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e & Realize RIIZE
1년 새에 많은 남자 아이돌이 데뷔했다. 대표적으로는 보이넥스트도어, 제로베이스원, 라이즈, 투어스 정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라이즈가 가장 잘 만든 그룹인 것 같아서 이야기 해보려고 하는데, 개인적인 취향과 생각이 많이 들어가 끝내 라이즈 찬양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뉴진스의 데뷔 때문일까, 예전에 데뷔했던 아이돌들과는 다르게 요즘 데뷔하는 아이돌은 많이 내추럴해졌다. 이제 마냥 콘셉추얼한 느낌으로 데뷔하는 시대는 지나간건가 모르겠다. 어쩌면 너무 강렬하기만 했어서 편안한 매력이 있는 아티스트의 데뷔를 바랬는지도…
라이즈의 콘텐츠를 보니 딱 한가지의 킥이 있다. 라이즈는 데뷔임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힘을 뺀 모습으로 등장했고, 이는 보는 사람이 과하게 집중해서 뜯어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담이 없다. 어떻게 ‘Get A Guitar’가 힘을 뺀거냐고 하겠지만 뜯어보면 결국 ‘모든게 과하지 않다'는 말이다.
https://youtu.be/iUw3LPM7OBU?si=VeZ6rYueCIBaNlJ5
우선 라이즈는 헤어, 메이크업에서 많은 힘을 뺐다. 맥락 없이 커트해 놓은 헤어와 피부 결점 정도 가리는 메이크업은 매우 옅다. 헤메 세팅을 하고 나온게 맞나 싶을 정도로 밋밋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덜어낸 것이다. 좋게 이야기하면 그 나이대의 소년 또는 청년의 바이브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데뷔 초반 몇 멤버의 헤어는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말았다.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던 것 까지 칭찬을 가미해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그 속의 자신감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라이즈는 SM에서 7년만에 데뷔하는 그룹이었기 때문에 앞서 데뷔한 엑소, NCT 등의 데뷔와 같이 웅장한 시작을 알릴 법도 했다. 비주얼에서도 충격을 먹을 정도로 꾸미고 나올 수 있었을 법 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라이즈는 그렇게 데뷔하지 않았다. 자랑을 한 것은 있는 그대로 생긴 멤버들의 얼굴이다. 일상 (세트) 속에 집어 넣어 찍은 비주얼을 왜곡 없이 찍어 공개했다. 공개된 티징 사진들은 노출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아도 그대로 공개했다. 적목 현상으로 찍힌 사진도 과감하게 공개를 결정할 정도로 튠을 잡지 않았다. 오래됐지만, 꾸안꾸(꾸민 듯 안꾸민 듯) 이라는 단어가 생길 만큼 작정하고 꾸민 것 보다 내추럴함을 연출해 내는 것이 오히려 힘들다. 그 힘든걸 ‘괜찮아 보이게' 만들었다. 작정하고 꾸며서 내보내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멤버들을 모았다는 증명 같았다.
사실 제작기에 어떠한 사유가 따로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데뷔 부터 ‘라이즈 깔’을 만들어 낸 것이 대단하다. 아노락에 트랙팬츠, 비니만 써도 라이즈 스타일링이다 라고 얘기가 나올 정도니까 말이다. 여기서 내 첫 번째 사심은 딱 그정도의 선을 지키는 비주얼을 보여주는 꾸준함이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힘을 어떻게 빼는지 알려주면 더 좋고.
https://youtu.be/gJMheHHf4GQ?si=-fsXLhs3bnMLmcSO
다음은 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편에서 음악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썼듯이, 라이즈는 그와중에도 음악이 좋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RISE & REALIZE’를 보면 라이즈에게는 정말 좋은 스탭진이 함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곡을 어떻게 선정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곡들을 좋게 만들 수 있는 보컬 디렉터, 보컬 레슨 선생님, 퍼포먼스 디렉터, 안무가, A&R팀 까지 오롯이 노래와 춤에 포커싱이 맞춰져 있고 멤버들을 확신을 가지고 이끈다. 정말 좋은 곡을 라이즈가 부른다고 할 수는 없다. 그 곡이 SM에 다른 아티스트 또는 다른 회사의 아티스트에게 가면 더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SM은 고른 곡을 라이즈에게 꼭 맞게 세팅해 준비한다. 그리고 라이즈는 그것을 오롯이 배우고 출력해낸다.
이모셔널 팝이라는 장르를 하는 그룹이라고 소개한 것을 쉽게 이야기하면 그냥 이지리스닝할 수 있는 곡을 들고 나오겠다는 말이다. 어차피 SM에서 키운 그룹이기 때문에 뼈대는 SMP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탄탄함을 가지고 있으니, 그 실력을 기반으로 듣기 좋은 곡을 들고 나와 ‘Chart Friendly’한 음악을 하겠다는 것이다. (선배들한테서 봤던 모습은 언제든지 보여줄 수 있으니까 당분간은 라이즈의 색깔을 고수하겠다는 의미로도 보여진다.) 그러다보니 라이즈는 기존 아이돌그룹들 처럼 ‘유튜브'를 통해 무대와 함께 노래를 듣지 않아도, 음원 스트리밍만 해도 노래를 오롯이 즐길 수 있다. 물론, 무대를 보면서 노래를 들으면 눈도 호강하지만 말이다.
https://youtu.be/0TAAUWHo4Ec?si=dILEWP2bDiBOCveR
어쩌면 라이즈에게 꼭 맞는 콘셉트가 무엇이었는지 잡기 어려웠을 수는 있다. NCT 멤버였던 성찬과 쇼타로, NCT 멤버로 데뷔를 앞두고 있었던 은석과 승한, 비공개 연습생이었던 원빈, 소희, 앤톤까지 비주얼의 합은 처음부터 좋았을지 몰라도 그들이 각자 가꿔온 색깔이 온전히 섞이지 않았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바이브(성격)는 합이 좋지만 그런 이유로만 팀을 모으는 일은 거의 없으니…)
특별히 어떤 주제로 이들을 한데 모아 무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 그냥 서로 간의 불협 화음이 없을 정도의 튠을 보정해주는 것 이외엔 억지스러움 없이 멤버 개개인이 표현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내 두 번째 사심은, 딱 이런 곡들만 꾸준히 들고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는 백색소음이 될 것 같은 곡들로!
퍼포먼스는 세계적인 안무가의 안무와 꾸준한 트레이닝을 통해 만들어진 기본기가 잘 만나 완성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징적으로 찍어 말할 것은 없다. 그냥 SM에서 데뷔한 아이돌이니까 그정도는 해야하지 않겠나.
https://youtu.be/tZYsvAoSNxQ?si=PHbtL9PLW79PpUM0
다음으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멤버 승한의 이슈다. 정확히 어떤 일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지만, 딱 핵심만 말하지만 적당한 시기에 승한의 활동을 멈췄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데뷔 초반에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그때 바로 멈추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쉽게 단정지어 결정 내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사생활이다. 내가 적당한 시기라고 이야기 하는 이유는 바로 데뷔 프로모션 흐름이 끝나가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승한이 무기한 활동 중지를 하지 않았다면 공개될 곡이 더 있었거나, 아니면 Love 119이 연말에 앞당겨 발매를 했을 수도 있지만, ‘Memories’, ‘Get A Guitar’, ‘Talk Saxy’ 까지 3곡을 발매하는게 데뷔 프로모션의 한 단락이었을 것다. (이 세 곡은 데뷔 전 부터 녹음을 진행했고, 안무도 모두 나와있는 상태였다고 콘텐츠를 통해 공개했기 때문에…) 3곡을 연달아 발매하고 연말 시상식을 돌며 신인상을 수상하는 것이 이들의 데뷔 플랜이었다고 보여진다. 다만, 연말 시상식은 변동성이 많은 일정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전에 어느정도의 잡음을 잡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그때였을 거라고 짐작한다.
어떠한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슈, 논란, 사건사고는 부정 요소다. 좋을 일 단 한개도 없다는 것. 승한은 데뷔 하기 전 일반인(그러나 연습생인)이었을 때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잘한다는 좋은 평가들만 듣고 신인상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을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요즘 라이즈는 처음부터 6명으로 데뷔한게 아닌가 생각될 만큼 무대 뿐만 아니라 콘텐츠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유감스럽게도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지금의 라이즈는 매우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지금 이 이야기는 승한이 활동 중지한 것에 대한 맹목적인 칭찬은 아니다. 그룹으로 묶인 개개인의 미래에 대한 서로의 배려가 있었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https://youtu.be/2H0duKgnYgE?si=-g7BBa3Sk29tIP5H
적당히 힘을 뺀 듯한 모습 뒤에는 남모를 디테일함과 치밀함이 모두 뒤엉켜 있을 수 있다. 어떻게 매사에 ‘그냥 툭 힘빼고 하지 뭐, 괜찮아 다 될거야' 라고 마음을 놓을 수 있겠냐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적당히 힘 빼고 만들어야 팔리는 것 같으니 노력해볼 법 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매 분기 컴백을 예정하고 있다는 라이즈의 다음 앨범이 내 사심을 채워줄 지 매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