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베이스원, (여자)아이들이 말하는 ‘But I’m not’
연초부터 커뮤니티는 매우 떠들썩하다. 그 중에서도 아이돌 이슈를 두 가지 가지고 왔다. 조금 더 빠르게 가지고 오고 싶었지만 내가 쓰는 이 글에도 ‘오해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어 망설이다 늦어지게 됐다.
먼저 제로베이스원이다. 제로베이스원의 한 멤버가 영상 통화 팬사인회를 종료하면서 욕설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이슈인데, 내가 왜 이 이슈에 ‘의혹'이라고 붙였냐하면 욕설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한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제목에도 썼듯이 제로베이스원의 이번 이슈의 문제는 바로 ‘오해의 여지'다. 영상 통화 팬사인회를 녹화한 클립이 어떻게 나쁘게 비춰질 수 있는 콘텐츠로 변할 수 있는 것인지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10대들의 우상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아이돌이 행하는 모든 것들은 ‘영향력'을 가진다.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서도, 아이돌에 더 무게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팔로잉’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이돌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 된다. 말 그대로 수백만명 이상의 팔로워들이 터치 하나만으로 모든 콘텐츠를 여러번 개시하며 이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트위터가 X라는 이름으로 바뀌는 것이 보다 떠들썩한 이유도, 아이돌 팔로워들이 관심 밖 인물이 갑자기 나타나 자신들의 놀이터를 바꾼다고 하니 심기가 불편한 것이지 않을까…) 이러한 환경에서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무언가가 등장한다면 결말은 뻔하다.
제로베이스원의 멤버가 정말 욕설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를일이다. 욕설로 오해할 수 있는 단어들 때문에 민망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상황들이 벌어지는 것은 우리 일상에 만연하다. 된소리 발음이 나는 어떤 단어가 음성이 끊기면서 다른 단어로 들릴 수 있다. 다만, 이유를 막론하고 오해의 여지를 만들어서 죄송하다는 의미를 담은 사과를 먼저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들었다고 글을 올린 팬을 위로하라는 것이 아니다. 영상 통화 팬사인회를 진행함에 있어서 아티스트가 말을 끝까지 하고 끊을 수 있도록 스태프가 돕지 않았다는 것,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아티스트가 자신의 태도에 긴장감이 없었다는 것 등 오해를 살 수 있는 이슈를 만든 여러 관계인들의 안일한 태도가 빗어낸 일에 대해 사과를 하라는 것이다.
아티스트를 무조건적으로 비방할 목적이 있어 악의적인 편집과 물타기를 시도한 사람이 그런 글을 올렸다면 그 이후에 사실 관계를 분석해 2차 입장문을 내면 되는 것이다. 소속사가 의뢰한 음성 분석 결과와 입장문이 뜨고 난 이후 당사자 멤버의 태도를 보면 정말 욕설을 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멤버들도 또한 태도가 이를 증빙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필귀정'이라는 사자성어를 쓸만큼 억울한 일이었다면, ‘그때 일 있자마자 회사고 멤버고 사과부터 했는데, 지나고 보니 진짜 오해였네 안그럴 줄 알았어’ 라는 식으로 포장되었을 때여야 했다.
사태를 파악한 소속사는 욕설을 하지 않았는데 뭐하러 사과해서 일을 크게 만들어라며 아티스트를 향한 비방을 자제해 달라는 의미에서 방어적으로 일처리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과를 하면 인정하는 꼴이 되니까. 소속사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의사 결정에서 우선시 되어야 할 것들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다음은 (여자)아이들이다. (여자)아이들의 두 번째 정규 앨범 [2]의 선공개곡 ‘Wife’의 가사 논란이다. 획일화된 아내상에 대한 반발을 표현한 곡이긴 하나, 영어로 작문된 몇 개의 문장이 성적 은유를 담고 있기 때문에 논란이 된 것이다. 사실 성적 은유를 담고 있는 가사와 곡은 많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즐길 수 있는 곡은 널리고 널렸다. 그런데 왜 유독 (여자)아이들의 ‘Wife’가 문제가 있다고 거론되는 이유가 뭘까?
솔직하게 (여자)아이들 아니, 전소연이 자신의 앨범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음악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랑 이를 표현하는 소재와 비주얼이 상이하다는 것이 가장 큰 괴리를 가져다 준다. 어떻게 모든 콘텐츠가 완벽할 수 있겠냐만은, 특히나 (여자)아이들의 앨범이 매우 혼란스럽다. (얼마나 괴리가 있는 콘텐츠인지는 각자가 보고 판단하기 나름이다.)
https://youtu.be/6f3RzjXPQwA?si=ly8krXxhJmeGGyZB
‘TOMBOY’가 성공한 이유는 확실하다. 음악의 메시지와 비주얼이 완벽하게 일치했고, 이를 모두가 즐기기에 어렵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이해하기 좋았다. 그러나 그 이후 ‘Nxde’, ‘퀸카(Queencard)’, ‘Super Lady’까지 이렇게 표현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
전소연은 자신의 그룹을 프로듀싱하고 있다. 나(I)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다양한 방식의 해석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느껴진다. 오롯이 내(I)가 나(I)를 표현할 수 있으며, 나(I)는 특정 모습으로 모든이들에게 비춰지길 바라며, 다른 모습으로 바라보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가 많이 담겨있다고 느껴진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명확한 캐릭터 설정이 필요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소연의 프로듀싱 아래 보여지는 (여자)아이들의 앨범은 모두 ‘어떠한 캐릭터'가 특정된다. 자신이 말하고자하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요소로 가져다 썼다고 하기엔 모든 것이 ‘당위성' 없이 전개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느껴진다. 내면의 숨겨진 힘과 아름다움의 정의는 여러가지지만, 이를 표현했던 (여자)아이들의 이번 컴백 비주얼 자체는 두가지 모두가 느껴지지 않을 뿐더러 한가지의 군상으로 특정될 뿐이다.
‘Wife’는 결국 방송사 음원 심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타이틀곡으로 방송 활동을 하는 것과는 무관한 곡이기 때문에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는데 이또한 한 번에 이해가 되는 의사 결정은 아니다. 오해의 여지가 다분한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 두고 이에 대한 반발과 해석은 묻어 두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다. 이러한 모습도, 저러한 모습도 있는 나 자신을 오롯이 사랑하고 이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여자)아이들은 ‘선택적인 해석의 자율성'를 따르기로 결정한듯 보인다.
https://youtu.be/baaNwRAhHBo?si=yESVAPZ6G848-kCU
‘But I’m not’
제로베이스원과 (여자)아이들은 모두 같은 대답을 했다. 나는 그 말에 ‘굳이 긁어부스럼 만들지 말자’라고 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