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게임>을 읽고
야구라는 스포츠를 보다 더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데이터를 곁들여 보는 것을 즐겨한다. 하지만 데이터를 많이 접하고, 또 데이터가 야구 현장에 접목되는 것을 눈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다른 방향으로도 생각을 하게 됐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데이터가 야구 경기의 흐름의 변수를 줄이는 것이 야구의 재미를 감소시켜주는 것은 아닐까" 였다.
책에서도 나오는 심판의 편향된 스트라이크 존부터 시작해 '토템'처럼 느껴지는 여러가지 징크스, 타순, 클러치 심리 등은 모두 비과학적인 내용 투성이다. 그런데 이 비과학적인 내용이 들어맞을 수록 '낭만'이라는 말과 함께 스토리텔링의 요소로 우리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야구를 만드는 구단 운영부터 선수 기용, 작전, 이제 중계 화면에도 데이터가 들어오고 있는데 요즘부터 시작해 앞으로 한 10년 동안 야구 데이터와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무엇이 더 올바른 야구인가'를 두고 난립하고 있는 여러가지 것들을 조정하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예를 들자면 이런거다. 책에서도 나오는 심리 편향에 의해 고정된 여러가지 습관들에 대해 현장의 구단 오피스맨들이 모두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A 타자의 득점권 타율이 좋다고 다음 타석에서 A 타자의 안타 확률이 과학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이 사실을 누군가 현장에 분명 말하지만 낯선 선택을 선뜻 하지 못하고 그들은 익숙한 맛을 택한다. 그리고 이를 표출하는 중계화면과 언론 기사 등에서도 비과학적 데이터를 진짜 데이터인냥 포장해서 내보낸다. 이런 가짜 데이터들이 모여 진짜 데이터의 야구로의 정착을 방해하기도 한다.
타자의 요일별 타율을 소팅해 내보내는 중계 화면, 30경기 지난 시점에 타율 1푼을 두고 등급을 분류하는 기사 제목, 투수의 구종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좌우놀이에 집착하는 운영과 해설 등등..
이 책에서 나오는 1차원적인 비합리적 판단들은 KBO에서 꽤 시행착오를 겪고 이제는 줄어가고 있는 과정임에 틀림없다. 예전보다는 이유와 근거를 가져 어떤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단. 내 생각은 그 이유와 근거가 '가짜 데이터'인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가짜 데이터를 들고와 합리적 판단인 척 포장하는 것들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차라리 라이트한 재미를 위한 징크스와 토템이 더 낫다. 괜한 어설픈 데이터의 도입으로 진짜 데이터야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고 팬들도 함정에 빠지지 않고 정확한 판단을 하며 야구를 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