별

발끝애 머무는 가시나무 향기

유잣잎


그 마른 잎에서 풍기는 내 소중한 생명의 단말마

어휘, 그 어휘.


_이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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