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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I Dec 07. 2023

천 가지의 얼굴을 담은 예술가,파카소

예술의 별을 찾아 떠난 청춘 이야기

우리의 인생을 조각내어 장면 장면을 그려보라. 살아온 조각은 퍼즐처럼 꼭 아귀가 다 맞을 필요는 없다지만 때로는 자기 삶의 장면들을 모아놓고 전시회를 열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보곤 한다.


우드 톤의 깔끔한 액자로 두른 차가운 그림도 괜찮고, 너저분한 캔버스 천 위로 거칠게 휘갈긴 추상 그림도 나쁘지 않다.


한 사람을 하나의 결로 설명한다는 것은 어차피 일부분. 적어도 내 인생만해도 무지개 같은 장면들로 채워진 기억들은 내 안의 태양으로 비추는 것이니 어떤 그림이든 틀리지만 않으면 괜찮으리라.


피카소는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심장을 가진 예술가로 유명하다. 스페인 사람의 기질답게 열정적이고 쉼 없이 사랑하며 살아간 남자이기도 하다. 그렇게 한 예술가 삶 속에 채워진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무지개처럼 몇 가지 시기로 분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오랜 기간동안 엄청난 다작을 보여준 것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의 예술 세계는 시대순으로 청색 시대, 장밋빛 시대, 입체파, 신고전주의의 순서로 설명되는데, 특히나 청색 시대와 장미 시대 작품들 속에는 색이 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춰져 있으며, 젊은 피카소의 순수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이번 글에는 이 두 시대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청색은 영어로  Blue.(블루)  


블루는 광고 세계에서는 청량함을 상징하지만, 예술 세계에서는 우울함을 대표하는 컬러다. 블루톤으로 표현된 서커스 광대들, 노인, 남녀를 주제로 다루는 인물의 표정과 동작은 가난과 절망으로 가득 찬 우울한 감정을 가슴 깊게 전달한다. 나는 그의 블루 작품 시리즈를 보면 볼수록 피카소의 공감능력은 정말 뛰어났을 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데, 실제로 당시 피카소의 소중한 친구가 자살을 했다고 한다. 카를로스 카스헤마스, 자기 친구가 생을 마감하는 장면을 보고 난 뒤, 피카소는 우울과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 마음의 상태에서 그가 마주하고 싶었던 것은 결코 화려하고 행복한 장면이 아니었다. 기쁨이 사라진 자기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우울하고 절망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왼)  "Old beggar with a boy", 1903/ (오) "poor people on the seahore" , 1903


실제로 예술 활동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기능이 있듯이 블루 시리즈의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피카소는 점점 마음속에 찾아오는 빛을 발견하게 된다. 피카소의 'Pink period 1905'라고 불리는 이 시기에 표현된 주제는 광대와 가난한 사람들로 블루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색채 면에서는 큰 변화를 불러온다. "Family of Saltimbanques" 작품을 보면, 연분홍 톤의 색감으로 표현된 사람들의 얼굴은 생기가 있고 포즈는 매우 안정적으로 변한다. 뿐만 아니라 여러명의 인물들을 배치하여 다채로운 색들로 각자 옷의 색이 개성 있게 표현했다.   


"Family of Saltimbanques", 1905


"Acrobat and Young Harlequin" 작품은 붉은색의 모자와 옷, 그리고 붉은 장미꽃덩쿨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하늘색과 붉은 색은 서로 보색관계에 있는 색들인데, 보색들은 관람객의 시선을 잡는 강렬한 힘을 발휘한다. 이처럼 물체와 사람의 고유색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강렬한 붉은 색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의도적 색채 배열은 예술가의 마음 속에 찾아온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이 작품은 블루시기를 지나 막 장미빛 시기로 들어가는 시점으로 알려져 있다. )



Acrobat and Young Harlequin, 1905


그리고 피카소는 결정적으로 페르비앙 올리비에라는 여성을 만나면서 삶에 사랑이 찾아오고 그의 작품 속에는 따스한 분홍톤의 색감이 수채화 물감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The Watering Place> 작품은 말을 타고 있는 군중의 무리를 표현했는데 편안하고 따스하다. 블루톤과 갈색톤과 섞여 자연스러우면서도 잔잔한 애수를 불러일으키는 편안한 하늘의 색감은 강물의 블루톤과 어우러져 위와 아래의 균형감각을 돋보이게 만든다.   


"The Watering Place", 1905-1906, gouache on tan-paper board,


<Boy with a Pipe> 의 작품은 확연하게 장미빛 시대로 구분되는 작품으로 화려한 꽃다발의 묘사가 인상깊다. 당시 피카소는 24살의 젊은 남자였고 파리에 생활하며 예술가로서의 힘든 삶을 지내야 했던 시기에 그는 "P’tit Louis" 루이스 라는 이름은 가진 한 어린 소년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했다. 소년의 머리에 왕관처럼 쓴 꽃관, 배경의 무늬로 표현된 꽃다발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블루 데님을 입고 두 입을 굳게 다문 어린 10대 소년의 모습.


실제로 루이스는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10대 소년이었으며, 그를 묘사한 붉은 꽃관과 배경으로 표현된 꽃들은 예술과 인생에 관한 피카소의 관점을 서서히 알아보게 만든다.


Boy with a Pipe, 1905


조금 섬뜩하지만 지독히 아름다운 피카소의 젊은 20대의 작품들은 블루시기, 장미빛 시기에 속해 있다. 순수한 마음과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예술의 별을 찾아 떠난 스페인 남자의 인생 가운데 지독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 그것은 청춘 때문이 아니었을런지. 만일 신이 피카소에게 다시 20대로 돌아가게 해준다고 한다면, 그는 그 때로 돌아가기를 원할까? 내가 피카소라면 거절할 것이다. 이르게 핀 꽃은 먼저 진다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혹독한 겨울을 맞이했던 젋은 시절 이후로 찾아오는 봄과 여름을 누리고 싶으니까 말이다.



얼마 전에  “Femme a la montre” 작품이 소더비경매에서 1829억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뛰어난 유머감각과 재미, 삶의 풍요가 깃든 큐비즘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자기의 다채로운 삶을 위대한 작품으로 남겨놓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장미빛 시기 다음으로 찾아오는 그의 화려한 성공의 예술적 신화는 어떻게 시작될까


“Femme a la mon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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