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38
홀로 가는 길에 우두커니
차가운 겨울이 까슬하게 잡히는
내 살갗 가장 여린 데
불그스름하게 사기된 마음은 오늘도 누일 데 없어
처져만 간다오
계절이 바뀌어 오늘자 새벽이 어슴프레 건너오면
나날이 못서리치는 내 안에 가시덩굴
그 위를 구르며, 구르며
가녀린 목구멍에서 꽃을 피워내는 일이란 전부
세상은 힘든 것이다
저물어가는 이 새벽마디
그 마디마디마다 우리가 목전에 놓고 사는 생명의 단말마
어휘, 그 어휘, 내 어휘
오늘도 발바닥을 파고드는 내 뜨거운 가시를
가시들 끝에 촘촘하게
내 눈물 매달린 이슬방울
사는 일에 못 이겨 눈시울만 붉히느라 바빴다
그림자 지는 저 색별
발끝애 머무는 가시나무 향기
유잣잎
그 마른 잎에서 풍기는 내 소중한 생명의 단말마
어휘, 그 어휘.
_이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