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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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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Apr 07. 2024

어뜩비뜩의 지옥



 사전 보는 걸 좋아한다. 순우리말 사전을 읽는데 어뜩비뜩을 알게 되었다. 명사들은 새롭게 알게 되어도 적용하기가 수월하다. 부사들은 좋은 단어를 알게 되어도 예문이 없으면 난감하다. 어뜩비뜩을 알게 된 건 오래전이다. 하지만 쓰지 않았다.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안 왔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말을 쓰는 것은 껍데기다. 허세다. 그렇게 생각한다.


 어뜩비뜩의 의미는 행동이 바르거나 단정하지 못한, 혹은 모양이나 자리가 이리저리 어긋나고 비뚤어져 한 줄에 고르게 놓이지 못한 모양이다.


 친한 친구에게 설명했다. 제주도 돌담이 생각난다고 했다. 신기했다. 그녀에게 너는 참 똑똑하다고 했다.


보유한 사전은 다행히 문학작품의 예문을 일일이 가져다 놓았다. 그래서 좋아한다. 어뜩비뜩의 예문은 김유정의 생의반려라는 작품이다. '남자들 틈에서 일을 하는지라, 남녀관계로 시달리는 일이 적지 않았다. 어뜩비뜩 건드리는 놈도 있고 마주대고 눈을 흘기는 놈도 있었다.'


 나는 이것이 물건을 껄떡거리게 놨다. 여자가 남자에게, 남자가 여자에게 껄떡대다로 이해했다. 친구는 한마디로 '불량한 모양새' 같다고 했다. 대화를 나누는 것은 참 즐겁다. 혼자 고민할 때보다 언어가 명확해져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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