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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운 Sep 23. 2021

한국수어 '잘' 하는 방법 -1-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당신께

1. 기본단어 숙지하기

2. 단어 뜻에 얽매이지 않기

3. 생산적 어휘에 익숙해지기

4. 비수지기호 연습하는 팁


한국수어도 언어이니만큼, 언어 공부에 있어서 꾸준함을 이길 수 있는 특별한 비법이나 왕도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어는 시각 언어이기 때문에, 외국어처럼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음성언어의 공부법을 통해 접근하면 낭패를 보게 됩니다. 자칫하면 수지한국어(문장식 수어, Signed Korean)의 늪에 빠져버리거나, 상당한 시간을 수어 공부에 할애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늘지 않아 좌절감이 들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은 수화통역사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이 놓치기 쉬운 점, 일반적으로 빠지기 쉬운 오류, 대부분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1부에서는 '단어'와 관련된 부분을, 2부에서는 생산적 어휘와 비수지기호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입니다.


이 시리즈는 고급반 이상의 수어 수업을 수강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며 독자가 유럽공통참조기준(유럽언어기준)의 B1과 B2 사이 정도의 실력을 지녔다는 가정하에 두고 작성했습니다.

유럽공통참조기준, "(한국수어교육을 위한) 언어 교육 이론" 38p. (국립국어원)



이 글은 수화통역사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글이지만, 제가 쓰는 글들은 참고자료일 뿐이고 제 글들과 글에서 소개해드리는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독학하는 방법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독학으로는 실력을 배양하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수어로 농인과 간단한 일상 회화나 안부 인사 등을 나누는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통역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또 다른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은 주변에 지도와 교정을 해 줄 수 있는 농인 지인이나 강사 등의 멘토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작성하였습니다.


1. 기본 단어 숙지하기

지금까지의 수어 교육은 어휘, 단어 위주의 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했었죠. 최근에는 맥락 없이 단어만을 독립적으로 제시하는 기존의 수어 교수법에 대해서 비판적·반성적 고려가 많아지고 있습니다만, 어휘 자체는 여전히 수어 실력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중에 나와 있는 수어 도서에서 제시하는 모든 단어를 다 알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여전히 잘 모르는 단어들이 있고, 아리송한 단어들은 한국수어사전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아요. 오늘은 '미라클 작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기적'이 뭘까 하고 사전을 찾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수어와 한국어가 1:1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나온 단어라고 하더라도 맥락에 맞지 않다면 더 적절한 표현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화통역사 시험은 '네가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는지 테스트해보겠다'라는 취지로 출제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단어가 중요할까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초-중급반 수준의 단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혹은 단어를 알더라도, 빠르게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초-중급반 수준의 교재에 나오는 단어들, 그리고 자주 사용되는 관용 표현들은 막힘없이 매끄럽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은 정확성과 유창성의 문제입니다.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시각정보를 떠올릴 때는 대개 눈동자가 좌상단으로 향하게 됩니다(오른손잡이 기준).

시선식별단서 eye accessing cues



수어로 이야기할 때, 습관적으로 시선이 좌상단을 향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떠올리면서 수어를 쓰는 습관이 든 분들인데요, 이 습관은 빨리 교정하셔야 합니다.

교정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어는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면서 구사하는 언어인데 시선이 허공을 향하고 있으면 상대방이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2) 단어를 떠올리면서 수어를 하면 속도가 떨어지게 되고, 결국 유창성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주게 됩니다. 일상 회화에서는 농인이 배려를 해 줄 수 있지만, 자격시험에서는 감점요인이 됩니다.


자격시험에서는 단어나 관용 표현을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어나 관용 표현을 부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이 또한 감점요인이 됩니다. 의미를 얼마나 정확하게, 맥락에 맞게 사용하냐가 중요하지요.

가끔 청인들이 농식 수어/관용 표현을 사용해서 수어를 했는데, 호응 관계가 부적절하거나 맥락에 맞지 않는 표현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새로운 표현을 배웠다면, 제시된 예문과 다른 방식으로 문장 속에서 활용할 경우 이렇게 표현을 해도 되는지 농인들에게 확인을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적인 단어들로도 구성할 수 있는 문장이라면, 본인이 잘 아는 어휘를 사용하여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통역사 시험은 전국 단어자랑이 아닙니다. 단어를 많이 집어넣어서 문장이 길어질 수록 의미가 모호해지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간결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유려한 수어 문장은 단어를 많이 쓰는 것보다는 적절한 비수지기호의 사용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이 부분은 4번 글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속도로 구사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포인트이구요.


정확성과 유창성!!

이번 글에서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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