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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I Nov 11. 2023

미켈란젤로가 그린 여자

미켈란젤로의 자부심

당신에게 질문을 하나 해보겠다.

당대 화가들이 그린 여성의 모습을 상상해 보고 말로 표현해 보라 물어보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까?


처음엔 당황하거나 난감해할 수 있겠지만, 천천히 입을 열고 말할 것이다.


완만한 에스 곡선, 부드럽고 화사하고 밝은 톤의 피부결


그렇다. 일반적인 여성의 신체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된 근육과 피부결이 특징이고 이를 조금 과장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여성의 특징을 기본적으로 잘 담고자 했던 화가들의 작품이 우리에게 익숙하다.


바로크 시대만 해도 풍만한 몸과 부드럽고 화사한 색채감으로 여성을 표현했던 루벤스가 있었고, 그와 대조적으로 빛과 어둠을 통해 화면을 극적으로 연출한 카라바조 역시 여성들의 특징을 기본적으로 잘 담아내는 화가였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 1598~1599, 카라바조
클라라 세레나 루벤스의 초상, 1616, 루벤스



바로크 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르네상스 시대로 가보자.


'부활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 이름의 르네상스는 실제로 인문학과 과학 문명의 꽃을 피웠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 르네상스 사람들은 과거 중세의 문화와 분위기에 익숙해있었고 그리워했다. 당대 유명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말년에 생계를 위해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되는 풍족함을 누리게 되었을 때 그는 우울하고 시대종말론적인 드로잉을 즐겨 그렸다. 홍수가 일어나 도시가 물에 잠기는 장면이나, 기괴하게 생긴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게 그들을 찾아가 인물 드로잉을 그렸다.


젊은 시절, 성스럽고 아름다운 성경 속 인물과 초상화, 풍경을 그려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이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 역시 여성을 묘사할 때 신체의 특징을 잘 담아내는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중세의 양식과 지성적 느낌이 어우러진 여성의 모습으로 우아하고 부드러운 곡선의 외곽의 형태와 함께 자애롭고 선한 여성상을 중심으로 표현했다.

 

성 안나와 성 모자, 패널에 유화, 1503
여인의 두상, 패널에 유화, 1508년


그런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쌍벽을 이루며 경쟁했던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경우는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양식으로 표현된 여성들과 완전히 달랐다. 회화의 우수성을 강조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달리 조각의 위상을 높이고자 했던 미켈란젤로는 부드럽고 우아한 선을 강조하지 않았다.


그의 작품 속의 여성들은 그가 조각한 남성들만큼이나 근육으로 단단한 몸체로 커다랗게 표현했다. 금욕주의자이자, 경건한 종교 신자였던 미켈란젤로가 그린 여성 작품으로는 리비아, 에리트리아, 델피 무녀를 표현하여 작품이 유명하다.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정화로 그려진 무녀의 작품을 감상하면 그가 표현한 여성의 신체가 명확히 남성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쿠마이의 시빌라 무녀,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장화 중 일부, 미켈란젤로


무녀의 팔에서 울퉁불퉁 튀어나오는 남성적 근육은 왠말이란 말인가?

덩치는 그야말로 어린 아이들을 압도할만큼 크다.


리비아 무녀 습작,  1508~1512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이처럼 미켈란젤로가 여성을 남성처럼 묘사한 이유가 무엇일까?


회화의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의 신체를 표현할 때 요구되는 능력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각의 영역에서는 달랐다고 한다. 남성의 신체를 조각하는 것이 여성을 조각하는 것보다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했으며 또한 피부 아래의 근육과 힘줄 및 등 상당한 신체 해부학적 지식과 해석 능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조각가이자 예술가의 자부심이 굉장했던 미켈란젤로에게 이러한 남성을 조각하는 과정에서 느낀 만족과 기쁨이 매우 컸을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게 아닐까


또한 당시 사회적 관념과 가부장적 가치관으로 인해 여성보다 남성이 더 우월하며 신체적 아름다움에서도 더 훌륭하다고 평가했기에 예술에서도 남성의 신체적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미적 취향이 존재했다. 게다가 외모콤플렉스가 심했던 미켈란젤로로서는 미소년과 건장한 체격의 남성의 신체를 좋아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마음과 조각의 만족감을 위해 여성을 남성의 근육질 신체처럼 묘사했던 것 같다.

 


현대 사회에 공공연하게 새로운 제 3의 성이라 불리우는 동성애는 르네상스 시대에도 있었다. 지금처럼 사회적으로 알리지 않았을 뿐, 비밀리에 동성애는 일어나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미켈란젤로 회화에서 엿볼 수 있는 남성화된 여성상에는 비밀 이야기가 담긴 듯 하다. 당시 사회적으로 죄악시되던 동성애를 비밀로 보관했던 판도라의 상자 속에 담긴 이야기처럼 말이다. 금욕주의자이자, 경건한 종교인이었던 미켈란젤로에게 있는 독특한 여성의 표현법이 정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거 같다. 진실이 무엇이었는지는 말없는 미켈란젤로만 알지 않을까? 그래도 여러 책을 읽고 추측해보며 예술가의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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