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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n 15. 2023

금연을 하려다 금연껌에 중독되어 버렸다

우리가 마주하는 욕망에 대한 고찰

“금연을 하려고 금연껌을 씹었는데, 이제 금연껌을 못 끊겠어요”

어느 날, 티비에서 나온 연예인의 우스갯소리가 기억나는 순간이다.


우리는 종종 여러 가지 욕망을 마주한다. 돈을 왕창 벌고 싶다는 욕망, 맛있는 걸 많이 먹고 싶다는 욕망, 담배를 끊고 싶다는 욕망, 저 길고양이를 쓰다듬고 놀고 싶다는 소소한 작은 욕망까지.


그리고 그 욕망을 위해 이내 행동한다. 돈을 벌기 위해 피땀 흘려 열심히 일하고, 투자도 해보고, 맛있는걸 왕창 사서 배 터질 때까지 먹어보고, 담배를 끊기 위해 금연초를 태우고 금연껌도 씹어보고 말이다.


어느 연예인의 우스갯소리처럼 금연을 하고 싶다는 욕망은 곧 ‘금연’이라는 맹목적인 목표를 향해 달리게 만들었다. 이내 담배를 끊고 싶다는 욕망으로 하여금 다른 것에 중독이 되는 걸 망각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궁극적인 목표인 ‘중독에서 벗어나기’에서는 자유로워질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떤 욕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바람직하지 않은 욕망을 이용한다는 것. 그것은 처음 것의 욕망을 태우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번째 욕망은 나와 함께 남아있게 된다.


​ 어느 정부가 헤로인 중독환자들을 치유하기 위해 헤로인 중독 치료제인 또 다른 진통제 메타돈을 처방한 것처럼. 결국 헤로인에서는 해방되었지만 메타돈 중독이 되어버린 사람처럼, 우리는 메타돈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치료제를 찾아 나서게 될 것이다. 악순환인 것이다.


 그렇다면 무작정 욕망을 눌러내는 것이 답일까.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 보태어보자면, 욕망은 참고 가두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것의 방향성이 어디를 향하는지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효리네 민박이라는 예능을 즐겨봤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다면, 아이유와 이효리가 키우는 고양이 미미가 친해지는 과정이었다.

tvn <효리네 민박>

처음 아이유가 이효리의 집에 들어왔을 때 고양이는 경계했고, 아이유는 개의치 않았다. 그가 밥을 먹고 있는 걸 쳐다보고 있노라면 한 번쯤 귀엽다 만져주고 안아서 내 몸 안에 가두고 싶을 텐데 아이유는 가만히 그런 미미를 그대로 두었다.


“당신이 오기를 원한다면 오라. 당신이 가기를 원할 때는 가라.”


아이유가 미미에게 보여준 태도가 아니었을까. 가만히 아이유를 바라만 보던 미미는 어느새 아이유가 밥을 먹을 때마다 옆자리를 지키고, 꾸벅꾸벅 졸면서도 아이유의 무릎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곤 했다. 아이유는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어떠한 것도 나에게 다가온다고 해서 잠가둘 수 있는 권한이 자신에게는 없단 걸. 그들은 단지 와서 머무를 뿐이라는 걸 말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연애와 비슷하고, 또 인생과 비슷하다.


​어떤 욕망을 쫓아내는 것에 매몰되지 말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 큰 방향성을 먼저 보아야겠다.


나무 말고 숲을, 호수 말고 강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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