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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로 떠난 벨라 Jul 26. 2023

불운을 행운으로, 반전의 여신

야외 웨딩 촬영의 장점과 단점

“신부님, 오늘 하루종일 비가 온다는데 혹시 촬영 원하실까요?”

근심걱정 가득한 웨딩촬영 작가님의 물음에, 나는 그냥 “네, 괜찮아요. 그냥 즐겨보죠, 뭐.”라고 대답했다. 아마 이 날이 복선이 되었는지 웨딩촬영을 하는 날도, 꽃이 활짝 핀 5월 나의 결혼식에도 비가 왔다. 심지어 신혼여행 중에도 우박이 내려 파리에서 유람선을 타러 가는 길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홀딱 젖어 마치 영화 어바웃타임의 한 장면에 있는 감정도 느꼈지 말이다. 아빠도 비를 참 많이 좋아하시는데, 이상하게도 이 날 이후로 나도 비가 좋아졌다.

나도 안다. 내가 운이 없고 심지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는 것을. 과거를 돌이켜보면, “설마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겠어?”라는 일은 죄다 일어났던 거 같다. 그것도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결혼식이 끝나 신혼여행을 즐기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결혼식에 대한 따로 ‘로망’ 같은 것은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하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바로 야외 결혼식이었다. 영화 같기도 하고 앞 뒤 따지지 않고 그냥 무조건 야외 결혼식을 하고 싶었던 거 같다. 이 부분에 대해 남편에게 의견을 물었고, 남편은 하객들도 불편하고 본인이 참석한 야외 결혼식은 소리도 잘 안 들리고 대부분 불편했던 기억이 커서 실내 웨딩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줬다. 사실 이때 당시만 해도 남편의 말에 공감은 했지만 아직은 야외 결혼식에 대한 나의 환상을 포기하지 못했던 거 같다.

그러면 차선책으로 우선 웨딩촬영을 야외로 먼저 해보고 나서 결정을 하기로 합의점을 찾았다. 그렇게 야외촬영일을 기다리다 결전의 촬영 하루전, 불안한 목소리로 사진 촬영 작가님에게 전화가 왔다.

“신부님, 내일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예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촬영 원하실까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왜 하필 웨딩촬영날에 하루종일 비가 오는 것일까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그것도 어제까지만 해도 날이 엄청 맑고 밝던 5월의 하늘이었는데. 하늘이 비웃기라도 한 듯 날씨는금새 구름이 끼었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심지어 몇 달 전 촬영 계약을 할 때도 올데이(야외에서 8시간 동안 촬영하는 옵션) 촬영을 선택했고 하프데이(4시간 야외촬영 혹은 야외촬영 4시간 +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실내 촬영도 병행 등) 선택권이 있었음에도 이왕 촬영하는 거 실내에서 전형적으로 찍기보다는 하루종일 밖에서 찍고 싶어서 올데이로 결제를 해버렸고 후회해도 이미 물은 엎질러져 있었다.

이날 촬영을 위해서 온갖 촬영소품도 구매하고 웨딩드레스도 대여하고 남편 군복도 대여해서 ‘비’때문에 모든 것을 엎기에는 다시 쏟아야 할 노력도 귀찮고 솔직히 그냥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작가님께 “네, 괜찮아요. 그냥 즐겨보죠, 뭐”라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 뒤에 있을 후폭풍은 생각하지 않고 우선 즐기기로 했다.

다행히 우리의 대답에 사진작가님과 당일 웨딩드레스 헬퍼 이모님 그리고 웨딩 플래너님도 이심전심 한마음 한뜻으로 다 같이 우산과 우비를 쓰고 최선을 다해 우리의 촬영을 도와주셨다. 아직도 생각하면 그 세분에게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심지어 촬영 끝에는 모두가 오히려 비가 와서 나올 수 있고 건질 수 있었던 사진들이고 이런 사진은 웨딩촬영에서 건지기 어렵고 본 적도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결과물에 감탄했다.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세 분도 최선을 다해 우리를 도와주시고 우리도 비가 온다는 이유로 기분이 다운되지 않고 흠뻑 비를 맞기도 하고 웃으며 촬영을 한 터라 다 같이 비를 맞으며 어린아이처럼 촬영에 임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도 재밌었다.

올데이 야외촬영이라 그런지 한 곳에서만 찍기는 아쉬워서 따로 시간을 내서 50장의 피피티를 만들었다. 서울 내에서 장소 세 곳을 정하고 장소마다 컨셉, 포즈, 드레스 등을 정하고 레퍼런스가 되는 사진도 함께 넣어 준비했다.

첫 번째 장소는 남편과 내가 처음 만난 화랑대정원으로 다양한 조형물(기차, 흰색 풍선, 나무 등)이 있어서 따로 소품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하나의 세트장 역할을 하는 장소다. 처음 만난 곳에 촬영팀과 우리가 도착했을 때도 여전히 비가 왔다. 그래도 날씨도 눈치는 있는지 종종 조금씩 내릴 때가 있었고 그럴 때면 기차 밑에서 나와 기찻길과 철도길을 걸으며 멋진 사진을 찍고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키스신도 찍을 수 있었다.

비가 오는 날 촬영의 좋은 점이라고 하면, 평소라면 엄청 많았을 화랑대정원에  비가 와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눈치 따위는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고 마음껏 뛰어다니며 정원을 장악했던 기분이 좋았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뛰어 다니며 재밌게 촬영을 하고 열심히 즐기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슬픔이 밖으로 비집고 나올 때가 종종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럴때면 때, 지나가던 소수의 행인분들이 “와~ 너무 이뻐요!”, “축하드려요~”라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쏙 들어가기도 했다.

그다음 촬영 장소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물이 둘러 쌓여 있는 한강이다. 한강에서는 미리 보트를 빌렸는데, 또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빌리려던 보트가 생각보다 너무 작아 모두 올라갈 수도 없고 촬영하기에 위험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보트로 변경을 해주셨고 생각했던 럭셔리한 느낌보다는 덜 했지만, 배를 타며 내가 좋아하는 한강 위를 둥둥 떠다니며 우리가 자주 가는 잠실롯데타워, 남산타워도 보고 여유롭게 그리고 나름 호화롭게 촬영을 할 수 있었다. 한강 물 위에서 촬영뿐만 아니라 한강 다리 위에서도 버스와 사람이 지나가는 사이에서 촬영도 했는데 내심 드레스가 더러워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어 편하게 촬영은 하지 못했던 거 같다. 그래도 재밌었다!

대망의 마지막 촬영지는 웨딩촬영을 하면 꼭 찍고 싶었던 콘셉트인 ‘라라랜드’로 당일에도 사진작가님과 우리는 어디에서 찍으면 좋을지 고민을 했던 씬이었다. 우리가 추천한 장소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고 위험할 수도 있어서 다른 대안으로 작가님이 추천한 곳에서 사진을 찍었고, 결과는 대박, 어메이징, 훌륭했다. 사실 이날 작가님께 따로 수고비를 챙겨드려도 될 정도로 그날 우리의 추억을 만들어 주셨고 사진도 너무 이쁘게 우리처럼 담아주셨다.

뒤로 갈수록 기분이 좋았던 것은 작가님도 한 회사에 소속되어 사진을 찍으러 나왔다고 느껴지지 않고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작가님이 우리에게 허락을 맡고 소셜미디어에 올려도 되는지도 여쭈어 보셔서 흔쾌히 수락했지만 그 뒤로 몇 달이 흘러도 작가님과 해당 회사의 글에서도 우리의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나의 추측으로는 회사의 컬러보다는 정말 우리의 컬러와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다시 결혼을 하게 되어 웨딩촬영을 한다면 야외촬영을 선택할 것이냐고 물으면, 고민을 하겠지만 “YES”라고 대답할 거 같다. 한 번뿐인 웨딩촬영, 비가 오든 안 오든 하나의 추억으로 더 기억에 남게 만들면 좋지 않을까? 그래도 힘은 들기 때문에 이때를 계기로 나의 야외결혼식에 대한 환상은 바사삭 깨지고 남편의 의견에 대한 이견은 사라졌다.

웨딩촬영날에 비가 오면 남편과 나만 감당을 하면 되지만, 결혼식에 비가 오는 것은 하객분들도 감당해야 할 불편함이 있을 것을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심지어 내 결혼식날에도 비가 왔다. 그래도 야외촬영과 야외결혼식을 계획하는 분들에게는 꼭 그 순간에 우울해하기보다는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히려 비가 오기에 남길 수 있는 더 특별한 사진이 있고 감성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맞기를! Cheers!


Tips!

- 야외촬영을 하면, 최악의 경우 하루종일 비가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계약하기!

- 날씨로 인한 예약 변동에 대한 추가 비용은 없는지 사진 업체와 사전에 미리 확인하기!

- 날씨가 그래도 걱정이 되면, 올데이 야외촬영이 아닌 하프데이 야외촬영을 선택하기!

- 그럼에도 비가 오면, 냅다 즐겨 버리기! (경험상 비를 맞으며 즐기면 더 즐길수록 사진 퀄리티가 높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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