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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미 Aug 06. 2017

사람과 사람, 별과 별

Interstellar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나, 우리 엄마, 아빠, 내가 사랑하는 너, 그리고 사자와 북극곰과 개미는? 과학은 우리가 그야말로 별에서 왔다고 이야기한다. 일단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는 태양의 핵융합 반응으로 시작되는 거고, 생명의 기원 역시 빅뱅 때 생기고 우주 곳곳에서 날아든 물질들이라고 하니까.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고, 별이 곧 우리라는 뜻이다. 작년에 꽤 유명인이신 교수님의 강의를 두 학기 내내 들었던 적이 있다. 이런 내용을 아시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과 학생들을 별이라고 지칭하기를 좋아하셨던 분이었다. 강의 자체는 조금 호불호가 갈리고 했던 것 같은데, 교수님 본인이 자연인으로 대부분 학생들에게 사랑받았던 기억이 난다.


Cosmos (2014) - 칼 세이건 원작 말고 닐 타이슨 리부트


사람을 대하는 것은 어렵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게 특히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나와 타인의 거리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네가 될 수 없고, 너는 내가 될 수 없으니까. 내게는 언제나 사람들이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나를 가식으로 대하는 것 같고, 영영 그 사람을 진정으로 알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건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영원한 타인일테니까.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최대한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뿐이다. 언제나 멀게 느껴지는 당신. 별과 별의 거리는 우리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먼데, 그래서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그만큼 멀게 느껴지는 걸까? 우리도 별이라서?


그래도 희망은 있다. 우리는 사람이니까, 우리가 결국 같은 존재들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다. 아직은 모든 사람이 그 사실을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기 까지도 시간이 꽤 걸렸으니까. 그리고 우리에겐 중력이 있다. 모두가 같은 기원을 가지고 있는, 별들은 언제나 그들의 중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다. 아무리 멀어도, 그래서 아무리 희미하더라도 말이다. 반짝 반짝 빛을 내면서 서로를 부르고, 너와 나도 아주 조금씩은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다. 언젠가는 조금 더 가까워질 거고, 또 언젠가는 충돌해 부서지고 다시 뒤섞여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그게 누가 될지, 언제가 될지는 지금 알 수 없지만 말이다.


The Same Star Stuff


이 글은 2019년 12월에 노래 Interstellar 가 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0417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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