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며느리의 슬픈 지옥이 있다. 그 지옥에는 한복을 좋아하는 며느리가 산다. 동네에선 그 며느리가 미친 사람이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다들 옷이 예쁘다고 칭찬해 준다. 그 사람들의 말은 진심이라 믿는다. 며느리는 철석같이 옷이 예쁘다고 믿는다.
며느리는 사실 남이 뭐라고 하건 상관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며느리를 부끄러워한다. 며느리라서 이다. 손주의 엄마라서 이다.
며느리는 오늘 날씨가 좋아서 오랜만에 밖에서 사진을 찍고 왔다. 혼자 찍고 왔다. 아무도 찍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도 찍어주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사진을 자기가 찍어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 그들은 며느리를 만났다. 마치 며느리가 벌거벗고 돌아다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며느리가 부끄러웠다. 뒷걸음질을 쳤다. 며느리는 상처받았다.
하지만 며느리는 알게 뭐람. 내일도 또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것이다. 저 지옥은 사실은 두 사람의 지옥이다. 며느리의 지옥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