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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ㄲㅔ팝 Feb 21.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 04 애정을 덜어야 하는 이유

나나투어 with 세븐틴

아이돌의 자체 콘텐츠를 즐겨 봤던 사람으로 세븐틴이 꽃청춘을 가게 됐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웠다. 꽃청춘이 나나투어로 이름이 바뀌고, 위버스를 통해 ‘유료 확장판'이 공개된다는 것도 거부감이 없을 정도로 나에겐 그저 ‘볼만한' 콘텐츠가 새로 생긴 정도였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나나투어 with 세븐틴’은 아쉬운 콘텐츠다. 이유는 제작자의 ‘취향'과 ‘애정'이 콘텐츠를 부담스럽게 느껴지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에그이즈커밍의 콘텐츠는 슴슴한 매력이 있다. 대놓고 웃겨보라고 풀어 놓는 신서유기, 지구오락실은 조금 다른 맥락이겠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꽃청춘, 삼시세끼, 윤식당, 윤스테이, 서진이네, 콩콩팥팥, 알쓸 시리즈 등)이 시뮬레이션 게임 플롯에 여행이라는 소재를 가미해 꽤 잔잔하게 흘러간다. 최근 채널 십오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여주는 콘텐츠들(나영석의 나불나불 시리즈, 소통의 신, 라이브 등) 역시 그렇다. 대놓고 홍보를 위해 출연했다고 볼 수 있는 배우들이 널어 놓은 음식을 먹으며 그저 수다를 떨 뿐인데 30-40분의 러닝타임이 꽤나 짧게 느껴질 정도로 매력 있다. 요정 식탁이나 살롱 드립 등 단순한 ‘토크 프로그램'일 뿐인 콘텐츠들도 마찬가지다.


나영석 PD가 만드는 프로그램은 이제 유행이 지났다 라고 이야기가 나올 만큼 많은 프로그램들이 성공했고 자연스럽게 공식화 되었다. 나영석 PD는 후배 PD들이 기획한 방송을 사실 ‘얼굴 마담'으로 나와 출연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번 ‘나나투어 with 세븐틴'에서 나영석 PD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 프로그램을 만든 다른 PD, 작가들의 영향이 더 컸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이런 관찰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편집자의 시선이 매우 중요하다. 편집자가 출연자의 매력을 알고 있고 이를 극대화 시켜 보여줄 수 있을 만큼의 센스가 있다면 그 출연자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된 불특정 다수가 호감을 갖고 이후 출연자를 팔로우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선에는 객관성이라는 것이 존재해야 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인물에 과몰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러나 ‘나나투어 with 세븐틴'에서는 편집에 애정이 뚝뚝 떨어진다. 나는 이게 바로 콘텐츠를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생각한다.


https://youtu.be/Hep2AhgSFhQ?si=kkzyKCJUnEFFTBTh


세븐틴은 여느 아이돌과 다르게 ‘다인원' 팀이다. 10명이어도 많은데 13명이나 있는 팀이기 때문에 기존에 제작했던 여행 프로그램과 다르게 모든 것이 2배, 3배 이상으로 준비해야 했을 것이고 그만큼 촬영 분량도 2배, 3배 이상 많았을 것이다.제작발표회에서 제작이 쉽지 않다고 말했던 나영석 PD의 말했던 것이 진심이었다고 짐작한다. 단순히 많아서 시끄럽고, 많아서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 많은게' 힘들었을 것.


일주일 정도 여행을 갔다 왔으니, 6회의 분량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방송 편성 시간인 80분 안에 모든 분량을 축약해서 담는 것이 아쉬워 확장판을 위버스를 통해 공개한다는 계획은 단순히 들으면 팬들에겐 호재다. 그러나 나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을 하겠다.


첫 번째, 세븐틴의 이모습 저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싶은데 80분이라는 시간은 짧으니 확장판을 만들자. 두 번째, 생각보다 제작비가 많이 들었으니 이왕 콘텐츠를 만드는 김에 더 길게 편집해서 유료 판매해서 비용 전환 해보자.


TV 버전과 위버스 버전을 모두 시청한 사람으로, 차떼고 포떼고 이야기해보자면 TV 버전을 통해 세븐틴이라는 그룹에 대해 ‘맛보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 않았다. 만약 나나투어를 통해 세븐틴을 잘 모르던 시청자들이 세븐틴의 매력을 알아가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면 멤버를 소개하는 듯한 편집 구다리가 TV 버전에 나왔어야 했다. 절반 이상의 멤버 소개 영상이 위버스 버전에 나오는 것을 보고, 분량 조절에 실패해서 묶다가 위버스 버전으로 넘어갔나 싶었다. 사실 이런 방송은 세븐틴의 소속사에서 만들면 되는 콘텐츠다. 더 나아가서 여러 방송 영상을 수백번 돌려본 팬들이 직접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면 된다. (이미 많지만…)


결국 TV 버전과 위버스 버전의 편집 테트리스를 잘못한 것은 5화에서 절정을 찍는다. TV 버전을 통해 공개된 5화의 모든 분량은 한시간 내내 ‘장기자랑’이다. 사실 이 코너야 말로 팬들만 보면 되는 코너였다. “가수인 세븐틴이 웃기는데 진심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여줄 생각이었다면, 정말 제작자의 입장에서 미친듯이 웃겼던 멤버의 구간만 임팩트 있게 보여줘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기자랑에 부담을 가지고도 열심히 준비한 우리 세븐틴 멤버들의 안쓰럽고 귀여운 모습 좀 봐주세요”라고 영업하는 듯하다. 아마도 이번 나나투어 분량에서 덕질 포인트가 많다고 생각했던 PD의 판단이 이 프로그램에 대한 ‘평범한 재미'를 상쇄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


‘나나투어 with 세븐틴'을 통해 세븐틴을 소개한다면 뭐든 잘, 많이 먹는 아이돌이자 웃기는데 진심인 아이돌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세븐틴을 바쁜 스케줄 속에서 납치해 휴식을 주고 싶었다는 팬의 마음을 대변하는 팬덤 지향적 콘텐츠라고 느껴진다. 인더숲이랑 다른게 뭐지 싶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TV로 보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 또는 위버스 독점 콘텐츠로 보는 것이 매력이 있는 것이다.


https://youtu.be/Jz6i2gIoPNc?si=QQgfXq9VniWbV5lb


‘출장 십오야 세븐틴편’이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신서유기나 지구오락실을 재밌게 보던 팬들이 내가 좋아하는 그룹이 같은 게임을 하면서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즐거움을 느끼는 것. 그리고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 유명 PD가 픽한 그룹으로 인정 받는 것만 같은 우월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만들었다고 본다.


더불어 ‘나나투어 with 세븐틴'이 ‘출장 십오야 세븐틴편' 만큼의 호평을 얻지 못했던 것은 플랫폼의 차이도 있다고 본다. 여전히 TV 프로그램은 대중이 다같이 보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시청자를 집중해 타겟팅 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튜브나 위버스 같은 플랫폼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보는 ‘알고리즘'에 기반한 취향형 플랫폼이다. 이에 TV 버전과 위버스 버전을 명확히 나눠 편집해야 했다. 그랬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을지도 모르겠다.


3만 8천원이라는 돈을 들여 콘텐츠를 결제해서 봤기 때문에 더 큰 실망을 한 것은 아니다. (세븐틴 뿐만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 콘텐츠도 많이 돈주고 봤던 사람이라서) 다만, ‘나나투어 with 세븐틴'을 만든 PD, 작가가 모두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어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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