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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수 Feb 20. 2024

동성애 커밍아웃 하면 보이는 3가지 반응

[경수네 이야기 2]


영상이 편하신 분들은 유투브 링크로 오세요!

https://youtu.be/pCEzI94nKQU?si=tYxno6yUymeJJfv4


오늘 주제는 30대 후반에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하면 보이는 3가지 반응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1. 속성 인정형 2. 은근한 걱정형 3. 뚝딱이형입니다. 


제가 첫 번째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한국 최초의 오픈리 레즈비언이라고 불리는 김규진씨에게 매우 감명을 받았는데요. 그 분 책을 열심히 읽으면서, 아 정말 나도 저 분처럼 멋진 오픈리 레즈비언이 되고싶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현재 여자친구와 동거를 결심하고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초대를 하고 커밍 아웃을 많이 했는데요. 제가 오늘 말씀드릴 사람들은 주로 제 지인, 친구, 직장 동료들의 반응에 대해서입니다. 저는 그때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 직장 동료들에게도 다 말해야지 이런 생각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이건 다음에 말씀 드릴게요. 

   

1. 속성인정형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밝혔을 때 첫 번째 보인 반응은 속성인정형입니다. 이 분들은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고 주로 2030, 소위 Gen Z에 속하는 분들입니다. 제가 사실 동성애자고, 여자친구와 같이 살림을 차렸다고 하면, '아 그래요?' 라고 하면서 바로 여자친구는 어떻게 만나셨어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대화가 흘러갑니다. 어떨 때는 아, 그럴 것 같았어요. 이러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흠칫 놀라면서 제가 그렇게 보여요? 라고 하니까,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제 친구도 레즈비언이어서요~' 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저와 친한 남자 후배에게 커밍 아웃했더니 갑자기 눈물을 막 흘리면서 '너무 축하해요~~~!' 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더라고요. 또 한 50대 선배에게 커밍아웃했을때는, 애인이라고 해서 당연히 남잔줄 알았는데, 내 편견이 이렇게 강한줄 몰랐다~하면서 '어머 어머 어디서 만났어?' 이렇게 하더라고요. 사실 저희 엄마도 이 유형에 속했는데, 다음 영상에서 더 자세히 말하겠지만, 엄마는 사실 좋아하셨어요. ‘혼자 늙는 것 보다 얼마나 좋노~’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아마 제가 30대 후반이어서 그런 것도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걱정형

두 번째 유형은 은근한 걱정유형인데, 사실 부정을 내포한 사람들 같아요. 저는 다행히도 제 면전에서 부정적인 말이나 표정을 보인 사람은 없었는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어요. 제 가장 오래된 친구인 중학교때 친구 에게 커밍아웃을 했는데, 갑자기 부모님 얘기를 하더라고요. 부모님이 얼마나 슬퍼하시겠냐고요. 실제 저희 부모님은 전혀 슬퍼하지 않았거든요. 순전히 자기 생각인거죠. 이 친구는 이 것을 계기로 좀 점점 멀어진 것 같아요. 또 한 선배는 아이가 둘 있는 유부녀였는데, 사족을 붙이더라고요. ‘근데, 내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나한테 커밍아웃하면 감당을 못할 것 같아. 너무 슬플 것 같다.’ 라고 하더라고요. 이 선배는 뒤에 저를 아웃팅하기까지 했는데, 이 선배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영상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부모님에게는 밝히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저는 그러면 너무 답답하고 슬플 것 같은데. 왜 밝히면 안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3. 뚝딱이형

마지막으로 세 번째 유형은 뚝딱이형입니다. 저는 이 분들이 좀 귀엽습니다. 대체적으로 40~60대에 속하는 분들이고, 주로 자신이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에요. 제가 커밍아웃하면, 약간 쿨한척을 너무 심하게 하셔서 거의 놀라지 않은 것처럼 연기를 하세요 . 막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고 해야할까? 주제를 감당을 잘 못하시는 거죠. 쿨한척 하시다가 화제 전환을 하시는데, 속으로는 엄청 궁금하신거죠. 제가 50대 선배분들이랑 하는 모임이 꽤 있는데, 대체적으로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실제로 동성애자를 처음 본 분들이 많아서 좀 감당이 안되서 뚝딱거리는 모습이 좀 재밌습니다. 그러다가 몇 개월 뒤에 만나면 이제 조금씩 물어보세요. 막 집안일은 누가 해? 밥은 누가해? 이런식으로요. 저는 이분들이 제게 막 막 잡다한 것을 물어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김규진 씨처럼 대단하고 멋진 동성애자가 되고 싶었지만, 그릇이 작아서 여기 유투브에 얼굴도 공개 못하고 있습니다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잖아요. 저보고 커밍아웃 하지말라고 훈수두는 분들 보면 좀 답답합니다. 그런 분들이 제일 자기 자식자랑, 남편자랑 제일 많이 하시더라고요. 제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그걸 이해하기 어려운지 잘 모르겠어요.   


오늘은 제 커밍아웃 스토리를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다음엔 제 애인과 함께 부모님께 커밍아웃하고 일어난 해프닝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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