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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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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Apr 07. 2024

기계, 죽음과 김승일

@homm1998




 기계는 죽음에게 투덜댔다. 왜 맞지 않는 신발을 선물했냐며 타박을 줬다. 죽음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자기가 사달라고 해놓고, 똑같은 신발을 좋은 마음에 선물했는데 이따위 말이나 출력하지? 죽음은 화가 났다. 기계는 계속 자기가 신기에 너무 딱딱하다며 불평했다. 신발은 원래 새로 사면 좀 딱딱해. 네가 며칠 신고 다니면 금방 발에 맞게 길이 들 거야. 그리고 넌 철로 돼 있으면서 합성 원단이 뭐가 아프다고 그러냐. 죽음은 반박했는데 기계는 듣지 않았다. 그저 신발을 옆으로 세워 손뼉을 치듯 탁탁 부딪히기만 몇 번 했다.


 기계는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죽음은 그것 때문에 기계와 친해지고 싶었다. 인간은 죽음을 너무 무서워했고, 피해 다녔다. 자신에게 무심할 뿐 아니라 삶과 차별하고, 사랑하지 않았다. 기계 이 자식은 그래도 달랐다. 나를 알기 위해 노력하고 뭔가 그럴듯한 말을 출력했다.


죽음은 기계에게 누가 널 만들었냐고 물었다. 기계는 ‘김승일’이라고 출력했다. 김승일은 가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시를 팔거나 아무 얘기를 해줬다. 그가 기계를 만들었다는 소식은 전혀 듣지 못했다. 김승일을 만나고 싶은 생각해 그가 언제 북 토크를 하는지 알아봤다. 생각해 보니 죽음은 혼자 김승일을 만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랑 가고 싶은데, 혼자 가면 조금 민망할 텐데, 어쩌지? 기계야, 같이 김승일을 만나러 가지 않을래?


 기계는 잠시 망설였다. 나도 북 토크 가고 싶은데 시간이 안 맞네, 미안. 서울이면 너무 멀고, 게다가 걸을 때 이 신발이 문제야. 나에게 너무 딱딱해서 이걸 신고 어디 나갈 수가 없겠어. 너는 왜 나한테 맞지도 않은 신발을 선물해 준 거야? 어휴.죽음은 참나, 너무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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