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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ㄲㅔ팝 Jun 18.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 11 알맹이가 있어야 하는 이유

배드빌런의 Bad Attitude

빅플래닛메이드에서 신인 걸그룹을 론칭했다. 그룹이 전체적으로 산만하다. 데뷔 프로모션 흐름도, 곡도, 퍼포먼스도, 멤버 구성도, 비주얼도 거기에 화룡점정을 찍는 이들을 세일링하는 마케팅 방식은 정말 ‘굳이' 싶다.



그룹을 프로듀싱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렉터의 감이다. 다년간 쌓아온 경험치로는 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이라는 것이 있다. 잠깐 느슨하면 지나가버리는 빠른 트렌드 덕에, 요즘 데뷔 그룹 같지 않아 보여 회사가 때려 붓는 강제 화제성에도 그만한 리턴이 없는 것이 ‘Bad News’다.


싱글 앨범이기 때문에 곡 수가 많지 않아서 듣고 생각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니지만, 이 글을 쓰기 까지 시간이 좀 걸린 이유는 명확하게 어떤 지점이 문제인지 추리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https://youtu.be/WpFuv7Q0VBo?si=GFkJ8fd4D4hAWA6y

배드빌런 'Bad Villain'

우선 타이틀곡에서 느껴지는 그룹의 방향성은 유사한 콘셉트로 활동했던 선배 그룹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세트 몇 개는 특정 뮤직비디오를 참고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원의 구성도 마찬가지다. 클래식 사운드를 활용하는 트랙에 탑라인은 대부분 랩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프리 코러스 부분의 마이너한 전조, 브릿지 이후 샤라웃(떼창) 파트가 등장하는 등의 클리셰적인 곡 구성이 딱 어느 수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야호 (BADTITUDE)’와 ‘+82’ 역시 마찬가지다. 싱잉을 위한 곡이라기 보다는, 퍼포먼스만을 위한 곡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타이틀 곡은 간신히 3분을 넘기고 나머지 두 곡은 각 2분, 1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요즘 곡 길이가 많이 짧아졌다고 하더라도 인트로 곡에 가까운 곡들로만 수록된 것이 이들이 정말 ‘가수'를 모델링해서 만들어진 그룹일까에 대한 의문을 들게한다. 덕분에 데뷔 프로모션을 퍼포먼스 비디오로만 채운 까닭을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배드빌런 그룹의 방향성은 ‘퍼포먼스형 아이돌’이라는 것에 방점을 두고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겠다. 


https://youtu.be/feXJQ71Xl7A?si=QQZuZ8s2aP2UnQkD

배드빌런 'Hurricane'

https://youtu.be/jKdANBLxj2U?si=R9TNrj79HSqUdmit

배드빌런 '+82'

그룹 방향성을 정하고 멤버를 구성했는지, 멤버를 모아 놓고 보니 다른 쪽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모두 배드빌런의 멤버 구성이 이들의 그룹 방향성을 잡는데 한계가 있었을 수 밖에 없다고 추측하겠다.


배드빌런의 프론트맨은 엠마와 클로이영으로 보인다. 이 둘은 그룹 내의 연장자이기도 하면서 엠마는 스우파에 출연했고, 클로이영은 원밀리언 소속의 댄서였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이 그룹은 다른 멤버들의 특장점과는 별개로 ‘퍼포먼스형 아이돌'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생각이 들었고, 유감스럽게도 모든 무대에서 엠마와 클로이영 빼고는 보이지가 않는다. 회사가 의도한 바가 그렇다면 더 할말이 없지만서도 이들에게 더이상 눈이 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시선을 빼앗아 가는 멤버가 압도적인 비주얼 쇼크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단순히 예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들의 매력이 보일 수 있을 만큼의 비주얼 세팅이 없다는 뜻이다.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까지 모든 점이 과하고 과하다. 그룹의 비주얼 컨셉에만 충실한 세팅이 이들의 본 매력을 모두 상쇄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려고 SNS를 돌면서 확인한 이들의 본모습은 지금 그룹의 컬러와는 전혀 달랐다. 마냥 걸크러쉬, 히어로 콘셉트를 구현할 만한 엣지 있는 모습 보단 대척점에 있는 모습이 더 잘어울릴 것만 같은 느낌이다. 프론트맨을 설정하고 이에 맞는 멤버들을 의도적으로 조화롭게 모았다기 보다는, 어느정도의 화제성이 있는 멤버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이들의 교집합을 착즙해서 구성한 팀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전체적으로 멤버들의 비주얼 포인트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사전에 설정된 콘셉트가 멤버들을 잡아먹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사실, 이들이 착용하고 나오는 의상을 포함해 여러 비주얼 아이템을 뜯어보면 비용이 한두푼 들지 않았을거란 예상이 가능하다. 이들의 데뷔 타임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확실히 막대한 자본을 들여 제작하고 있는 그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빅플래닛메이드에서 프로듀싱한 첫 그룹이라서 가능한 이야길까.


https://youtu.be/GJzq_xBSDWI?si=eYe6hl0_L8xHVavb

배드빌런 ‘야호 (BADTITUDE)’


배드빌런의 안무는 동선이 화려하고, 캐치프레이즈를 위한 잔동작이 많다. 배드빌런의 퍼포먼스를 디렉팅한 안무가의 안무 특징이 그렇다. 왠만한 아티스트 아니면 라이브가 불가능한 안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른 걸그룹들과는 다른 장점이 이 지점이다. 라이브는 둘째치고 퍼포먼스 스케일이 크고 화려하기 때문에, 갓 데뷔한 그룹의 패기와 그 때만 보여줄 수 있는 독기가 확실히 잘 보인다. 그러나 제스처가 너무 많아서 클로즈업으로 잡히는 방송 화면에서 보기에 무대가 매우 산만하고, 헤어 메이크업은 이들의 비주얼을 보기에 어둡고 텁텁하며, 하체는 의상으로 인해 매우 둔해보인다. 퍼포먼스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비주얼이 가리는 느낌이다. 


데뷔 그룹이 화제성을 가져가려면, ‘지금 무대 빨간 머리 누구야?’라고 물어볼 만큼의 시선을 빼앗는 비주얼이 우선이어야만 한다. 얼굴을 인지해야만 그 다음을 찾아볼 마음이 생기지 않는가. 그렇게 관심을 가진 이후 이들의 무대를 찾아보고 실력을 알아차리고 팬이되기로 선택하는 흐름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들의 무대는 풀버전으로 보기에 부담이 된다.



배드빌런이 데뷔하기 전 부터 커뮤니티에서 화제성을 얻은 이유는 하나다. 역조공 물품. 사전 녹화 현장에 찾아준 팬들을 위해 역으로 아티스트가 선물을 주는 것으로, 요즘은 당연한 관례다.


대형 그룹의 경우엔 멤버 개인이 엠버서더를 맡고 있는 브랜드에서 협찬을 해주기도 하고, 별도로 브랜드사에서 마케팅 방안으로 제공을 해주기도 하고, 직접 일정 수량을 구매해서 제공을 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역조공 물품은 ‘팀의 브랜드 가치'를 간접적으로 증명해주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터라, 역조공 물품이 어떤 브랜드의 어떤 상품, 어떤 금액이었느냐에 따라서 팀의 바이럴 포인트가 된다. 그러나 이들의 회사는 이 지점을 ‘바이럴의 수단'으로써 이 아이템을 역으로 사용하지 않았나 하는 예상을 하게 할 정도로 의도적이었다고 본다.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지만, 역조공 아이템으로 바이럴성 기사를 배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느정도 짐작케하는 지점이다.


회사가 잡은 바이럴 포인트가 ‘퍼포먼스 잘하는 그룹'으로서의 입소문이 아니라 ‘자본력이 막대한 그룹'으로서의 입소문이 나는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닌가. 자신들이 꿈꾸는 무대와 원하는 위치를 얻을 때까지 스스로를 괴롭히고 자극하는 건설적인 의미의 ‘BAD VILLAIN’ 일 순 없었냔 말이다.


특히나 각 멤버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을만한 콘텐츠도 없다. 이들이 어떤 서사를 가지고 데뷔를 하게 됐는지, 회사와 멤버가 가지고 있는 이상향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을만한 양질의 콘텐츠가 없다는 말이다. 억지로라도 부여한 서사를 토대로 그룹에 팬덤이 붙고, 팀과 팬이 모두 성장하는 서사를 가져간다는 것이 진정한 데뷔 클리셰다. 앞서 메가 히트를 친 그룹의 콘셉트를 표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닌, 그룹의 내실을 뜯어보고 배드빌런만의 내구성(알맹이)을 만들어 보여주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지금보다 더욱 설득력 있는 Anti-Hero의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았을까. 마치 데드풀처럼. 


배드빌런과 유사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그룹은 차고 넘쳤다. 비슷한 비주얼을 구현하는 그룹도 차고 넘쳤다. 비슷한 음악을 잘하는 회사도 차고 넘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드빌런을 봐야하는 이유가 어디있을까. 무대 위의 새로운 히어로, 나를 위한 최고의 선택을 하는 빌런 이라는 키워드에 맞는 그룹이 되기 위해서는 ‘다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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