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와 인상주의
색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으면, 꼭 권하고 싶은 인상주의 화가가 있다. 바로 클로드 모네이다.
"색"에 대한 혁명을 불러온 인상주의 화가들의 삶은 카메라의 등장과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투쟁과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그대로 그려내기 위한 표현 기술이 더 이상 사진기로 인해 의미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은 지금 이 사회에 인공지능의 등장과 비교해 보면 어딘가 비슷해 보인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류의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카메라의 등장으로 화가들의 역할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분명, 그러한 위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에 가까운 노력과 통찰력을 가진 화가들 덕분에 인상주의라는 새로운 미술사가 탄생했으며 카메라와 회화가 공존하여 지금까지 그 생명력을 유지해 온 게 아닐까.
클로드 모네의 가장 유명한 작품 <해돋이>는 당시 산업혁명이 일어난 장밋빛 세상의 이면, 그러니까 밝고 어두운 세계의 공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멀리 보이는 회색의 공장과 굴뚝 연기, 그리고 뿌옇게 흐려진 풍경 속에서 발현되는 빛의 표현이 화려하기보다는 약간은 우울하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도시인들의 삶에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클로드 모네는 보색관계에 있는 색들을 사용하면서 화면의 명료성을 드러낸다. 또한 시간에 따라 달리 변하는 사물의 색을 인지하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루앙 대성당> 작품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다른 시간, 다른 계절에서 바라보는 성당의 풍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몰두한 채 그는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성당을 도대체 몇 번을 찾아갔을까? 마치 현대판의 앤디 워홀의 시리즈 작품처럼 똑같은 풍경, 대상이라 할지라도 빛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변화를 집요할 정도로 찾아내어 화폭에 담아냈다.
색에 집착이 심할 정도로 그는 색의 변화에 몰두한 나머지 대상의 단단한 형태감을 잃어가기도 했는데, 색의 터치로 인해 멀리서 보면 흐물흐물 흘러내릴 것 같은 성당의 형태감이 견고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 이는 훗날 세잔이 등장하면서 견고한 형태감을 강조한 작품을 그려내면서 새로운 미술의 역사를 써낸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모네가 사물의 고유색이 지켜온 전통을 깨고 우리가 인지하는 것은 빛으로 반사되어 망막에 맺히는 색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줬다는 점이다.
루앙대성당 시리즈 이후, 모네는 백내장을 앓게 되나 그의 놀라운 예술성과 의지력은 또 다른 위대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게 되는데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수련 시리즈다.
당시 모네는 다른 몇몇 인상주의 화가와 달리, 부유한 화가였다. 그는 정원을 하나 갖고 있었고, 이름은 지베르니 정원이라 한다. 모네는 이 정원을 소중하게 가꾸면서 안의 연못 위에 띄워진 수련을 표현해 왔다고 한다. 수많은 초록색 계열의 다채로운 색으로 표현된 지베르니 정원의 풍경은 그의 마스터 피스 중 하나로 짧고 빠른 붓터치를 남기면서 그야말로 "인상"적인 느낌을 감상자에게 빠르게 전달한다. 바쁜 걸음으로 뉴욕 시내를 거닐다가 들어간 뉴욕 모마 미술관에서 대작의 <수련> 시리즈를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색의 향연이라 할 만큼 자연의 소리가 함께 들리는 듯한 기분을 불러오곤 했던 모네의 작품.
실제로 관람객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작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수련 시리즈는 2021년 4월 고 이건희 컬렉션으로 전시된 <어느 수집가의 초대>에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이 있다는 점이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대단한 예술가의 작품이 국내에 있다는 사실도 놀라우나 단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였기 때문이라 한다.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있었다.)
그의 작품 속에 담긴 붓터치를 자세히 보면, 마치 다양한 색들의 붓치가 잔잔히 요동치는 듯한 물결의 진동처럼 느껴지는데 이러한 시각적 혼합방법은 신인상주의 화가였던 조르조 쇠라의 분할묘법을 연상케 한다.
현대로 와서 뱅크시가 패러디한 모네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다. 아름다운 연못에 쓰레기(?)를 던진 뱅크시의 과감한 화면 구성에서 우리는 일시적으로 뱅크시가 모네에게 도전장을 내미나? 모네를 욕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왜 빨간색의 소재를 선택해서 연못 안에 그려 넣었는지 생각해 보면, 개인적으로 뱅크시는 모네를 무척 존경하는 인물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뱅크시의 작품은 2020년 10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980만 달러(약 110억 원)에 낙찰되었다.
모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지금 이 순간 인공지능과 인류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100여 년 전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의 매력과 가치가 더 높아지는 기분이 든다.