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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Apr 07. 2024

음모론의 지옥

@homm1998




 우리나라 인구 중 지난 1년 동안 책을 읽은 사람은 48.5%라고 한다. 전체 인구로 보면 더 높을 가능성이 있지만, 책 인구가 적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 같다. 내 상상에 따르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빠지는 지옥이 있다. 음모론의 지옥이다. 이 지옥은 그럴듯한 음모론을 모두가, 모두에게 생산하는 곳이다.


 ‘인기 있고 멀쩡한 사람이 알고 보니 추잡한 면모가 있다.’ ‘나는 다수의 폭력에 대항하는 소수로서 진정한 진실을 알고 있다.’ 이런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모함, 시기, 질투, 혐오, 갈등이 매일 일어난다. 평범한 논쟁은 이뤄지지 않는다. 빨갱이냐 아니냐, 한남이냐 아니냐, 전라도냐 아니냐로 판세가 정해진 전쟁만이 가능하다. 음모론과 사실이 싸우지 않고 음모론과 음모론이 싸우며 믿는 사람의 숫자에 따라 승패가 정해진다. 그리고 내 생각은 틀렸다. 이 지옥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만 빠지는 지옥이 아니다. 이곳은 책을 읽는 사람도 빠질 수 있는 지옥이다.


 요즘 종이책은 카페에, 전자책은 산책길에 읽는 것으로 자리가 잡혔다. 날씨가 좋아 걷는 일이 많아져 전자책 사용 시간이 많아졌다. 오늘은 아침으로 2500원 야채김밥을 사서 벤치에 앉아 먹었다. 전자책은 바람이 불어도 종이가 펄럭일 일이 없어서 좋았다. 김밥을 먹으며 책을 읽는 동안 바쁜 직장인들이 내 앞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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