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ㄲㅔ팝 Nov 16.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 12 너무 들뜨면 안되는 이유

요즘의 아이돌 콘텐츠의 ‘디브랜딩’

지난 6월 이후 5개월 간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으나, 여유롭게 노트북을 키고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여유가 없었던 터라 한차례 흐름이 지나간 이야기를 오늘에서야 꺼내보려 한다. 해당 그룹이 보여준 행실이 단순히 철 없고 어린 행동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디브랜딩(Debranding)은 마케팅 용어이긴 하나 아이돌 콘텐츠에서 디브랜딩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광고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에 따라 같은 품종으로 분류되는 브랜드 일체 또는 경쟁사에 놓인 브랜드를 노출하지 않는 것. 해당 브랜드에 정당한 대가를 받고 광고 모델로서의 몫을 다하면서도 상호간의 배려와 예의를 지키는 것이 요즘의 디브랜딩이다. 요즘은 직접 광고 계약을 하지 않고 단순 협찬, 제공을 받더라도 정말 ‘예의상’ 다른 브랜드는 최대한 노출하지 말자는 흐름이 생기기도 한다. 


하이브 아티스트 외 다수의 아이돌 팀들이 작년 연말 어떤 시상식의 공식 파트너사였던 삼성으로 부터 갤럭시 휴대폰을 협찬 받았다고 알고 있다. 해당 아티스트의 담당자인 주변 지인들을 통해 건너 들었던 이야기는, 파트너사였던 삼성과 방송사의 요청으로 일정 기간동안 해당 시상식과 연관된 콘텐츠(사진, 영상 모두)에서 경쟁사에 있는 애플사의 모든 전자기기를 디브랜딩 해야한다는 권고(?)가 있다고 했다. 광고 계약 관련해서는 더욱 민감해진 요즘 시기에 당연한 처사이니 담당자들이 일을 더 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않겠냐고 이야기 한 적도 있다.



그 이후 약 일 년이 지나고 애플 뮤직과의 프로모션을 통해 프로젝트 음원을 발매를 앞두고 있던 보이넥스트도어가 ‘너무나도 보란듯이 갤럭시 생활을 청산하고 아이폰으로 돌아왔다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 큰 문제로 번지는 상황을 보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사실 같은 권고 사항을 받았던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의 개인 휴대폰은 아이폰이었을 것이라고 믿어의심치 않는다. 어떤 팀의 멤버들은 어쩌면 투폰을 사용하고 있었을 수도 있으며, 브랜드사가 권고하는 사항에 따라 선별하여 노출하는 전략을 세운 팀도 있을 것이다. 


다만, 보이넥스트도어가 이와 같은 경로를 통해 삼성 갤럭시를 협찬 받고 화보를 촬영하고 일정 기간 동안 해당 모델을 사용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보이넥스트도어가 삼성과 공식적으로 엮인 프로모션을 공공연하게 진행한 팀인 것엔 분명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 것. 공교롭게도 삼성 협찬 종료 시기와, 애플 뮤직 캐럴 커버 프로젝트의 시기가 맞물렸고 하필 아이폰16 시리즈가 발매된지 얼마 되지 않아 멤버 전체가 기기를 변경함까지 모든 박자가 착착 맞아 떨어진 상황이라 볼 수 있다.


보이넥스트도어에게 애플 뮤직의 프로젝트 음원을 발매하는 것은 크나큰 기회로 느껴졌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기회를 보다 영리하게 사용했어야 하며, 이전에 관계를 맺고 있던 삼성과의 관계도 잘 유지했어야 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어렵다지만, 이미 우호 관계를 형성했던 관계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 보내며 '영원한 건 절대 없어' 마냥 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애플 뮤직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앨범 등을 통해 새로운 음원을 독점으로 발매하고 프로모션을 이어나가는 것은 아티스트들에게는 매우 좋은 기회다. 그러니까 너무 들뜨면 안된다. 


보이넥스트도어가 이미지가 좋았던 것은, MZ 그 자체의 날 것을 보여주는 멤버들의 신선한 바이브와 하이브 아이돌 답지 않은 비정형화된 팀의 방향성 그리고 실력이었다. 라이브를 하는 팀이 몇 없는 요즘 아이돌 시장에서 데뷔 때 부터 줄곧 핸드 마이크를 들고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에서 보이넥스트도어는 탄탄한 실력을 가진 팀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니 더욱 아쉬울 뿐이다.


이번 이슈는 알아서 잘할거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아티스트의 ‘들뜸’과 회사가 아티스트에게 많은 부분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실무단의 현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아티스트의 자율성과 주체성, 창의성을 위해서는 회사의 수많은 가이드라인이 피해가 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NEXT)’를 바라봐야 할 이들의 계약 기간 내에서는 꼭 필요한 부분들이 이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 11 알맹이가 있어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