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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Apr 04. 2021

내 취미 리스트는 진화 중

취미가 만드는 일상의 변화


  “요즘 어떻게 지내요?”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안부를 주고받을 때 듣는 말이지만, 매번 처음 듣는 질문처럼 낯설다. 때에 따라 ‘요즘 완전 살맛 나요’, 혹은 ‘죽을 맛이에요.’라고 대답이 뇌리를 스치거나, 그조차 떠오르지 않을 때는 ‘잘 모르겠어요. 생각 좀 해보고 나중에 얘기할게요.’라는 말이 생각난다. 하지만 이내, 가벼운 인사에 이렇게까지 무겁게 대답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서로 부담스럽지 않은 대답을 고민하다 보면, 멋쩍은 웃음과 함께 “똑같아요.”라고 대답한다. 


  단연컨대, 삶은 똑같은 적이 없었다. 취미도 마찬가지였다. 나이에 따라, 환경에 따라 꽂히는 취미가 있었다. 다 귀찮을 때도 있고, 무언가를 간절히 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어떤 취미를 하느냐에 따라 자주 입는 옷, 밥 먹는 시간, 어울리는 사람부터 말투, 습관, 행동까지 일상이 변했다. 취미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취미가 사고방식이 되고 삶 자체가 되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었다. 남들에게는 맞는 것이 나에겐 맞지 않을 때, 내면의 불안과 의심을 무시한 채 소처럼 나를 억지로 끌고 가다 지쳤을 때, 어제까지 잘 맞던 것이 지금은 아닐 때는 새로운 답을 찾아 나서야 하는 순간이었다.


  회사 일이나 단체생활에서는 분명한 목표 아래 불확실한 위험을 관리하고 최소화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대처방안과 계획을 준비하고, 노력해서 목적을 달성하는 덕분에 개인 사이의 오차를 줄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의 삶에서는 인생이 항상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어쩌다 보니, 우연히 만난 사람 때문에, 별 고민 없이 내린 작은 선택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거나 삶의 전환점을 만드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게 내린 선택들이 심사숙고한 결정보다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취미도 그랬다. 인생에 필요한 것들이 취미라는 이름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때가 있었다. 길을 걷다 어느 날 집 앞에 운동 간판이 눈에 들어와서, 친구들이 같이 배우자고 해서, 인터넷 서핑하다 발견해서 취미를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취미는 가벼웠다. 취미를 할 때는 주변의 기대도, 요구도, 목표도, 책임도, 위험부담도 없었다.


  취미생활을 통해서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새로운 것과 함께 지내는 법을 배웠다. 불편했던 것이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삶의 관점이나 태도가 변하기도 했다. 덕분에 순간의 감정적인 판단에서 예전보다 자유로워졌다. 지금 좋게 느껴지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었다. 성공보다 실패에서 더 많이 배운 덕분에, 잘하고 못하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이해하게 되었다. 취미는 나를 세상과 연결해주는 수단이자, 새로운 나를 세상 밖으로 꺼내 주던 속 깊은 친구였다. 


  흥미나 가치관이 바뀌면서 관심의 대상은 여기저기 옮겨 다녔지만, 오랜 시간 한결같이 궁금했던 것은 나 자신이었다. 특히 사람들과 관계에 문제가 생길 때, 혹은 느닷없이 불안하거나 공허하게 느껴질 때, 문득 잘살고 있는 건지 확신이 없을 때는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내가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길이 많을 때도, 없을 때도 선택은 오롯이 혼자만의 몫이었다.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돌아오는 곳은 나 자신이었다. 


  취미는 나의 결핍을 확인하고 채우면서 나를 찾아가는 수단이었다. 취미의 유일한 목적은 나와 잘 지내는 것이었다. 취미생활은 새로운 방식으로 나를 대하는 연습이었다.


  10년 후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지금의 나로선 가늠하기 어렵지만, 어디서 무얼 하든지 나와 잘 지냈으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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