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야구 이벤트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오는 3월 20일과 21일 양일에 걸쳐서 무려 메이저리그 정규경기가 열리기 때문. 연습경기, 초청경기 아니다. 실제 메이저리그 '정규경기'다. 정규경기라는 단어의 의미는 매우매우 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축구에서 프리시즌에 초청경기를 치른 적은 있었지만, 이 때마다 늘 'OOO 선수 나오나요' 등과 같이 흥행이 될 빅네임 선수가 오는지 여부로 꽤 논란이 됐었다. 한국인들의 지지율을 단숨에 깎아먹은 '호날두 노쇼 사건'을 비롯하여. 그래서 메이저리그 정규경기가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해당 구단 역시 시즌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경기를 마냥 마음 편히 할 수는 없을 터. 보는 관중 입장에서는 어떤 매치든 '꿀잼 매치'가 됐다.
이번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는 티켓팅과 중계 등을 쿠팡플레이에서 주관한다. 쿠팡플레이는 해외축구 클럽팀 초청경기를 한국에서 열어본 경험도 있고, 요즘 스포츠 하면 당연히 잘나가는 OTT가 됐으니 충분히 잘 운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 팬 입장 아니 스포츠를 좋아하는 한 사람의 입장으로 봤을 때 '얘네 좀 선 넘는데?' 싶은 얘기들이 보인다. 차차 풀어보자.
쿠팡, 유료에 유료를 더하다
이번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는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한국에 온다. LA다저스에는 한국인 선수는 현재 없지만 오타니 쇼헤이라는 전 세계적인 스타가 있으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는 김하성 선수와 이번에 미국 진출한 고우석 선수가 있다. 고우석과 오타니의 투타 매치업을 볼 수도 있고, 고척 스카이돔을 홈 구장으로 썼던 김하성 선수가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리턴을 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위의 이미지에서 일정을 보면 단순히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양 팀간 경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KBO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와 연습경기를 치르고, 또 팀 코리아 연합군과도 경기를 각각 치르게 된다. 정규경기에 많은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연습경기를 편하게 관람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주말도 껴있고, 일정도 나름 팬들을 위해 잘 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대박인 것은 쿠팡이 발표한 '티켓팅 일정'이다. 3월 20일 열리는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개막전은 글 작성일 기준 어제인 1월 26일에 티켓팅을 했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 연습경기 1경기씩 티켓팅을 진행한 뒤에 3월 1일 금요일에 정규경기 2차전 예매를 시작한다. 감질맛 나게 1경기씩 주말에 푸는 것은 계속해서 서울시리즈 열기를 이어나감과 동시에 이슈 화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전략적인 스포츠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뭐 나쁠게 없다.
자, 1월 26일(금)에 개막 1차전, 3월 1일(금)에 개막 2차전 티켓팅을 한다. 두 매치가 당연히 제일 흥행카드일 것이고 많은 팬들이 티켓팅을 시도할 것이다. 두 날짜간의 간격은 5주다.
주목할 것은 이번 쿠팡의 티켓팅 절차인데 쿠팡플레이는 다들 알겠지만 '유료' OTT다. 쿠팡플레이 접속을 위해서는 '쿠팡와우' 등록을 해야 하고, 쿠팡와우는 쿠팡 사이트에서 로켓배송보다 빠른 배송을 해주는 것을 기본으로 나왔던 상품이다. 그런데 쿠팡이 OTT사업에 뛰어들면서 그 상품의 기능을 OTT를 보게 해주는 것 까지 확장했다. 다른 OTT와 달리 유료 영상 서비스 시청과 쇼핑을 결합시켜버린 획기적 상품. 그런데 이번 경기 예매는 그 상품을 유료 구독한 상태여여만 예매를 시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히 유료인 경기장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유료' 상품을 구독한 적이 있을까? 있을리가 만무하다. 쿠팡은 역대 최초로 유료에 유료를 더했다. 원 플러스 원이 대세라더니, 정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가 없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5주 간격'을 개막 1차전과 2차전에 둠으로서 쿠팡와우를 최소 2개월 이상 구독하게끔 했다. 나 역시 체험판으로 쿠팡와우를 1개월간 사용한 적이 있지만,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1개월만 결제하고 곧바로 해지 신청을 해두면 한달 뒤에 자동으로 구독이 풀리곤 한다. 그런데 2개월 구독을 해야 한다면? 한달 뒤에 '까먹지 않고' 해지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런데 솔직히 결제하자마자 취소하는 것과, 1개월 뒤에 취소하는 것의 난이도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진짜 쿠팡의 이런 '지독한' 마케팅 전법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 보는데 이정도 노오오력은 해야지?
쿠팡이 어떤 식으로 티켓팅 절차를 넣든말든 그것에 대한 해석은 아마 3월 이후에나 정확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쿠팡이 티켓팅 허들을 엄청 높게 잡았음에도 모든 경기가 완판될 수도 있는 것이고, 외국인 티켓팅 유입을 제한한 측면도 있어 우리나라 팬들이 더 많이 경기를 보러갈 기회가 생긴 것도 맞기 때문이다.
그럼 다음으로 가격을 한번 볼까. 지난주 까지만 해도 '최소 40만원~50만원'이다 라는 썰이 들리곤 했는데, 아주 다행히도 내야 3층과 4층은 20만원대로 가격 책정이 됐고, 외야는 10만원대로도 나왔다. 고척스카이돔이 16,000석인 점을 감안하면 1차전 정도는 앞으로 티켓팅 시작 후 관리만 잘 해준다면 매진도 가능하다고는 생각한다.
그런데 어제(1월 26일) 티켓팅 시작을 하는데 8,000명이 넘는 대기가 사이트에 있었다고 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과연 그 숫자가 진짜가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진짜 야구 팬이 맞을까. 암표상은 아닐까. 사실 암표상에게는 이번 시리즈가 둘도 없는 절호의 기회인 것도 맞다. 티켓 단가가 워낙 세기 때문에 10만원씩만 웃돈을 받고 팔아도 다른 이벤트보다 더 좋을 것이다. 이번 티켓팅은 관람일 때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날고 기는 암표상을 막을 방법이 없다. 스포츠판에서 그 어떤 암표근절 정책을 내놔도 아이돌판 콘서트판을 거친 암표상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이런 이유로 어제의 열기는 어느정도 쿠팡의 의도된 연출과 함께 암표상의 액션으로 생긴 버블이라고는 본다. 오타니를 보기 위한 일본인이 참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 메이저리그를 보기위한 팬의 규모가 크지도 않을 뿐 더러 충성심이 높은 팬층이라 하기에도 어려우니까. 그래서 과연 이 이슈몰이를 5주 내내 유지해서 3월 1일에도 이정도의 티켓팅 열기를 또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책정된 가격 자체는 물론 비싸다. 진짜 티켓 가격 짜는 사람들 멍청하다는 생각은 늘 매번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테이블석이 일반 내야석보다 고작 20% 차이밖에 안난다고? 들리는 얘기로 테이블석 암표가 지금 190만원에도 나오고 있다고 한단다. 3층 일반 중앙 내야석이 30만원, 2층 내야지정석 1루측이 50만원으로 약 60%의 가격 차이를 보여준다.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아직도 모르나. 솔직히 나에게 꽁돈이 생긴다면 무조건 테이블석 취소표만 기다릴 것 같다. 갈 수만 있다면.
앞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
지금도 서울시리즈를 저 가격을 주고 보러가는 것이 맞을지 고민하는 팬들이 많다. 쿠팡은 계속해서 비싼 가격정책을 유지하면서 해당 경기의 가치가 어느정도인지 어필하는 여러 마케팅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생각보다 자리가 많지 않은 고척돔 특성상 미국, 일본 관광회사에 뿌려놓은 티켓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 자리를 '어느정도' 채우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고척돔 4층 외야가 얼마나 구린지 알지만 외국인들은 눈 뜨고 코 베일 수도 있지 뭐.
다만 수많은 암표상들이 티켓을 선점했을 것이라는 내 예상하에 경기일이 다가오면 많은 취소표가 풀릴 가능성도 크다고 보여진다. 막상 3월이 되면 KBO 개막도 코앞이고 야구에 대한 관심이 꼭 메이저리그에만 쏠릴 가능성은 없다. 앞서 말한 메이저리그에 의미를 둔 직관 야구팬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충성도가 낮을 것이다. "3일 뒤면 KBO 개막전가서 2만원에 주말 야구볼 수 있는데 여기서 30만원 주고 관람 인프라도 그닥인 고척돔에 내 응원팀과 상관도 없는 평일 저녁 겜을 봐야돼?"가 될 수 있다.
(잊지 말자, MLB 경기는 생각보다 매우 정적이다. 응원도 단순해서 투수전 되면 졸릴 수 있다)
아무쪼록 괜히 우리나라에서 하는 경기가 MLB 사무국에 안 좋은 인상을 심어주면 안되니 많은 관중 속에 좋은 기억을 모두에게 남기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중에 또 기회가 생길 수 있을테니까. 제발 암표상들 적당히 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메이저리그에 관심 많이 없다니까, 이건 축구와 다르다고.
괜히 쿠팡의 지독한 마케팅에 나는 놀아나지 않겠다. 나는 9월에 현지에서 직접 보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