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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제 Jan 03. 2024

배부른 고민은 배가 고파져야 그만 두려나

인생 디자인 너무 버겁고 막막하지만 뭐라도 끄적여보는 20대 백수의 일기

오늘도 열한 시 다 되어서야 눈 뜬 다음

엄마가 차려준 12시 아침밥 먹고

차 마시고 딸기 먹으며 유퀴즈 재방 보면서 소파에 멍하니 있다 보니

벌써 2시 올라간다.

오늘은 1월 3일 새해가 시작된지 사흘째이다.


선택지는 세 군데인 것 같다.

1. 임용고시 준비하기

2. 신입 취업 준비하기

3. 워킹홀리데이 준비하기




1안) 임용고시 준비하기 Pros&Cons


왜 해야 할까?

전공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 내가 살아 온 삶의 족적과 가장 부합하는 직업. (사범대+국문학 전공, 출판사 경력, 교육봉사 및 학원강사 경험 등)

내 뜻대로 일할 수 있다. 그러니까 수업 설계는 적어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편집자 할 때처럼 내 눈에는 괜찮은데/별로인데 상사의 의견대로 원고 작업해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은 피할 수 있음)

사기업과 비교하면 워라밸을 잘 지킬 수 있다. (편집자보다 업무 강도가 낮을 확률이 높다. 교사로 일하는 주변 지인들만 봐도…)

성장하는 청소년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고 중요한 직업이다. (대학 다니면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해봤을 때 그렇다.)

가르치는 일이 나의 적성에 아주 부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대일 수업이든 10~15명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든 직접 해 봤을 때… 나름대로 보람도 있고 즐거움도 있고 그랬다.)

방학이 있다.

학원강사에 비해 소속감이 있고 안정적이다.


왜 망설여질까?

교사라는 업의 본질인 ‘가르치는 일’에 대해 매력을 잘 못 느끼겠다. 하라면 할 수 있겠는데, 평생직업으로 괜찮을까? 하면 잘 모르겠다.

학폭이슈 등 소위 말하는 ‘문제아’들을 내가 잘 컨트롤 할 수 있을까? 하면 자신이 없다.

교과지식 전달 외의 생활지도 업무에 자신이 없다. 아이들의 사생활에 내가 간섭을 해야 한다니? 이런 생각부터 든다… (교직관 2차 면접도 볼 텐데)

방학이 있어도 과목이 국어라는 점, 국가기관에 소속된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평생 해외에서 오래 거주하는 경험은 할 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국문학 전공이지만 사실 학창시절 배운 국어 과목 때문이 아니라 현대소설, 현대시가 좋아서 전공을 한 자로서… 과목에 대한 애정이 많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등학교 때 내가 제일 싫어했던 과목으로 정교사 자격증을 따 버렸다.

고시 공부를 최소 1년동안은 해야 한다. 더 오래 걸리면 그보다 더…



2안) 신입 취업 준비하기 Pros&Cons


왜 해야 할까?

회사생활 자체가 나랑 잘 맞는 걸까? 수차례 의심하며 출판사에서 일했었지만, 일단 한 군데에서밖에 안 일해봤고 일반화하기는 섣부르다. (사실 나보다 훨씬 여러 군데에서 더 오래 일을 한 회사원들도 이런 의심은 가슴 속에 품으며 일하고 이직하고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그러니까 조직 생활에 다시 한번 도전해봐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교사보다는 돈을 더 벌 확률이 약간 더 높다. (당장 회사생활 때를 생각해 봐도…)


왜 망설여질까?

내가 가진 이력으로 출판사 외의 다른 직무를 찾고, 또 준비를 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내가 가진 열등감 때문에 웬만한 대기업 말고는 다 성에 안 찰 것 같다.

교사에 비하면 워라밸이 안 좋을 확률이 매우 높다.



3안) 워킹홀리데이 준비하기


왜 해야 할까?

해외 생활에 대한 로망이 어릴 때부터 있었다. 길을 잃은 상태인 현 시점이 아니면, 워킹홀리데이를 앞으로 살면서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낮다.

캐나다의 문화와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다.


왜 망설여질까?

내가 가진 능력, 경력, 학력 모두 캐나다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카페, 음식점, 한인마트 등 단순 잡을 구해서 일을 해야 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리고 단순 육체 노동 업무는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최근 11월~12월에 자체적으로 실험을 해 보면서 확인했다.

의식주의 질이 현저히 떨어질 확률이 높다. 달라진 식습관, 거주환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쳐 신체 건강이 나빠질 확률이 있다. 육체적 피로도가 높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다 보면 더 그럴 수 있다. (이미 지난 스타벅스 알바를 경험하면서 팔과 손이 매일 저리고 뼈가 아픈 느낌을 많이 겪었다.) 내가 이런 일을 하면서,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이런 생활의 질을 누리면서 여기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현타를 자주 느끼고 집에 가고 싶고 우울감을 느낄 확률이 높다.

결정적으로 캐나다라는 곳에 오고 싶게 만든 M과 사이가 나빠진다면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나에게 ‘일’이란: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수단

수단인 이유는 일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정해진 시간 내에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제때 끝마치고 퇴근할 때의 기분이 좋아서. 일 자체가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는 그런… 워커홀릭 기질은 나에게 없다는 게 내 결론이다.


내가 나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존재인지 설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것

“저 사람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야?”, “나는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 살고 있나?”, ”내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나?“ 생각했을 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경제적 독립을 위한 도구

정서적인 독립은 진즉 이루어졌지만 경제적인 독립은 여태 요원해 보이는 현 상태의 나에게, 경제적으로도 부모로부터 독립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나태함을 방지하는 생활습관을 만들어주는 장치

게으른 생활은 일시적으로는 즐겁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숱하게 느꼈고 특히 한국인이라면 더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리고 나는 학교/학원 수업이든, 오전 알바든, 독서모임이든… 무언가 장치가 있어야만 생활 습관의 교정이 가능한 아침 잠 많고 게으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일찍 일어나고, 규칙적으로 살고, 조금의 생산성을 일상 생활에서 확보하기 위해서는 직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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